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아부심벨 신전 / '위대한 통치자' 람세스2세 바쳐진 신전 / 그의 즉위일 10월 22일 / 람세스 생일 2월 22일 / 일년에 단 두 번 / 신전 깊은 곳까지 태양빛에 물들어 신비
아부심벨 신전은 정면 높이 32m, 너비 38m이며 안쪽으로 63m나 파 들어갔으며 입구에는 높이 22m에 달하는 람세스 2세의 거대한 좌상 4개를 세웠다.
새벽부터 선실 밖이 소란스럽다. 가늘게 눈을 뜨고 시간을 확인해 보니 새벽 4시조차 되지 않았다.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시간이지만 아부심벨 신전 관광을 위해 서둘러 움직이는 사람들로 크루즈의 하루가 벌써 시작된 것이다.
아부심벨 신전은 아스완에서 남쪽으로 280km에 위치해 있다. 수단 국경에서는 4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아스완에 정박한 크루즈에서 아부심벨 신전까지 가기 위해서는 버스로 3시간을 가야 한다. 버스로 이동하는 관광객들이 서둘러 하루를 시작한 이유다. 아부심벨 신전까지는 별도의 항공노선이 있어 비행기를 이용할 경우 45분 거리이다. 장기간의 버스여행이 부담스러워 항공권을 예약한 터라 다른 관광객들보다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아부심벨 신전을 관광하기 위해 여행객 대부분은 카이로나 아스완에서 당일 여정으로 아부심벨 신전이 위치한 누비아 마을을 방문하거나 나일강 유람선이나 나세르 호수로 가는 연장선상의 여정을 선택한다. 나일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는 웅장한 아부심벨 신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피라미드 못지않게 유명한 관광지이다. 람세스 2세와 네페르타리에게 바쳐진 이 신전을 보기 위해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한다.
누비아 마을에서 며칠 머물면서 아부심벨 신전이 태양이 비치는 각도에 의해 변화하는 모습을 즐길 수도 있고 지역 주민들을 통해 누비아의 문화를 조금이나마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넉넉하지 않은 시간의 대다수 관광객은 당일 여정을 선택하게 된다.
신전 내부. 아부심벨 신전은 람세스 2세를 기리기 위해 3000년 전에 건축되었다.
아부심벨 신전은 람세스 2세를 기리기 위해 3000년 전에 건축되었다. 60년 이상 이집트를 다스린 위대한 파라오 람세스 2세는 자신의 정치적인 영향력을 국내외에 펼쳐 보이고자 이집트 곳곳에 크고 작은 기념물을 남겼다. 그중 하나가 이집트 남부 아스완주 아부심벨에 세운 거대한 신전이다. 기원전 13세기, 히타이트와 결전을 벌인 카데시 전투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이집트 남쪽 사암층을 뚫어 왕 자신을 위한 대신전과 왕비 네페르타리를 위한 소신전이 만들어졌다. 신전은 정면 높이 32m, 너비 38m이며 안쪽으로 63m나 파 들어갔으며 입구에는 높이 22m에 달하는 람세스 2세의 거대한 좌상 4개를 세웠다.
아부심벨 신전. 기원전 13세기, 히타이트와 결전을 벌인 카데시 전투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이집트 남쪽 사암층을 뚫어 왕 자신을 위한 대신전과 왕비 네페르타리를 위한 소신전이 만들어졌다.
신전의 규모도 경이롭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신전 안쪽 깊숙한 내부 성소에 매년 두 번, 람세스 2세가 왕위에 오른 즉위 기념일(10월 22일)과 람세스 2세의 생일(2월 22일)에 태양 빛이 비치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3000년 전 태양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계산할 수 있었던 이집트의 천문학적 지식과 건축기술 덕분에 가능했다고 하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시각에서도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1985년부터 이집트 정부는 거대하면서도 정교한 유적과 태양의 움직임이 자아내는 이 장관을 축제로 지정했다. 매년 태양 빛이 신전 안 깊숙한 곳까지 도달하는 장관은 이집트 TV를 통해 생중계되며 전 세계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이 3000년 전에 만들어진 경이로움을 기념하며 축제를 벌인다.
3000년 전에 만들어낸 경이로움 못지않게 현대 인류도 아부심벨 신전을 위한 기적을 만들어냈다. 1964년대 아스완 댐의 건설로 아부심벨 신전이 수몰위기에 몰리자 유네스코와 국제사회가 이 경이로운 신전을 살려내기 위해 나섰다. 4년반 동안에 50개국의 지원과 수많은 고고학자의 노력으로 신전은 원래 위치에서 65m 위로 옮겨졌다.
1700여명의 인력과 전문가들은 신전 전체의 모형을 복원하기 위해 폭발물을 사용하지 않고 주변까지 포함한 12만5000㎡의 암석을 1035개로 분리해 옮긴 후 그대로 조립해 냈다. 공사 중 댐 수위가 점차 올라오자 신전 둘레에 보조댐까지 쌓으면서 진행된 공사는 결국 3000년 전에 만들어 계산해 낸 태양의 움직임까지 훼손하지 않으면서 완벽한 이전을 마무리해 냈다.
아부심벨의 매력은 새벽녘이 절정이라는 말에 최대한 이른 항공편을 이용하기 위해 서둘러 공항으로 향했다. 아침 공항에는 벌써부터 항공편을 기다리는 승객들로 가득하다. 항공 출발 편 대부분 노선은 아부심벨을 향한다. 하지만 비행기가 연착되면서 사람들은 붐비고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혼잡하기 그지없다. 때마침 국가적 행사가 겹쳤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혹시나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어떠할지 걱정이 되니 새벽에 버스로 이행했어야 하나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초조함을 달래고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에 올라타 아부심벨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도착이 늦어진 비행기로 인해 태양이 떠오르며 비추는 신전의 다양한 장관을 놓쳤다. 아침 해가 뜰 때면 밤새도록 어둠 속에서 기다린 람세스 2세의 좌상이 창백한 모습에서 차츰 홍조를 띠게 된다고 한다. 햇살이 강렬해짐에 따라 그 모습이 마치 조금씩 차오르는 생명의 기운을 빨아들이는 듯하다고 한다. 비록 장엄한 광경은 놓쳤지만 3000년의 세월을 지나 마주한 람세스 2세는 마치 오늘날을 살아가는 듯 신비로움으로 온몸을 감싸고 있다. 춤추는 듯한 걸음걸이로 군사를 거느리고 전쟁터로 향하는 람세스 왕의 모습이 담긴 벽면의 부조는 살아 있는 듯 생생한 모습이다. 신전으로 들어가는 햇살의 길을 따라 3000년의 시공간이 하나로 이어진 듯 착각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