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점 한 집 건너 외국인 알바..국적불명 명동 관광특구

양지윤 2019. 12. 23.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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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권 보장 외치더니..'1인 1노점·본인 운영' 무시
중국·동남아 관광객 늘자 싼 인건비로 유학생 고용
출입국법 위반 소지까지..서울시·중구청 뒷짐만
지난 20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 전경(사진=양지윤 기자)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我回去了,回國了(나 돌아간다, 귀국해.)”

지난 19일 저녁 7시 서울 명동 길거리 노점. 부지런히 국자를 젓던 앳된 얼굴의 한 여성에게 누군가 다가오더니 중국어로 이별을 고하는 짧은 대화가 오간다. 딱 봐도 중국인 청년들이다. 친구로 보이는 여성이 작별인사를 하고 사라진 뒤 노점상에서 일하는 여성은 다시 장사 삼매경에 빠진다. 중국어로 “한 그릇에 5000원”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한국인 손님이 음식값을 물을 땐 어눌한 말투로 응대하기도 한다.

◇한집 걸러 한집꼴 외국인 노점상…유명무실한 노점실명제

서울의 얼굴이자 해외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코스인 명동이 국적 불명의 관광특구로 전락하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 아르바이트생이 한국인 노점상인을 대신해 영업활동에 나서면서 노점실명제가 유명무실해지고 관광특구 거리의 정체성도 모호해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 알바 중 상당수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소지가 있는 유학생으로 알려져 서울시와 중구의 관광특구 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22일 서울 중구청에 따르면 12월 현재 명동 거리의 노점 불법행위에 대해 행정처분 41건, 과태료 부과 67건 등 조치를 취했다. 이 가운데 3자 영업 및 대리 영업 금지를 위반해 행정처분이 내려진 경우는 22건, 과태료 부과는 12건에 불과하다. 명동 거리 가게는 현재 노점실명제에 등록된 364곳만 영업 가능하다. 앞서 중구청은 생계권을 보장하라는 노점 요구를 받아들여 상생차원에서 지난 2016년 노점실명제를 도입했다. 명동 노점에 1년간 도로점용허가를 내주고 1인 1노점 및 본인 운영, 노점 영업권 거래 금지, 노점 재배치 통한 보행권 회복 및 거리질서 확립 준수 등 조건을 내걸었다.

서울시도 지난해 6월 도로점용허가제 도입, 전매·전대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거리가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합법화의 길을 터줬다. 가이드라인에는 국토교통부의 도로법과 도로법 시행령 등에 따라 규정을 어기면 최대 허가취소까지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명동관광특구에서 지난 3년간 거리가게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노점 등록을 취소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서울시가 생계형 노점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노점허가제를 시행했지만 결과는 딴판이다. 명동 거리는 엉뚱하게 외국인 알바 천국으로 변했다. 실제 취재진이 지난 17일부터 3일 간 명동 일대를 살펴본 결과 떡볶이, 잡채, 자장면, 호떡 등 음식을 외국인 알바가 조리해 판매하고 있었다. 노점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외국인 알바가 넘쳐났다. 알바생에게 국적을 묻자 일부는 대답을 회피하거나 “중국” 혹은 “베트남”이라는 답변이 돌아오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한국어가 서투른데도 “여자 친구가 중국 사람이라서 중국어를 잘 하는 것”이라는 황당한 변명을 하는 알바생도 있었다.

인근 한 노점상은 “외국어를 제대로 못하다보니 대부분 유학생들을 싼 인건비로 쓰고 정작 본인들은 노점상에 나타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노점상도 “명동에 나와 있는 외국인 알바들이 거의 유학생”이라며 “혼자 일하는 게 편해 알바를 쓰고 있지 않지만 나 같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귀띔했다.

◇유학생 취업규정도 위반 가능성…관할 지자체들은 뒷짐만

소유자 직접운영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유학생들의 알바 행위 자체도 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에서는 유학생들이 학교 유학생 담당자의 확인을 받은 뒤 관할 출입국관리소에서 허가를 받아 시간제 취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시간제 취업 허용 분야도 통역과 번역, 일반 사무 보조 등으로 제한을 둔다. 법무부 관계자는 “유학생이 체류기간 중 생활비 등 금전 문제를 하기 위해 취업할 경우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노점 아르바이트는 법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노점인 경우라도 외국인 유학생이 취업할 수 있는 직종에 대한 사업자등록이 돼 있고 고용주가 외국인 채용에 결격사유가 없다면 외국인 유학생 시간제 취업이 허용된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런 데도 서울시와 중구는 뒷짐만 지고 있다. 서울시는 노점 관리와 단속이 구청의 권한인 점을 들어 “구청장이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면서 시가 도로 등 주요시설물 관리를 구청장에게 위임하고 있다는 조례를 근거로 들었다.

명동 관리 책임이 있는 중구도 불법인 점을 알면서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단속인력 부족과 취약 시간대(오후 6~11시)에 알바가 집중되고 있다는 게 이유다. 명동에서 장사를 하는 한 노점상은 “관광객들이 명동에 오면 이 곳이 한국이라는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지경”이라며 “관광특구 관리가 엉망”이라고 꼬집었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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