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K5' 월 2000대 택시 왜 포기했나?
기아자동차가 12일 출시한 3세대 K5의 택시 버전을 따로 만들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아차 국내마케팅실 이용민 상무는 이날 제품설명회에서 “신형 K5는 가솔린 2.0, 가솔린 1.6 터보, LPI 2.0, 하이브리드 2.0 등 4개 모델을 동시에 발매한다”면서도 “하지만 택시를 별도로 출시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국내 중형 및 준대형 세단의 경우 그동안 판매량의 상당 부분을 택시에 의존(전체 판매량의 20~30%)해 왔는데, 이것을 과감하게 포기한다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큰 모험이다.
특히 기아차는 신형 K5의 연간 판매 목표를 7만대로 잡았는데, 이는 월 판매량 6000대 수준이다. 점점 축소되는 국내 중형차 시장을 고려할 때 택시를 제외한다면 6000대는 결코 만만치 않은 숫자다.
그렇다면 기아차가 판매가 보장된 택시를 포기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바로 가격이다.
기아차는 대중 브랜드지만, 눈높이가 한껏 높아진 국내 고객을 만족시키고 해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모델 못지않게 고급스러운 차를 만들어야 했다. 결국 신형 K5는 다양한 안전 및 편의 기능을 추가하고, 내부도 고급 소재로 치장했다.
이는 K5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고, 택시나 렌터카로 많이 팔리는 LPI 모델의 경우도 고급 트림은 3000만원이 넘는다. 중형 택시 가격이 1600~1700만원인 점을 고려할 때 아무리 사양을 모두 뺀 깡통차로 만들더라도 수지가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신형 K5의 실내 첨단 기능들을 다 들어낸다고 해도 이제는 택시 가격에 출시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이미지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3월 출시한 신형 8세대 쏘나타의 택시 모델을 출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실 쏘나타는 소비자에게 택시 이미지가 강하게 인식돼 온 모델이다. 전체 쏘나타 판매량에서 택시의 비중이 30~40%나 되면서 ‘쏘나타=택시’라는 이미지가 굳어진 것이다. 결국 현대차는 8세대 쏘나타를 출시하면서 이미지 개선을 위해 택시를 따로 제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출시한 기아차 K5 역시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많은 개발비를 들여 제작한 신차 이미지가 값싼 택시로 낙인찍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택시를 포기한 것이다. 다만 구형 K5의 택시 모델은 그대로 둬 어느 정도 판매량은 유지할 생각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사실 1개월에 2000대를 포기하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 큰 모험”이라면서도 “하지만 K5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이젠 택시를 포기할 때”라고 말했다.
조창현 기자 changhyen.cho@thedriv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