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기의 五感물리학>해리포터의 투명망토는 마술 아닌 과학이다


인공구조물 ‘메타물질’ 이용
빛의 굴절률 인위적으로 조작
작은 물체 숨기기 이론상 가능
조앤 롤링의 소설 ‘해리 포터’에서 어린 친구들이 두른 투명 망토(사진)는 마법이었다. 반면, 꼭 100년 앞선 H G웰스의 1897년 소설 ‘투명 인간’에서 주인공이 모습을 감춘 건 과학이었다. 그는 친구 앞에서 물리학 지식을 뽐내며 어떻게 남들 눈에 안 보이게 됐는지 설명한다. 요약하자면 몸의 굴절률을 공기와 같게 만들어 빛이 아무런 방해 없이 통과하게 됐단다. 물론 사용한 약과 실험 장치는 비밀로 남겼다는 게 함정. 웰스는 비행기, 우주여행, 위성방송 등을 상상해 이야기할 정도로 선각자였다. 아무리 그래도 멀쩡히 존재하는 걸 마술처럼 안 보이도록 하는 게 가능할 거라 믿었을까? 웰스는 답을 알지 못한 채 반세기 전 세상을 떴지만, 우리와 동시대를 사는 롤링은 그 마술 같은 일이 현실이 돼가는 걸 지켜보고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가 한바탕 세계를 휩쓸고 나서다. 2006년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물리학 교수 펜드리 경은 멀쩡히 있는 물체가 사라진 듯 보이게 만드는 방법을 고안해 ‘사이언스’에 발표한다. 공교롭게도 임페리얼은 웰스가 공부한 학교이기도 하다. 또 다른 작가 아서 클라크 경은 “충분히 발전한 기술은 마술과 구별할 수 없다”고 했는데, 펜드리의 방법이 그랬다. 펜드리는 감추려는 물체 주변으로 빛이 휘어져 돌아 나가도록 만드는 게 수학적으로 가능하단 걸 보인다. 휘어져 온 빛을 보는 관찰자에게 눈앞의 물체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원하는 대로 빛을 휘려면, 위치에 따라 굴절률이 달라지는 특별한 물질이 필요했다.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성질을 가진 물질. 펜드리는 ‘메타물질 (meta-materials)’ 사용을 제안한다.
메타물질은 원자 대신 작은 인공 구조물을 기본 단위로 한다. 물론 그 작은 구조물마저 원자로 이뤄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구조물 각각의 크기가 빛의 파장보다 충분히 작다면, 빛의 입장에선 마주하는 물체가 원자로 이뤄졌는지 작은 구조물로 이뤄졌는지 구분하기 어렵다. 가시광선의 파장이 수백 나노미터에 불과할 정도로 짧다지만, 그 정도 길이면 벌써 원자 수천 개를 한 줄로 세울 수 있다. 나노기술로 작은 구조물들을 만들고 서로 연결하면, 마치 원자들이 연결돼 물질을 이루듯 하나의 ‘메타’물질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구조물 각각의 모양을 조금씩 바꿔가며 빛이 경험하는 굴절률이 달라지게 만드는 게 펜드리의 방법이다. 아쉽게도 완벽한 투명 망토를 만드는 건 아직 기술적으로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작은 물건을 감추거나, 사람 눈이 아닌 레이더에 보이지 않게 하는 건 이미 가능하다. 첫 단추는 끼운 셈이다.
과학과 문명의 역사는 우리가 무엇을 새로이 보게 됐는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1610년 갈릴레오는 망원경을 만들어 밤하늘을 살폈다. 멀고 희미해서 보이지 않는 무어든 보고 싶단 호기심에서 시작했지만, 결과는 우주에 대한 인류 인식의 전환이었다. 목성도 지구처럼 달을 가졌고, 토성엔 멋진 고리가 있고, 금성은 마치 달처럼 날마다 모양새가 바뀌었다. 훅은 1665년 발간한 책 ‘마이크로그라피아 (Micrographia)’에서 현미경으로 발견한 마이크로 세상을 펼쳐 보였다. 벼룩의 다리털까지 생생하게 그려낸 것도 놀라웠지만, 식물에서 세포를 처음 발견한 것은 생명의 이해를 향한 전인미답의 길로 들어선 걸 의미했다.
이제 메타물질이 다시 한 번 우리의 시야를 넓힌다. 분명히 존재하는 걸 사라진 듯 만들다니, 사막의 신기루와 반대되는 일을 벌인 셈이다. ‘본다’는 의미는 무언지 다시 생각해본다. 투명 망토가 놀랍더라도, 다음 세대에겐 망원경과 현미경처럼 자연스러울지 모른다. 앞으로 인간은 또 어떤 새로운 시각을 얻고, 세상을 어떻게 다르게 바라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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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신소재공학과 학사·석사, 카이스트 물리학과 박사, 프랑스 국가과학연구원(CNRS)과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EPFL) 연구원을 거쳐 영국 버밍엄대 물리학과 조교수로 재직중. 전문 분야는 자기공명을 이용한 양자물성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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