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제2사옥 지으면서, 제3사옥 땅 보러 다닌다
엔씨소프트, 1兆 거론되는 판교 금싸라기 땅에 군침
네이버·카카오 직원 급증하며 업무공간 확보 '발등에 불'
중소 게임사엔 구로·과천 인기
경기도 성남시가 지난달 2만5719㎡ 면적의 삼평동 641번지 부지를 매물로 내놨다. 판교테크노밸리 중심가에 위치한 이 땅은 신분당선 판교역이 걸어서 5분 거리이고 주변 주거·편의 시설도 갖춰져 있어 판교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통한다. 낙찰가 최고 1조원 전망까지 나오는 이 땅을 국내 대표 게임업체 엔씨소프트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한 해 매출의 절반이 넘는 가격인 이 부지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2013년 입주한 기존 판교 사옥(지하 5층, 지상 12층)의 포화 상태가 심각한 탓이다. 올해에만 직원이 400명 가까이 늘면서 800여명(전체의 21%)이 판교·광교의 4개 빌딩에 분산 근무하고 있을 정도다.

성장이 정체된 제조·유통 분야 국내 대기업들은 기존 사옥을 잇따라 매각하고 있지만, 성장세가 뜨거운 국내 IT(정보기술)·게임 업계에서는 신사옥 건설 경쟁이 한창이다. 불황으로 인력을 내보내거나 공장과 사옥을 매각하는 제조업계와 대조적으로 이들은 최근 5~10년 새 직원이 2~3배씩 늘면서 업무 공간 부족 사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스마트·인텔리전스 빌딩을 확보해 신사업을 가속화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겠다는 전략까지 더해진 신사옥 전쟁은 판교·구로·과천 등의 스카이라인을 흔들고 있다.
◇판교·구로·과천, IT 신사옥 전쟁
사옥 부지 확보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판교다. 이곳의 간판 기업 중 한 곳인 카카오도 사옥 마련이 급한 처지다. 카카오는 제주 본사 사옥 말고는 각 계열사가 판교 오피스를 주축으로 4~5곳의 건물을 임차해 사용 중이다. 하지만 기업 규모의 성장 속도는 업계 최고속이다. 지난 3개월간 17개 업체를 인수해 SK(8개)를 제치고 신규 계열사 편입이 가장 많은 기업이 됐다. 지난해 2분기 6606명이었던 직원 수가 올 2분기 7942명으로 1년 만에 20%나 늘었다. 카카오 역시 판교 삼평동 부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분당이 터전인 네이버도 판교로 진출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현재 분당 정자동 사옥(그린팩토리) 바로 옆에 제2 사옥(2021년 완공)을 짓고 있다. 6000~7000명이 근무할 수 있는 규모지만 벌써부터 '제3 사옥' 얘기가 나온다. 1~2년 사이 인공지능(AI)·블록체인 분야 인력을 대거 채용하며 직원이 2017년 8000여명에서 최근 1만명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판교역 근처 알파돔 시티에 2000억원을 투자했다. 2021년 수백~수천명의 직원이 이곳을 사무실로 활용할 계획이다.
2009년 축구장 100개, 66만㎡ 규모로 조성된 판교는 "더는 노는 땅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땅값도 강남 못지않게 비싸다. 그런데도 기업들이 판교 사옥을 원하는 건 서울과 가깝고 녹지가 많은 쾌적한 환경을 갖춘 데다, 연구개발 인력 간 교류가 활발해 혁신센터로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기존 사옥 근무자 및 협력사·거래 업체들과의 시너지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두둑한 현금을 보유한 IT 업체들로서는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 분위기다.
◇게임 업체는 구로·과천으로
회사 덩치가 커지며 사무 공간 부족 사태에 직면한 것은 게임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땅값이 크게 오른 판교 대신 상대적으로 지대가 싼 서울 구로와 경기도 과천에 사옥을 짓고 있다. 구로나 과천은 판교와 비교해 주요 IT 기업들과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서울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편의시설·주거 환경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게임 업체들에 최적의 입지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구로구 지밸리비즈플라자에서 11개 층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 넷마블은 같은 지역에 4200억원을 투자해 지하 7층, 지상 39층 규모의 사옥을 짓고 있다. 넷마블 역시 최근 2년 사이 직원 수가 4600여명에서 6000여명(해외 지사 포함)으로 급증했다. 넷마블은 구로 신사옥 외에도 코오롱글로벌과 협업해 경기도 과천지식정보타운에 R&D센터를 따로 세울 계획이다. 넷마블은 이 부지에 2738억원을 투자하고, 새롭게 들어선 R&D센터에 인공지능(AI) 연구개발, 빅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인력을 배치할 예정이다.
안양에서 3개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중견 게임사 펄어비스도 1745억원을 투자해 과천지식정보타운에 신사옥을 지을 계획이다. 펄어비스는 대표 게임 '검은사막'의 성공으로 매출이 2017년 524억원에서 지난해 4048억원으로 8배 가깝게 성장했다. 직원도 같은 기간 251명에서 907명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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