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로 만든 술 사이다와 칼바도스 [명욱의 술 인문학]

권이선 2019. 9. 2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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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외에 술로 만드는 과일은 뭐가 있을까? 서유럽의 경우 포도 다음으로 사과를 술로 많이 만들어먹곤 한다.

따라서 지중해와 멀리 떨어진 대서양기후의 스페인 서북부와 북유럽에 가까운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지역에서 사과술을 많이 만든다.

흥미로운 것은 이 사과술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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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외에 술로 만드는 과일은 뭐가 있을까? 서유럽의 경우 포도 다음으로 사과를 술로 많이 만들어먹곤 한다. 뜨거운 태양빛이 있어야 하는 포도와 달리 사과는 연평균 섭씨 8∼11도 정도의 서늘한 곳에서 잘 자란다. 따라서 지중해와 멀리 떨어진 대서양기후의 스페인 서북부와 북유럽에 가까운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지역에서 사과술을 많이 만든다. 흥미로운 것은 이 사과술의 이름이다. 스페인은 시드라(Sidra), 프랑스는 시드르(cidre), 그리고 영국으로 가서 사이더(Cider)가 되었다. 우리에게 친숙한 청량음료 사이다의 어원이다.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에서는 이 시드르를 증류한 세계적인 사과 브랜디가 있다. 오크통에 2년 이상 숙성해야 하며, 서양 배도 원료로 사용하는 이 술의 이름은 칼바도스(Calvados). 노르망디 칼바도스 지역 이름을 따 붙여진 이름이다. 색과 디자인을 본다면 마치 사과로 만든 위스키와 같은 느낌이랄까? 이 칼바도스 중에서 신기한 제품을 하나 발견했다. 병 속에 사과가 들어있는 제품이었다. 제품명은 ‘라 폼 프리조니에(La Pomme Prisonniere)’. 프랑스어로 ‘갇힌 사과’라는 의미다.
사과로 만든 프랑스 브랜디 칼바도스. 칼바도스 코크렐사 홈페이지
병 입구가 좁은데 어떻게 이 큼지막한 사과가 들어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사과를 작게 자른 뒤 다시 붙였을까? 아니면 병을 반으로 쪼갠 뒤 사과를 넣은 것인가? 둘 다 틀렸다. 사과는 다시 붙인 자국 하나 없으며, 반으로 쪼갠 병을 다시 붙이기에는 열기가 너무 강해 사과색이 남을 수가 없다. 도대체 그럼, 어떻게 이 큰 사과를 병 속에 넣었단 말인가?

큼지막한 사과를 병 속에 넣은 방법은 간단했다. 바로 사과가 큼지막하기 전에, 즉 아직 어린 상태의 사과를 병 속에 넣는 것이다. 그리고 줄기를 자르지 않고 병 속에서 머물게 한다. 즉, 병 속에서 사과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병이 무거워 성장을 방해하지 않게 살짝 높은 가지에 끈으로 매달아 놓는다. 그리고 9월 수확 시즌이 되면 정성스럽게 사과를 따준 뒤 칼바도스를 넣어주면 작업은 마무리가 된다.

사과는 들어있지 않지만 한국에도 훌륭한 사과 증류주, 즉 한국판 칼바도스를 만드는 곳이 있다. 충남 사과 생산 1위인 예산의 ‘예산사과 와이너리’와 전국 사과 생산량 3위를 자랑하는 문경의 ‘오미나라’다. ‘추사애플브랜디’와 ‘문경바람’이라는 이름의 이 증류주는 모두 지역의 사과로 술을 만든 뒤 증류해 오크통에 숙성을 하는데, 사과의 산뜻한 맛과 오크통 숙성 특유의 바닐라, 초콜릿, 아몬드 향이 함께 따라온다. 와인 및 위스키 전문가도 이곳 제품만큼은 높이 평가한다.

참고로 이러한 사과 증류주 1L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과 한 박스 이상이 들어간다. 샷잔으로 마신다고 해도 사과 하나씩은 들어있는 셈이다. 술 한 잔으로 예산과 문경의 사과를 느낄 수 있다. 좋은 증류주의 매력은 농산물의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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