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켜짐 여부까지 알려주는 소름돋는 '커플 앱'

오진영 인턴 2019. 10. 2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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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내용·위치·경로까지 알 수 있는 '커플 앱'논란..데이트 폭력 악용 우려도
연인의 통화기록,카카오톡 내용, 위치추적까지 가능하다며 홍보하는 커플 앱. 1만 명이 넘는 사람이 다운로드했다. / 사진 = 구글 플레이스토어


상대방의 위치 추적은 물론 통화 내역·메신저 내용까지 알 수 있는 '커플 앱'이 등장했다.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소름돋는 요즘 커플 앱'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해당 게시글에는 커플 앱이 캡쳐된 사진과 함께 "이 앱을 사용하면 남자친구(여자친구)의 위치 추적은 물론 카카오톡 내용까지 알 수 있다"면서 "이 앱은 상대방의 휴대폰을 갖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휴대폰 감시 앱이다"는 글이 게재됐다.

해당 앱은 1만 명 이상이 다운로드해 평균 평점 4.0의 호평을 받았으며 200건이 넘는 리뷰가 달렸다. 한 사용자는 "위치도 정확하고 남자친구의 카톡 수신 내용까지 볼 수 있어 바람을 피우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 사용했던 위치 앱 중 최고"라고 후기를 남겼다.

다른 커플 앱들은 카카오톡·라인 외의 메신저를 제공하거나 사진을 공유하는 게 주 기능이었지만, 이 앱은 '최고의 위치 추적 앱'이라는 홍보 문구에 걸맞게 SNS 내용과 휴대폰 정보를 살펴 보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시간대별로 어디에 있었는지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으며, 위치에는 번호가 매겨져 상대방이 어떤 순서로 이동했는지 경로까지 파악할 수 있다. 해당 경로는 앱 서버에 최대 2개월까지 저장된다.

누리꾼들이 지적한 최대의 '소름 포인트'는 바로 상대방의 휴대폰 정보다. 휴대폰 정보 탭을 클릭하면 상대방의 잔여 배터리·무음 설정 여부·화면이 켜져 있는지 여부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상대방이 지금 휴대폰을 보고 있는지, 보고 있다면 왜 카카오톡에 답을 안 하는 것인지 같은 의문을 품게 만든다. 문자로 통장 잔고 변동 내역을 받도록 한 사람이라면 상대방의 월급이 얼마인지·오늘 어디서 무엇을 얼마나 소비했는지도 알 수 있게 된다.

이지혜 디자이너 /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최근 데이트 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현실을 고려할 때 이런 앱이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치·경로 등 앱이 제공하는 정보가 100% 정확한 것이 아닌데 상대방을 의심하게 만들어 데이트 폭력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한 사용자는 "집 안에 가만히 있었는데 회사에 있는 것으로 나온다"면서 "덕분에 남자친구와 크게 싸웠다. 다시는 설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최근 상대방의 이성관계를 의심해 벌어지는 데이트폭력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의 범죄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발생한 △애인 간 살인(미수 포함) 평균 103.4건△ 애인 간 폭력범죄 평균 9049건이었으며, 2018년 상반기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는 작년보다 26% 증가한 4848건이었다.

지난 24일에는 한 여배우가 남자친구의 이성관계를 의심해 폭행·승용차 돌진·비방 등의 혐의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8월 22일에는 한 남성이 "여자친구가 다른 남성을 만난다"며 끓는 찌개를 뿌려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데이트폭력으로 귀결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앱이 지나치게 상대방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해당 앱의 사용 후기 중 가장 많은 비판은 "과도하게 상대방의 개인 정보를 알 수 있다"는 내용으로, 한 사용자는 "위치공유까지는 이해하더라도 카카오톡·페이스북 등 모든 알림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집착밖에 낳지 못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미혼남녀 396명을 대상으로 '연인 사이의 사생활'에 대해 설문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전체 답변자 중 사생활을 고작 공개할 수 있다는 답변은 11.4%에 그쳤으며 약 86.6%의 답변자가 '연인 사이에도 지켜야 할 사생활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사생활 간섭이 지나칠 때는 어떻게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약 23%의 답변자가 '피곤하더라도 맞춰주겠다'고 응답해 상대방의 앱 설치 요구에 '울며 겨자먹기'로 응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등장했다.

해당 앱의 개발사측은 카카오톡 연락처를 통해 이러한 우려들에 대해 묻자, "관심에 감사하다. 그러나 인터뷰는 사양하겠다"며 별도 입장 표명은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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