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의 워너비' 마이클 스위트의 '가스펠 메탈 밴드' 스트라이퍼
[스쿨오브락-126] 이 밴드가 없었다면 한국이 낳은 전설의 록보컬 김경호의 탄생도 없었을 것이다. 김경호는 이 밴드의 내한공연을 TV로 보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테이프가 늘어나도록 밴드 음악을 듣고 얼마나 이들을 카피했는지 아예 목소리가 똑같이 닮아 있을 정도였다(물론 김경호의 타고난 미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이번주 스쿨오브락의 주인공은 스트라이퍼(Stryper)다.

스트라이퍼는 크게 두 가지 의미에서 살펴봐야 한다. 첫째는 이들의 정체성이다. 스트라이퍼는 '크리스천 메탈 밴드'라는 이색적인 조합으로 등장해 엄청난 화제를 끌었다.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가 로큰롤 산파 역할을 해 록이란 장르가 만개한 이후부터 록은 '악마적이다' '불경하다' '어둡다'는 이미지를 늘 한편에 갖고 다니는 존재였다. 실제 수많은 록 아티스트들이 마약중독으로 신음하다 요절하기도 했다. 사이키델릭이라는 록 하위 장르는 아예 마약을 음악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극단의 선택을 했다.
수많은 밴드 앨범 커버에 악마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듯한 그림이 걸려 있었고 섹스와 약, 방탕을 주제로 한 가사는 기성세대 입맛에 맞지 않았다. 실제 악마를 숭배했는지 여부를 떠나서 다수 록 음악인들이 '마케팅' '쇼비즈니스'를 위해 악마적인 이미지 무언가를 차용해 이용해먹은 흔적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스트라이퍼는 아예 정반대 길을 꺼내들었다. 그들은 앨범에 성경 구절 일부를 적어놓았으며, 가사 역시 기독교의 세계관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메탈판 CCM'을 하는 밴드였다. 당연히 메탈 세계의 어두움에 치를 떨던 기독교계는 이들의 등장을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다수의 기독교 행사에 초대되었으며, 이것은 이들이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결론적으로 이들이 록음악이 기독교에 손쉽게 침투하는 '트로이목마'가 되었다는 기독교 내 부정적인 평가도 있긴 하다).
스트라이퍼의 역사는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컬이자 기타를 맡은 마이클 스위트(Michael Sweet)와 드럼을 치는 로버트 스위트(Robert Sweet)가 주축이었다. 이들은 LA에서 밴드를 시작하면서 록스 레짐(Roxx Regime)이란 이름을 붙였다. 여기에 기타리스트 오즈 폭스(Oz Fox)가 합류했고, 베이시스트 티머시 게인스(Timothy Gaines)가 합류하면서 밴드 위용을 갖춘다.
1984년 나온 첫 앨범은 별 이슈를 일으키지 못하고 수면 아래에서 맴돌았다(6곡이 실린 미니 앨범 성격이었다). 절치부심한 이들은 다음해(1985년) 솔저스 언더 커맨드(Soldiers Under Command)를 내놓고 드디어 반향을 일으킨다. 이 앨범은 다분히 기독교적인 색채를 띤 것이었다. 앨범 이름부터가 그랬다. 직역하면 '명령 아래 있는 병사들'이란 뜻이었는데 여기서의 명령은 신이 내린 것이었다. 신이 내린 명령을 수행하는 전사라는 뜻이었다. '가스펠 메탈 밴드' 탄생의 서막을 연 것이었다. 이 앨범의 첫 싱글이었던 '솔저스 언더 커맨드'의 가사는 이랬다.
We are the soldiers under God's command
(우리는 신의 전사들이다) We hold His two-edged sword within our hands
(우리는 신의 양날의 검을 가지고 있다) We're not ashamed to stand up for what's right
(우리는 정의를 향해 서 있기에 부끄럽지 않다) We win without sin, it's not by our might
(우리는 신의 능력으로 죄 없이 이긴다) And we're fighting all the sin
(우리는 모든 죄악과 맞서 싸운다) And the good book -- it says we'll win!
(그리고 우리의 승리는 성경에 쓰여 있다) Soldiers, Soldiers, under command
(전사들, 전사들, 신의 명령을 받은) Soldiers, Soldiers, fighting the Lords battle plan
(전사들, 전사들, 신의 계획을 따라 싸우는) 후략
이런 내용의 가사가 파워 메탈 멜로디에 실려 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조합이었다. 록 음악계에 새로운 '틈새시장'이 창출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내친김에 바로 다음해 내놓은 세 번째 앨범 '투 헬 위드 더 데블(To Hell With The Devil)'은 이들의 인기를 한층 더 밀어올린다. 3개월 만에 100만장 넘는 판매량을 기록해 플래티넘 타이틀을 따낸다. 여기에는 어니스트리(Honestly), 올오브유(All Of You), 콜링온유(Calling On You)를 비롯해 '투 헬 위드 더 데블' 등의 노래가 실려 있다. 이 중 'To Hell With The Devil'은 김경호 데뷔 시절 무대에 가장 많이 올린 해외 록그룹 곡 중 하나로 꼽힌다. 비단 김경호뿐만이 아니다. 고음 좀 하는 보컬, 특히 아마추어 보컬 사이에서 이 곡은 스틸하트의 '시즈 곤(She’s gone)'의 인기와 맞먹을 정도다. 유튜브에 들어가보면 수많은 프로·아마추어 보컬이 이 노래를 카피해 올려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가사 역시 철저한 크리스천 관점에서 쓰인 것이었다.
We speak of the devil
(우리는 악마에 대해 말한다) He's no friend of mine
(그는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 To turn from him is what we've got in mind
(그에게로 향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빼앗기는 것이다) Just a liar and a thief
(거짓말하는 자와 악인일 뿐) The word tells us so
(신의 말씀은 우리에게 그렇게 말한다) We like to let him know where he can go
(우리는 악마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말한다) To hell with the devil X 2
(악마는 지옥으로) 후략
그리고 이 노래는 '후크송'에 비유될 만큼 멜로디가 귀에 쏙쏙 박힌다. 여기에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경건한 가사, 탄탄한 연주력에 보컬의 역량까지 더해지니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만한 '워너비 송'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메탈을 사랑하는 팬이 많았던 일본과 한국에서 인기가 올라오기 시작한 것도 이 앨범 이후였다. 1988년 나온 인 갓 위 트러스트(In God We Trust) 발표 이후에는 이들은 크리스천을 대표하는 메탈 거장 지위에 올라 있었다. 타이틀 곡 'In God We Trust'(굳이 가사를 살펴보지 않아도 무슨 가사가 실려 있을지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는 한국에서 'To Hell With The Devil'과 쌍벽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웨이즈 데어 포유(Always There for You)'를 비롯한 아름다운 록발라드 역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들은 1990년 나온 다음 앨범 '어겐스트 더 로(Against the Law)'부터 방향 전환을 한다. 더 이상 가스펠 메탈 범주에서 안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1991년 나온 베스트 앨범 '캔트 스톱 더 록(Can't Stop the Rock)'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지속되었고, 결국 이들은 논쟁의 한복판에 선다. 이후 밴드 프런트맨이었던 마이클 스위트가 탈퇴하고 밴드는 내리막길을 걸었으며 1993년 이들은 해체의 길을 걷는다. 2005년 정규 앨범 '리본(Reborn)'을 낸 이들은 가시 크리스천 록 색채로 돌아오게 된다. 지금까지 활동 중인 현역 밴드다(올해 8월 내한공연을 오기도 했다).
또 하나 스트라이퍼를 주목해야 하는 점은 보컬 마이클 스위트의 말도 안되는 역량이다. 전성기 시절 그는 '4옥타브 도'의 돌고래 음을 기계처럼 쏘아올리는 괴력을 과시했다. 발성적으로 매우 탄탄한 역량을 과시해 중음부터 고음까지 꽉 찬 소리를 과시했다. 김경호가 괜히 전성기 그를 롤모델로 삼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게 아니다. '록보컬의 끝판왕' '발성의 마에스트로'란 별명을 붙여도 지나침이 없다.
더욱 신기한 점은 그가 매우 높은 난도로 기타를 치면서 이 같은 보컬 역량을 과시했다는 점이다. 그는 통상 메탈 밴드 보컬이 세컨드 기타를 잡고 배킹을 하며 노래하는 것과 달리 속주 솔로를 선보이며 노래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보는 각도에 따라 그의 보컬보다 기타를 더 쳐주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손가락을 쉼 없이 놀리며 기타 솔로를 하면서 3옥타브 중후반대의 극한 난이도 보컬을 매우 안정적으로 해냈다는 얘기다. 이 같은 희귀 캐릭터는 전 세계로 눈을 돌려봐도 쉽게 찾기 힘들다. 특히 두성을 기반으로 노래하는 메탈 밴드 보컬 중에서는 더더욱 찾기 힘들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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