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기타신공] 배재범, '피킹 황제'가 돌아왔다

조성진 기자 2019. 12. 1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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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기타 인스트루멘틀을 표방한 25년만의 정규 앨범 'Reason of Death'

▶ 한국 기타 얼터네이트 ‘피킹’ 최고 중 하나
▶ 25년만의 정규 새 앨범 발매
▶ 8분~13분에 이르는 대곡 지향의 기타 인스트루멘틀
▶ 음향 문제로 레코딩 보완해 내년 재출시 예정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한국 속주 기타계의 끝판왕 격인 ‘피킹 황제’ 배재범(49)이 돌아왔다.

1990년 부산에서 바로크메틀을 지향하는 디오니서스 밴드로 데뷔한 배재범은 이후 퓨전재즈 스타일의 [Double Tension]이란 앨범을 공개했다. 헤비메틀을 연주하던 초기 때보다 속도와 정교함 등에서 더욱 진화된 피킹 솜씨를 보인 수작으로, 특히 놀라운 얼터네이트 피킹 속주는 그간 국내 기타리스트 솔로앨범 중 기술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배재범은 이 앨범을 끝으로 음악계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아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배재범이 [Double Tension] 앨범 이후 25년 만에 새 정규앨범 [Reason of Death]를 발매했다. 자신의 본령인 헤비메틀(클래시컬 메틀+재즈 어프로치)로 다시 돌아간 작품이다.

앨범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죽음을 테마로, 더 정확히는 ‘죽음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기타 인스트루멘틀이다.

모두 6곡을 수록했으며 8분에서 13분이 넘는 긴 곡 구성이다. 배재범의 기타 외에 허렬(보컬), 김종혁(베이스, 피아노), 김태섭(드럼) 등이 함께 했다. 클래시컬 헤비메틀로의 복귀지만 디오니서스 때와는 전혀 다른 작풍과 연주다.

첫 트랙 ‘Reason of Death’부터 죽음에 대한 여러 가설 관련 팬터지 ‘Parallel World’, 가장 아끼고 소중했던 대상이 사후 세계에서 보내온 편지 내용을 그린 ‘Reached Heaven’, 불안-초조-망상 등을 표현한 ‘Nightmare’, 그리고 ‘Endless Melody’와 ‘Format Life’까지 장대한 스케일의 서사적 구성과 배재범 특유의 얼터네이트 피킹(간헐적으로 스윕 아르페지오도 들을 수 있는)이 불을 뿜는 야심작이다. ‘Nightmare’, ‘Endless Melody’, ‘Reason of Death’ 등등 여러 트랙에서 복병처럼 수시로 튀어나오는 얼터네이트 피킹 등은 배재범만의 속주 프레이즈들이다.

얼터네이트 피킹의 대가들은 세계적으로 적지 않다. 오른손에 중점을 두는 일반적인 얼터네이트 피킹 스페셜리스트들과는 달리 왼손 쓰임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가장 다채로운 기교를 선보인 폴 길버트가 먼저 떠오른다. 살인적인 스피드의 크리스 임펠리테리, 화성적으로도 복잡 정교하게 쏟아내던 거대한 존재감의 그렉 하우, 스피드나 진행 모든 면에서 빈틈없이 너무 잘 짜인 컨트롤의 얼터네이트 피킹이다보니 오히려 부드럽게 때론 사색적으로 와닿는 존 페트루치, 선배 세대의 온갖 장점을 혼합한 모든 테크닉의 종합판 거스리 고반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프랭크 갬발리는 이제 단조로운 패턴을 자주 보이지만 그럼에도 한때 이 분야 피킹 최강 중 하나였다.

많고 많은 얼터네이트 피킹의 대가들 중에서도 국내 기타씬에서 배재범의 존재감은 특별하다. 너무 빠르고 탁월한 콘트롤의 피킹이다보니 얼터네이트 피킹임에도 때론 레가토 프레이즈같이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배재범 얼터네이트 피킹의 최대 강점은 정교한 스피드 속에서도 분노로 일그러진 듯한 공격성이다. “이래도 놀라지 않겠느냐?”라는 식의. 그래서 그 어떤 피킹 스페셜리스트보다 남성적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한국 나이로 이제 50인 그가 이렇게 본격 기타 인스트루멘틀 신작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물론 2011~12년 경에 완성한 곡들이지만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는 징표다.

배재범은 기자에게 “몇 년 동안 기타를 잡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기타를 전혀 잡지 않고 어떻게 이러한 연주가 가능했겠는가?

나이가 들며 스타일을 바꿔 변화를 시도하는 게 일반적인 데 반해 배재범은 오히려 20대 초반에 했던 스타일을 더욱 강화한 인스트루멘틀로 다시 정면 승부를 걸었다. 보컬로 말한다면, 나이를 먹었음에도 오히려 끝도 없는 고음역대의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다시 승부를 보려는, 너무 어렵고도 어려운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 뚝심 하나만큼은 정말 대단하다.

오직 한 길로만 가려는 변치 않은 고집(불통)과 자신에 대한 믿음(자신감), 그리고 나이 들어도 여전히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공격성, 이게 배재범이고 이번 신작은 그 모든 걸 보여주는 증거물이다.

그는 타이틀 곡 ‘Reason of Death’와 ‘Format Life’를 이번 신작의 베스트로 추천하고 싶다고 했지만, 한곡 한곡이 모두 수시로 터져 나오는 강한 임팩트의 속주다보니 긴장의 끈을 놓을 틈이 없다.

그러나 신작은 탁월한 기타 연주에 비해 음향 전반이 매우 실망적이다. 기타리스트 솔로작임에도 기타 솔로가 앞으로 튀어나오지 않고 기타 소리가 너무 작아서 이어폰으로 집중해서 들어도 불만스러울 정도다. 이 칼럼을 쓰기 ㎸?모니터링하는 데에도 힘이 많이 들었다. 기타 소리 때문이다. 저음부는 또 너무 웅웅 거려서 이 역시 체크하는데 애를 먹게 했다.

이에 대해 배재범 역시 음향 불만이 너무 커 CD로 제작된 신작 모두를 폐기 처분했다고 한다. 그는 “아이폰 기준으로 작업하다보니 이 모양 이 꼴로 나온 것 같다”고 기자에게 전했다. CD는 모두 폐기 조치했지만 유튜브 등 온라인상에선 신작 음원이 아직 남아있어 감상이 가능하다.

배재범은 새 앨범의 6곡 모두를 다시 레코딩해 내년 초 쯤 공개할 예정이다.

좀처럼 칭찬을 안하는 그는 두 기타리스트에 대해서 엄지척을 아끼지 않는다.

“앨런 홀스워스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영원히 최고입니다. 존 페트루치도 대단하죠.”

사용장비

기타
카빈(Carvin) 앨런 홀스워스 커스텀
뮤직맨(Musicman) 존 페트루치

앰프
메사부기

이펙터
보스(BOSS), DOD 컴팩트 페달
보스 GT100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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