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M7이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한다. 오늘(19일) 르노삼성자동차는 SM7 LPe 200대 한정 판매 소식과 함께 단종을 알려왔다. 후속 모델은 없다. 지난 15년간 르노삼성 플래그십 세단으로 군림해온 SM7이 써내려온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르노삼성자동차
이미 생산은 지난 10월 마무리 지었다. 200대 한정 판매 모델은 사실상 빠른 재고 소진을 위한 마케팅인 셈. 르노삼성 관계자는 “최대 200만 원을 할인하기 때문에 올해 안으로 모두 팔릴 듯하다”고 전망했다. 이미 V6 가솔린 모델도 모두 팔려나갔다.

국내 최고 내구성 자랑하다
SM7은 지난 2004년 12월 SM5 윗급 준대형 세단으로 등장했다. SM5와 같은 닛산 티아나 플랫폼을 밑바탕 삼았으나, 4기통 2.0L 엔진 얹은 SM5와 달리 6기통 2.3L, 6기통 3.5L 가솔린 엔진을 품어 고급화를 꾀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로 스마트키 시스템을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초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 15일 만에 계약대수 1만 대를 넘어섰다. 당시 12월 판매량을 보면 현대 그랜저(3세대)는 판매가 전달보다 15.9% 급감하고, 현대 쏘나타(5세대)는 23% 줄었다. 이듬해에는 1월부터 4월까지 국내 대형차 판매 1위로 올라선다. 비록 5월 신형 그랜저(4세대)가 나오며 기세가 한풀 꺾이지만, 2005년 한 해 동안 2만5,675대 판매고를 올려 대형차 판매 2위를 지켰다.

특히 품질이 뛰어났다. 2009년 리서치 회사 ‘마케팅인사이트’가 발표한 ‘한국자동차 품질백서 2004-2008’에서 SM7은 소비자 체감 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소비자 지지율은 무려 70.7%(2008년 기준). 58.9%로 2위였던 SM3를 큰 차이로 따돌리며, 전체 평균 만족도 46.3%를 한참 웃돌았다. 참고로 같은 조사에서 그랜저 지지율은 48.1%에 불과했다.

14년 연속 세계 10대 엔진상을 수상한 VQ 엔진은 믿음직스러웠고, 르노삼성이 자랑해 마지않던 방청 실력은 든든했다. 2013년 국산차 내구성 만족도 조사(마케팅인사이트)에서도 SM7은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다시 뛰어난 내구성을 증명한다.

내리막길을 걷다
그러나 찬란한 순간은 길지 않았다. 2011년 SM7은 2세대로 진화했지만, 과거의 영광은 없었다. 이듬해 판매량 5,038대로, 그랜저(8만8,520대)와 기아 K7은 물론 GM대우 알페온에도 밀렸다. 신차효과를 한창 누릴 시기에도 불구하고 준대형 세단 판매량 꼴찌에 머물렀다. 이후로도 2013년 3,587대, 2014년 4,694대로 지지부진한 성적을 이어갔다.

그러다 2015년을 기점으로 판매가 훌쩍 뛴다. 새 파워트레인, 2.0L LPe 모델 덕분이다. 넉넉한 준대형 세단을 2.0L 배기량으로 합리적으로 누릴 수 있다는 점, 스페어타이어 공간에 연료탱크를 넣은 ‘도넛탱크’로 트렁크 공간을 지켰다는 점 등의 강점을 내세워 2015년 8,485대, 2016년 7,150대를 판매한다. 제품 주기 끝에서 다시 주목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는 너무 오래됐다. 2011년 같은 해 등장한 5세대 그랜저가 6세대로 거듭나고 부분변경까지 거치는 동안 SM7은 부분변경 한 번 치렀을 뿐이다. 판매는 서서히 내리막을 걷는다. 결국 SM7은 지난 10월 생산을 멈췄고, 12월 마지막 재고를 처분하는 200대 한정 판매를 시작하며 단종 수순을 밟는다.

르노삼성 SM7. 그랜저를 위협하는 강력한 대항마로 등장해 국내 준대형 세단 시장을 다채롭게 수놓았다. 1세대는 뛰어난 내구성이 강점이었고, 2세대는 2.0L LPe 엔진으로 틈새시장을 노리기도 했다. 이제 SM7 역사는 막을 내렸다. 이로써 르노삼성자동차는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철수했고, V6 세단 역사도 마침표를 찍었다.

한편, SM7과 함께 SM5, SM3도 사라진다. SM5는 지난 6월 출시한 2,000대 한정판 ‘SM5 아듀’ 재고를 모두 소진해, 판매를 종료했다. SM3 역시 지난 10월 생산을 중단해, 조만간 가격표에서 이름을 지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