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유전자 편집 쌍둥이' 그후 1년.."연구자도 아이들도 사라졌다"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적용해 쌍둥이 아기가 태어났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11월 26일 홍콩. 전 세계 유전학자들이 몰려드는 게놈(Genome) 서밋은 한 학자 발언이 끝나자마자 웅성거렸다. 발언의 주인공은 중국 선전 남방과학기술대학 허젠쿠이(賀建奎·34) 교수. 이날 연단에 서긴 했지만, 허젠쿠이는 딱히 학계에서 이름 난 학자는 아니었다.
그가 한 발표의 주된 내용은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면역력이 있는 아기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냈다’는 것. 이 발표가 사실이라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유전자 편집 아기가 탄생한 셈이다.
명망있는 과학자 입에서 나왔어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 유전학의 변두리에 있었던 중국의 한 무명 학자 입에서 나오자 회의장은 어수선해졌다. 학계는 물론,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관점에서 미래 세대에 유전될 수 있는 난자와 정자, 배아의 지놈(유전체) 편집은 해당 기술 적용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엄격히 금지돼야 한다는 것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룰이었기 때문이다.
자국 학자 끌어안기 풍조가 만연한 중국에서조차 과학자 122명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며 규탄 성명을 낼 정도로 허젠쿠이 교수의 연구는 학계와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오늘. 허젠쿠이와 쌍둥이 아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AP는 26일(현지 시각) ‘허젠쿠이도, 그가 한 연구도, 심지어 역사상 최초라는 유전자 편집 쌍둥이 아기 둘도 모두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AP에 따르면 허젠쿠이는 지난 1월 이후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그의 연구 성과는 도덕적 찬반과 상관없이 유전학의 이정표가 될 것임이 자명한 상황임에도 학술지에 실리지 않았다. 실험에 대한 별도의 검증 작업이 진행되지도 않았다. 두 아기가 여전히 살아있다면 학교나 중국 당국이 학계에 자랑할 법도 한데, 이들 역시 생사조차 불분명하다. 허젠쿠이 연구팀이 연구를 진행하고 쌍둥이 아기가 태어났다고 발표한 병원은 이와 관련된 모든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났다는 사실을 학회에서 공표한 이상, 그의 주장이 허위라고 단정지을 근거도 없다. 일년 전까지 유전자 편집 아기가 탄생하지 못했던 것은 이 기술이 지니고 있는 여러 난점과 윤리적 문제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일 뿐,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과 허젠쿠이 주변 인물들에 따르면 그는 현재 가택연금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남방과학기술대학은 허젠쿠이의 연구가 논란을 빚자 진작 그를 해고하고 모든 연구 활동에 대한 지원을 끊었다. 신화 통신은 ‘허젠쿠이가 윤리 검토 서류를 위조해 연구에 투입될 부부 8쌍을 모집했고, 개인의 명예와 이익을 위해 규제와 감독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조사를 마친 후 허젠쿠이 실험실에 있던 모든 기록과 유전자가 편집된 배아 세포를 싹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광둥성 정부 관할 ‘유전자 편집 아기 사건 조사팀’은 허젠쿠이 연구의 적법성을 조사한 후 내놓은 보고서에 보면 "허 교수와 관계자들을 법에 따라 엄격히 처벌하기로 하고 공안기관에 사건을 이관해 처리한다"고 적었다.
학계에서 허젠쿠이와 가장 최근까지 연락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진 미국 스탠퍼드대의 윌리엄 헐버트 생명윤리학과 교수는 AP와의 인터뷰에서 "허젠쿠이가 저기 학계 구석에 처박혀 조용히 연구한 줄 알지만, 상당수 학자들이 이미 이 비윤리적인 실험에 대해 알고 있었고 일부는 연구를 종용하기 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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