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은 슬픈 것 아닌 특별한 이야기"..쌍둥이 입양해 다섯 남매 키우는 부부

2019. 12. 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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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집에 오고 언니오빠들이 더 좋아해
입양은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가치.."우리 사회 인식 달라져야"
오창화 전국입양가족 연대 대표의 가족. 왼쪽부터 순서대로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 셋째 딸, 둘째 아들, 쌍둥이 딸(현서), 아내 유금지씨, 쌍둥이 딸(현비), 첫째 아들. [오 대표 제공]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가족이 되어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가족이 있다. 부모는 아이에게 “내게 키울 수 있는 행복을 줘서 고마워”라고 말하고, 아이는 “엄마 아빠가 있어서 감사해요”라고 말한다. 아홉살 입양아 쌍둥이와 열두살 언니, 그리고 스무살 스물한살 총 다섯 남매를 키우는 오창화· 유금지 씨네 이야기다. 오 씨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를 맡고 있다. 입양가족들의 행복의 원천은 어디에 올까. 이들 부부를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만났다.

▶다자녀 부부의 입양 도전기= 총 일곱식구가 사는 집은 왁자지껄했다. 막내 쌍둥이들은 방에 들어가 놀다가도 어느 순간 나와 엄마 아빠에게 한명씩 달라붙었다. 이를 바라보는 부부의 눈빛은 따뜻했다.

이들이 처음부터 입양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내 유금지 씨는 ”입양은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오 대표 역시 “내가 아이들을 친생 아이들처럼 똑같이 사랑할 수 있을까 고민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 입양을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고민들과 난관이 따랐다.

이들이 입양을 생각하게 된 것은 셋째를 기다리면서였다. 3~4년을 기다려도 아이가 생기지 않아 부부는 불임병원을 다녔다. 병원에서는 “시험관도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그때 오 대표가 슬쩍 입양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첫째 둘째를 홈스쿨링을 하고 있었는데 홈스쿨링 가정 모임에서 만난 입양가족들의 모습이 행복해보여 입양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유 씨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지금 아이들 키우면서도 힘들 때가 많은데 ‘아 난 못할 거야’ 자신이 없었다”고 떠올렸다.

입양을 알아보던 중 기적처럼 셋째가 찾아왔고 입양 생각은 잠시 잊혀졌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3년 뒤 가진 넷째가 태어난지 하루만에 하늘로 떠나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입양을 생각하게 됐다. 두 부부는 마지막 장벽인 부모님 설득에 나섰다. 오 대표의 아버지는 입양을 극심히 반대했다. “입양을 하면 호적에서 파버리겠다”는 아버지를 수없이 설득해 아이를 품에 안았다.

셋째 딸 현지가 입양 쌍둥이와 함께 누워있는 모습. [오창화 대표 제공]

▶갑자기 찾아온 입양 고백…”입양은 슬픈 이야기만이 아냐”=첫만남이 어떠했느냐고 묻자 부부는 당시 사진부터 꺼내보였다. 당시 감정이 다시 느껴졌는지 아내 유 씨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유 씨는 “생애 처음 느끼는 놀라운 날”이라고 했다. 집은 행복감에 휩싸였다. 특히 아이들이 쌍둥이를 너무 귀여워했다. 교회에 다니는 가족들은 새벽에 잠결에 아이를 안고 새벽기도를 다녔다. 아이들은 꾸벅꾸벅 졸면서 쌍둥이를 한명씩 안고 우유를 먹였다. 유 씨는 이를 “자기 만족의 행복이 아니라 신이 인간이 만들었을 때 주신, 상대방과의 교류를 통한 인간만이 느 행복”일 것이라고 전했다.

입양 쌍둥이를 키우면서 부부가 가장 신경쓴 부분은 아이들이 입양의 사실을 슬프거나 나쁜 기억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부부는 행여 아이가 나중에 생모에 대해 물어도 놀라거나 당황해하지 말아야지 수없이 다짐했었다. 그러나 입양 고백의 순간은 예상치 못한 날 찾아왔다. 쌍둥이가 여섯살 때였다. 유 씨가 화장을 하고 있을 때, 셋째 현지가 그림책을 들고 찾아와 “엄마 엄마도 나 낳을 때 아팠어?”라고 물었다. 유 씨는 “그럼. 너무 아파서 죽는 줄 알았어”라고 다했다. 몇 분뒤 쌍둥이 막내가 언니가 나갔는지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들어와 묻는 것이었다. “엄마. 엄마도 낳을 때도 아팠어요?”

눈물부터 터져나왔다. 질문은 엄마가 날 낳았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게 아닐까봐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다. 유 씨는 울음을 삼키며 생각했다. ‘이건 슬픈 이야기가 아니야. 단지 특별한 이야기일 뿐이야.’ 그리고 유 씨는 사랑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도 너를 이렇게 아프면서 낳고 싶었다? 그런데 신이 엄마한테 그런 기회를 주시지 않았어. 어떤 예쁜 엄마가 너희들 아프게 낳는 복을 가져가셨고 엄마는 너희를 키울 수 있는 복을 받게 됐어.” 아이는 얘기를 다 듣지도 않고 알겠다는 듯 나갔다. 아이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엄마가 변함없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이었다.

오 대표는 “우리는 입양의 특별함을 굳이 슬픔으로 전달할 필요 없다”며 “물론 생모가 분리되는 거 슬픈일이지만 입양 이야기에 슬픔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것을 세상이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오창화·유금지 씨 부부. 오 씨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를 맡고 있다. [오 대표 제공]

▶입양에 대한 사회적 시선 달라져야 = 하지만 사회에서 보는 입양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부정적일 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수많은 입양 가족들과 입양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외부의 시선 때문에 아이가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한다. 오 대표는 “입양 선배들이 하는 말이 ‘그래도 그렇게 두려운 것들이 결국 하나하나 해결돼 간다’라고 했다”며 “결국 사랑의 힘으로 모든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고 지금까지도 그래왔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입양이 막장 드라마의 소재로 쓰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 사회가 입양에 오해와 선입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앞으로 사람들의 인식이 건강한 방식으로 계몽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 씨는 ‘입양아는 버려진 자식’이라는 해석부터 고치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의 생모는 아이들을 버린 것이 아니고 처해진 모든 상황과 당시의 상태가 아이를 잘 키우기 어려웠던 것”이라며 “생모는 아이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다른 부모에게 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 가족들은 그래서 당시 형편이 안돼 어쩔 수 없이 쌍둥이를 부부에게 보내고 떠난 부모를 떠올리며 기도를 한다. 아이 앞에서도 “예쁜 엄마가 너희들을 보내줘서 고마워”라고 수시로 말한다. 부부는 언젠가 쌍둥이의 생모를 만날 날도 꿈꾸고 있다. 오 대표는 “기회가 되면 함께 만나 아이가 이렇게 잘 컸다고 보여주고 싶다. 그럼 생모의 죄책감도 회복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입양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도 전했다. 오 대표는 “입양도 똑같이 아이를 ‘낳는 것’”이다. 몸으로 낳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낳는 것”이라며 “그만큼 값을 지불해야하고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지불”이라고 말했다. 혹시라도 내가 입양할 자격이 있나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입양선배들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고 했다. 유 씨는 “처음엔 나도 입양이 두려웠지만 겪어보니 입양에 대해 우리가 잘못알고 있었던 것이 많았다”며 “소망을 품은 가정은 용기 내고 연락주시라. 소중한 첫발에 돌다리가 되어드리겠다”라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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