"수입 꽃, 기후 탓에 카네이션 농사 어렵습니다"
5월 어버이날, 스승의날로 연중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는 카네이션 농가. 8일 김해시 대동면 화훼단지 카네이션 농가를 직접 찾아가보니, 농민들은 △수입 카네이션 대거 유입 △기후 위기 △수요 감소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대를 이어 카네이션 농사를 짓는 정진규(44) 씨는 내년에는 카네이션 농사를 하고 싶지 않다고 운을 뗐다.
"아버지가 40년 정도 카네이션 농사를 지었고, 제가 12년째 함께 카네이션을 기르고 있는데요. 재배면적(5000㎡)은 동일해도, 수확되는 꽃 양이 크게 줄었습니다. 또, 수입 카네이션이 많아서 이제 설 자리도 없습니다. 앞으로 카네이션 대신 '스토크'라는 대체 꽃을 심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정 씨의 카네이션 꽃밭에는 시든 꽃이 가득했다. 전체 꽃밭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고 했다. 카네이션은 보통 4∼5월에 심어서 10월부터 출하해서 이듬해 5월까지 1년 동안 기르는데, 지난해 기후 탓에 카네이션 모종이 잘 자라지 않았다. 기온이 크게 오르고, 비가 많이 와서 카네이션이 자라기에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 씨는 "이제 예전처럼 어버이날 되면, 카네이션 꽃이 대목이 아니다"라고 손을 저었다. 김해카네이션재배연구회 총무이기도 한 그는 카네이션 재배 농가도 크게 줄었다고 했다. 7∼8년 전만 해도 인근의 카네이션 농가가 40여 곳이었는데, 지금은 10여 곳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화훼재배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김해시의 카네이션(스탠더드) 재배면적이 전국 절반 이상을 차지해왔다.
김해시 대동면 화훼단지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김해 지역 카네이션 재배면적은 2018년 27.1㏊(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율 58.7%), 2019년 27.2㏊(62.8%), 2020년 21.8㏊(62.7%), 2021년 22.3㏊(67.5%), 2022년 22.3㏊(67.5%)로 나타났다.
정 씨는 자신처럼 카네이션 농사를 그만두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올해 이후로 카네이션 농사를 안 지으려는 사람이 많아요. 작년부터 너무 안 좋았거든요. 이전에는 4∼5월에 카네이션을 경매하는 공판장에 내놓으면 다 팔렸는데, 이제는 유찰이 되더라고요. 콜롬비아 같은 데서 오는 수입 꽃은 쌀 때 두 단에 6000원 정도 하는데, 우리는 한 단에 4000∼5000원 하니까요. 기름값, 전기료는 계속 오르니까 경쟁이 안 됩니다. 다른 걸로 갈아타지 않으면 답이 없어요."
40년간 카네이션 농사를 지은 아버지 정금철(81) 씨도 아들 곁에서 한숨을 쉬었다. 그는 "예전에도 수입 꽃이 들어오긴 왔어도 국가에서 억제를 했는데, 이제 그런 게 없다. 국회 가서 면담도 여러 차례 해봤는데 소용이 없다. 지금은 카네이션 농사짓기에 기후도 너무 안 맞다"고 했다.
김해시 농업기술지원과 관계자도 꽃 농가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입산 꽃이 계속 늘어나면서, 카네이션뿐만 아니라 장미 등의 농가에서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서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카네이션 수입량은 410t(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46t)보다 18%가량 늘었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세계적인 화훼 수출국인 에콰도르와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을 맺어 내년 발효를 앞두고 있다.
이 협정이 발효되면 장미·카네이션·국화 등 절화류에 대해 현행 25% 관세율을 12~15년에 걸쳐 철폐하게 된다. 앞서 2015년 중국, 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2016년 콜롬비아 FTA 시행으로 절화류 농가는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우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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