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고액 체납자 압류 롤렉스·에르메스 경매… 가성비는 ‘글쎄’
경매 열기 ‘후끈’… 입찰가도 천정 부지
“수수료 18% 고려하면 ‘리셀가’보다 비싸”

지난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 경매장 한가운데 투명 유리 상자 앞에 사람들이 모여 섰다. 상자 안에는 반짝이는 롤렉스 ‘데이-데이트’ 청판 백금 모델 시계가 놓여 있었다. 직원이 “원하시면 장갑을 끼고 착용해 보실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한 방문객은 “상태가 정말 좋다”며 감탄했다.
전시장에는 명품 가방과 시계, 미술품을 살펴보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금요일 오전 이른 시간임에도 20명 안팎의 방문객이 경매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금요일 오전 시간대 치고 방문객이 많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이날은 국세청이 압수한 고액 체납자 소유 물품을 대상으로 처음 진행하는 온라인 경매를 앞두고 실물을 공개하는 현장 전시 첫날이었다. 본 경매는 오는 11일 열린다.
경매 물품은 에르메스와 샤넬 등 명품 브랜드 가방부터 롤렉스와 까르띠에 시계, 와인·위스키, 예술품까지 총 166점이다. 국세청에 보관 중인 와인을 제외하면 모두 현장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전시장 방문객 중 상당수가 경매가 낯선 이들이었다. 일부는 사진을 찍거나 소셜미디어(SNS) 라이브 방송으로 물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다만 명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온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리셀(재판매)보다 가격이 높다”는 반응도 나왔다.

◇경매 처음 온 시민들… “노다지 찾으러 왔다”
이날 전시장에는 경매에 처음 참여한다는 방문객도 적지 않았다. 대부분 명품을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찾은 경우였다.
대학생 허모(25)씨는 “부모님 선물을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처음 경매장에 와봤다”고 말했다. 인근 직장에 다닌다는 정모(34)씨는 “점심시간에 잠깐 들러 ‘노다지’가 있는지 보러 왔다”고 했다.
미술품을 보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 방문한 이들도 있었다. 전시장에는 영국 팝아트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한정판 아트북(A Bigger Book)과 일본 현대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나비와 꽃(Flower Garden)’도 전시돼 있었다. 두 작품의 추정 최고가는 각각 700만원과 5000만원이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서 왔다는 이모(50)씨는 쿠사마 야요이 작품을 한참 바라보다 “사진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보니 훨씬 화려하고 예쁘다”고 말했다.
◇에르메스 가방 입찰가 8배… “생각보다 비싸다”
하지만 본 경매를 앞두고 온라인 입찰이 진행되면서 가격이 빠르게 오르자 기대가 꺾였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한 방문객은 “경매라고 해서 싸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리셀 가격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에르메스 켈리 35’ 가방은 시작가 450만원에서 9일 오전 10시 기준 3720만원까지 올랐다. 시작가 대비 8배가 넘는 수준이다. 현장에서 특히 관심을 모았던 롤렉스 데이-데이트 시계도 시작가 2000만원에서 입찰가가 5800만원까지 뛰었다. 감정가 최고치인 6000만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일부 물품은 추정가 최고치를 넘어섰다. 오메가 시계의 경우 추정가가 50만~120만원이었지만 현재 입찰가는 560만원이다. 명품 가방 47점 가운데 41점, 시계 11점 가운데 8점이 이미 추정가 최고치를 넘어선 상태다.
여기에 낙찰가의 18%에 해당하는 구매 수수료도 별도로 붙는다. 낙찰 후 구매를 취소할 경우 수수료는 30%에 달한다.
전시장에 온 한모(62)씨는 “시세의 50~70% 수준이면 살 생각이 있지만 수수료까지 고려하면 가격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관세청 공매와 착각… 중고품에 실망하기도
일부 방문객은 물품 보증 여부 때문에 입찰을 망설이기도 했다. 특히 관심이 높았던 롤렉스 데이토나 시계나 에르메스 가방 등 고가품 상당수는 개런티 카드(품질 보증 카드)가 없는 상태였다.
서울옥션 측은 압류 물품에 대해 감정을 진행했지만 정품 여부를 100% 보증할 수 없어 별도의 보증서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왔다는 심모(47)씨는 “에르메스 가방을 살 수 있을까 싶어 친구들과 왔는데 보증서가 없는 점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국세청 경매를 관세청 공매와 혼동하고 온 방문객도 있었다. 해외 통관 과정에서 압류된 새 제품을 판매하는 세관 공매와 달리, 이번 경매 물품은 대부분 체납자에게서 압수한 중고 제품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고모(63)씨는 “세관에서 압수한 새 상품인 줄 알고 왔는데 사용감이 있는 제품이어서 조금 실망했다”고 했다.
국세청은 이번 1차 공매에 이어 2차 공매도 진행할 계획이다. 2차 공매에는 총 326점이 출품된다. 현장 전시는 오는 20일부터 24일까지 열리고, 본 경매는 25일 진행된다. 판매 대금은 국고로 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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