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 무장한 스타트업.. 특허청 '규제 개혁'으로 밀어준다
분쟁발생 땐 '특허공제' 통해 자금조달
IP 담보대출 활성화 회수지원기구 도입
우선심사 대상도 16개 기술분야로 확대
디자인 출원은 참고도면 2종으로 간소화
기술자립·원천기술 확보 지원체계 개선
4차 산업혁명 세계 패권경쟁 조력자 역할


#. 전자부품 기업인 A사는 바이오 센서를 자체 개발해 중국 등 92개국에서 제품 허가를 받을 정도로 잘 나가는 지식재산 기반 중소기업이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생체물질 분석용 측정기와 분석방법 등 14건의 특허를 확보하고 있다. 이 회사는 보유한 특허를 기반으로 신제품 출시에 필요한 자금을 받기 위해 은행의 문을 두드렸지만, 기존 대출이 있어 추가 대출이 어렵고, 신용등급도 낮아 대출이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낙담해 있었다. 그러던 중 특허를 담보로 은행이 대출해 주는 '지식재산 담보대출 상품'이 출시됐다는 소식과 특허청의 지식재산 가치평가 지원 덕분에 지난 6월 10억원의 자금을 대출받아 성공적으로 신제품을 출시, 양산할 수 있었다.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 ICT(정보통신기술)가 융복합을 통해 경제·사회 전반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IP(지식재산)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식재산 기반의 혁신적 기술이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만들어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식재산 주무 부처인 특허청이 지식재산 분야의 적극적인 행정과 과감한 규제혁신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성장의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분쟁, 국내외 경기침체 등 대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지식재산을 무기로 기술자립 역량 강화와 미래 핵심 원천기술 확보 등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가고 있다.
특허청은 지식재산 창출, 활용, 보호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혁신의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개혁하는 등 국민 공감·체감할 수 있는 34개 적극행정 과제를 발굴, 국가 지식재산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특허분쟁 비용 걱정 No"…중소·벤처 위한 '특허공제' 시행=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은 특허 분쟁이 발생하면 비용 부담과 전문인력 부재 등을 이유로 대기업과 달리 적극 대응에 나서기 어렵다. 특히 해외 진출에 성공했더라도 특허분쟁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막대한 소송비용과 손해배상금을 떠안고 문을 닫는 기업도 있다.
특허분쟁에 따른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특허청은 지난 8월 기업 간 상호부조를 통해 특허분쟁 발생 시 자금을 조달해 주는 '특허공제' 상품을 출시해 중소·벤처, 중견기업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허공제는 가입시 30만∼1000만원 부금 상품 중 하나를 선택해 적금방식으로 매월 납입하면 가입 1년 이후부터 국내외 특허분쟁이나 해외특허 출원에 필요한 자금을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특허공제 상품은 중소기업의 특허분쟁 발생 시 자금부족 문제를 해소해 글로벌 시장에서 지식재산 기반의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허로 돈 빌리는 시대"…IP담보대출로 '돈맥경화' 해소= 2018년 금융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금융권을 통한 중소기업의 담보대출 비중은 부동산 담보가 93.9%로 가장 많고, 예·적금 담보 6%, 특허 등 동산 담보는 0.1%에 그쳤다. 다시 말해, 중소기업은 아무리 우수한 특허기술을 확보하고 있어도 부동산이 없거나, 신용도가 낮으면 은행에서 자금을 대출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같은 현상은 특허에 대한 가치평가가 쉽지 않고, 설령 가치평가를 통해 중소기업이 대출을 받았더라도 만약 기업 사정으로 채무를 갚지 못했을 때 담보물인 '특허'를 처분해 자금으로 회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허청은 우수한 특허를 기반으로 금융권에서 보다 쉽게 대출을 받고, 은행의 자금 회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지식재산(IP) 회수지원기구'를 도입키로 했다. 현재 발명진흥법 개정과 시행령 개정 등 관련 법적 근거를 마련, 올해 안으로 민간 회수전문기관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부터 IP담보대출을 시행한 은행이 대출한 자금을 떼일 걱정 없이 원활하게 회수할 수 있게 된다. 특허청의 지식재산 금융 활성화 노력에 힘입어 연말까지 305개 중소기업에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63개 기업, 884억원을 훌쩍 넘어선 규모다.
특허청은 IP회수지원기구 운영, 가치평가 비용 지원, 민간 가치평가 시장 육성 등 보다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통해 부동산 위주의 낡은 금융을 미래 성장성을 중요시하는 혁신금융으로 탈바꿈시켜 나갈 계획이다.
◇무(無)신청·무(無)증빙서류로 수수료 감면=그동안 중소기업들은 수수료를 감면받기 위해 출원료, 등록료 등 수수료 납부 단계마다 매번 감면신청을 하면서 중소기업을 증명하는 서류를 발급받아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일부 기업은 감면제도 자체를 알지 못해 수수료 감면혜택을 받지 못했다.
중소기업의 이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특허청은 중기부로부터 중소기업정보를 제공받기로 하고, 이를 토대로 중소기업정보 확인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부터 중소기업은 별도의 감면 신청이나 증명서류 제출 없이 자동으로 특허수수료 감면 혜택을 받게 됐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중소기업은 증명서류 발급·제출에 따른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특허절차 지연을 사전에 막아 빠르게 특허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4차 산업혁명, 신속한 권리화 지원"…새 특허분류체계·우선심사 확대= 특허청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융복합 특허기술의 신속한 권리 제공을 위해 지난해 AI(인공지능),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 관련한 7개 분야를 대상으로 새로운 특허분류체계를 구축했다. 7개 분야에 대한 특허출원 시 우선심사를 통해 기업이 지재권을 조기에 선점할 수 있도록 개선한 것이다.
올해에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13대 혁신성장동력 분야를 모두 포괄할 수 있도록 9개 분야를 추가해 우선심사 대상을 16대 기술분야로 확대했다. 여기에 기존 특허분류코드와 구별되고, 4차 산업혁명 특허기술을 명확하게 인식하도록 16대 분야에 새로운 특허분류코드인 'Z코드'를 부여했다. 가령, 인공지능 관련 특허 기술을 출원할 경우,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뜻하는 'Z', ICT 기반기술을 의미하는 '01', 인공지능 영문 약자인 'A'를 붙여 'Z01A'로 분류한다.
특허청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한 우선심사 대상 확대를 통해 심사처리기간을 11개월 가량 단축시켜 신속한 권리화를 지원하고, 새로 구축된 Z코드를 통해 산업정책과 과학기술 정책 수립에 새로운 특허분류체계를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디자인 출원 간소화 및 가치평가 지원 확대=그동안 변리사 등 대리인이 없이 디자인을 출원할 때, 출원인은 제출 도면의 의미를 알지 못해 잘못 기재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특허청은 디자인보호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지난달부터 기본도면, 부가도면, 참고도면 등 3종의 디자인 도면을 기본도면, 참고도면 등 2종으로 간소화했다. 또 디자인의 구체적 형태를 표현하는 부가도면을 기본 도면에 추가·작성하도록 하는 한편 특수기호 글자체도 지정된 특수기호 외에 출원인이 원하는 기호도 추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완화했다.
이를 통해 디자인 출원인은 보다 쉽게 도면을 작성할 수 있고, 심사관의 의견제출 통지 등 중간 절차 없이 빠른 심사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아울러 출원인이 희망하는 특수기호도 편리하게 작성해 디자인으로 등록받을 수 있다.
특허청은 특허담보대출과 투자유치 등에 필요한 지식재산 가치평가 지원 대상의 문턱도 낮췄다. 기존 중소기업에 한해 지원하던 것을 초기 중견기업(중견기업 진입 후 3년 이내 또는 매출액 3000억원 미만)으로 지원범위를 넓혔다. 지원 대상 확대로 기업은 자체 보유한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사업화로 이어지거나 사업화에 필요한 자금부족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특허청은 기대하고 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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