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루사' 악몽에 떤 강릉 시민..또 물난리에 망연자실(종합)
(강릉=연합뉴스) 이종건 이해용 기자 =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3일 동해안에 3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강원도 강릉 시민들은 과거 엄청난 피해를 줬던 태풍 '루사' 악몽에 떨었다.

강릉 시내는 밤새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주택 유리창 등이 심하게 흔들려 시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보내다시피 했다.
이날 날이 밝자 시내 주요 도로와 주택가 도로는 흙탕물이 넘실거리는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집을 나선 시민들은 자동차 바퀴 높이 가까이 찬 흙탕물을 탈출하느라 애를 먹었고, 갑자기 수위가 높아져 구분조차 할 수 없게 된 도로 곳곳에서는 차량이 계속 경고음을 울렸다.
경포해수욕장 인근의 진안상가 주변은 밤사이 쏟아진 폭우로 거대한 황톳빛 호수로 변했다.
진안상가는 빗물이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데다 도로 하나를 마주하고 있는 경포호가 범람하면서 하나의 거대한 물바다로 변했다.
상인들은 지난해 8월에 이어 올해도 물난리를 당하자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상가에 남아 있던 일부 주민은 폭우에 고립됐다가 소방대원들의 도움으로 물바다를 탈출했다.
인근 경포천 주변 경포 저류지에 주차한 10여대의 차량도 폭우 피해를 비껴가지 못했다.
경포 저류지에 세워 놓았던 승용차는 지붕만 보일 정도로 침수됐고, 덤프트럭 등 대형 중장비는 흙탕물에 갇혀 꼼짝하지 못했다.
한 운전자는 "폭우에 걱정이 돼 달려왔으나 물이 갑작스럽게 불어나 손쓸 틈조차 없었다"면서 "저류지까지 호수가 될 줄은 몰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죽헌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한 주민은 "건물 앞 도로가 침수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가게 안까지 물이 차올랐다"며 "가게 안으로 밀려 들어오는 물을 퍼내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포호 인근에 있는 경포대초등학교는 진입로부터 흙탕물이 가득했고, 교정도 물에 잠겼다.
태풍에 학교가 잘 있는지 궁금해 나온 한 학생은 "무릎 깊이까지 물이 찼고, 깊은 곳은 허벅지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교정의 물이 빠지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4일 휴업할 예정이다.

추수를 앞두고 있던 경포천 인근의 농경지는 미처 빗물이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하룻밤 사이에 흙탕물 호수로 변했다.
새벽부터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강릉 시내에서는 모든 노선의 시내버스 운행마저 전면 중단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시내버스 차고지 앞 도로는 무릎 높이 만큼 침수돼 버스들이 꼼짝할 수 없는 처지였다.
버스 운행 중단 사실을 모르는 일부 시민들은 빗속에서 오지 않는 시내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했다.
윤수자(75.강릉시 송정동)씨는 "병원에 가기 위해 택시를 불렀으나 오지 않아 버스 정류장에 나왔는데 버스마저 운행하지 않는다고 해 발길을 돌리고 있다"면서 "밤사이 비바람이 몰아치고, 마을 주변이 다시 침수돼 과거 태풍 '루사' 때의 악몽에 떨어야 했다"고 말했다.
2002년 강릉에서는 태풍 '루사'가 북상하면서 하루 870㎜에 이르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2018년 지구촌의 겨울 축제인 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시설에도 빗물이 밀려들어 긴급 배수작업이 진행됐다.
건물 밖에서 출입문으로 밀려든 흙탕물은 이날 개막하는 강릉커피축제 행사장 안으로 넘칠 듯이 바닥을 메웠다.
배수 작업을 하던 한 직원은 "동계올림픽을 치르면서 폭설에만 신경을 썼지 폭우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면서 "주최 측이 올해는 실내에서 커피축제를 하기 때문에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실내로 빗물이 들이닥치는 사태가 말이 되느냐"고 귀띔했다.
전국의 유명 커피 업체들이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해 놓은 야외 부스는 비바람에 찢기거나 넘어갔다.
주최 측은 이날 야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행사를 전면 취소했고, 야외 입점 커피 업체도 이날 하루 영업을 포기했다.
또 이날 오후 2시 열릴 예정이었던 바리스타 퍼포먼스는 6일 오후 2시로 연기했다.

포남동 등 바닷가 저지대 도로와 주택은 올해도 어김없이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포남동의 한 사거리 교차로에는 갑자기 불어난 물에 운행하던 차량이 멈춰 섰고 인근 지하에 자리 잡은 가게는 빗물이 들이닥치면서 물건이 둥둥 물에 떠다니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강릉시 공무원들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전원 비상근무에 들어가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긴급 복구작업에 안간힘을 쏟았다.
제방이 일부 유실돼 주변지역 주민들의 대피령이 내려졌던 사천면 사천천에서는 중장비를 투입한 응급복구작업이 한창이었다.
김남순 사천면사무소 총무담당은 "아침 일찍 하천 일대를 점검하던 중 노동상리 지역에서 제방 일부가 급류에 유실된 것이 발견돼 응급 복구작업을 벌였다"며 "조금이라도 늦게 발견했더라면 둑이 터져 하류 지역에 큰 피해가 날 수도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momo@yna.co.kr dm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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