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환의 음악동네>'난 너를 믿었던 만큼..' 총알처럼 내뱉는 탄식의 노래


■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행진에 앞서 자신에게 거는 주문(呪文)이자 서로에게 바라는 주문(注文)이다. 실상은 죽음이 신랑, 신부를 갈라놓는 게 아니라 삶이 그들을 멀어지게 한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작은 빛을 기억하니/거기에 자라난/아름드리 이 우주에/이렇게 너와 난 영원히’(박효신 ‘연인’ 중). 연애의 첫 장면은 별처럼 경이롭다. 그러나 ‘꽃이 피면 같이 웃고/꽃이 지면 같이 울던/알뜰한 그 맹서’(백설희 ‘봄날은 간다’ 중)는 마법이 풀리면서 서서히 시력을 회복한다. 사랑이 눈을 감으면 사람이 눈을 뜨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생도 노래도 2절까지 들어봐야 한다. 간주를 넘기면서부터 진실은 현실이 된다. ‘별이 뜨면 서로 웃고/별이 지면 서로 울던/실없는 그 기약’ 뒤로 질문 하나가 덩그러니 남는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사랑도 변하고 기록도 변한다. 영국 기네스월드레코드는 방탄소년단(BTS)의 ‘맵 오브 더 솔:페르소나’가 지난 5월까지 339만여 장의 판매량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이전까지 한국 최고는 1995년 김건모(사진)의 3집 앨범이 세운 330만 장이었다. 무슨 노래기에 24년 동안이나 정상을 지켰을까. 총알처럼 쏟아내는 탄식으로 노래는 시작된다. ‘난 너를 믿었던 만큼/난 내 친구도 믿었기에/난 아무런 부담 없이/널 내 친구에게 소개시켜줬고’. 바로 이것이 그 유명한 ‘잘못된 만남’의 시작이었다.
헷갈리는 영화제목이 있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인지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인지. 최근에 ‘태양의 후회’라는 댓글을 보며 예비부부에게 결혼 전 체크해야 할 사항을 알려줬다. 일단 연애는 ‘그래서 사랑해’지만 결혼은 ‘그래도 사랑해’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자기에게 맞는 옷인가를 가늠해보라. 금방 싫증 내는 성격이라면 가수 이효리의 말을 상기하자. “결혼은 (잘난 사람, 훌륭한 사람과 하는 게 아니고) 맞는 사람과 하는 것이다.”
청록파 가수 존 덴버가 두 번째 이혼을 앞두고 만든 노래 제목이 ‘두 개의 다른 길’(Two different directions)이었다. ‘한 사람은 아침 일출을 보고 싶어 하고/다른 한 사람은 늦도록 자고 싶어 하죠(one likes to see the morning sunrise/ the other one sleeps in late)’. 결국은 ‘무심한 한 마디에 굳센 마음도 상처받을 수 있죠/깊숙한 감정들은 남겨둔 채/누구 하나 보거나 들으려고 안 하죠(The strongest heart can be broken with one insensitive word/ The deepest feelings remain unspoken/ No one is seen and nothing heard)’.
지켜야 하는 걸 알면서도 지키지 않는 법. 그게 ‘사랑법’이다. 그 법의 제1조 제1항은 이러하다.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강은교 시인의 ‘사랑법’ 중). 무수한 약속은 지키기 어렵고 이별의 긴말은 상처를 깊게 남긴다. ‘두고두고 못다 한 말/가슴에 새기면서/떠날 때는 말없이/말없이 가오리다’(현미 ‘떠날 때는 말없이’ 중).
음악동네에도 사랑법이 있다. ‘제일 행복했던 일/정말 나 잘했던 일/그래 내가 널 사랑했던 일’(SG워너비 ‘사랑법’ 중). ‘하지만 사랑이 자리 잡혀간다면/진실한 사랑이 필요하기 시작한 거야/갖기 위해서 해왔던 연극을/미래의 현실로 바꿔야해’(룰라 ‘사랑법’ 중). 결혼을 연극이나 축제쯤으로 여겨선 곤란하다. ‘최후의 만찬’이 열렸던 자리엔 언제라도 ‘최후의 심판’이 전시될 수 있다. 3억 명이 본 뮤직비디오는 뉴스가 돼도 77억 인구가 보는 하늘이 화제에 끼지 못하는 건 늘 그 자리에 공기처럼 존재하기 때문이다. 흔들릴 때마다 사랑법의 마지막 조항을 소리 내 읽고 하늘도 가끔 쳐다보자.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그대 등 뒤에 있다’(강은교 시인의 ‘사랑법’ 중).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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