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서구인이 바라본 구한말 이후 '격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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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그리피스(1843~1928)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미국에서 거의 유일한 '한국 전문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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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그리피스(1843~1928)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미국에서 거의 유일한 ‘한국 전문가’였다.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난 그는 1870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대에서 화학과 물리학을 가르치며 일본 연구에 몰두하던 중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의 선교사, 교육자, 정부 관료들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소통하며 이들로부터 다양한 자료를 모았다. 그가 미국으로 돌아와 한국을 연구하며 쓴 책이 <은둔의 나라 한국(Corea the Hermit Nation)>(1882)이다. 서구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국의 당시 위상과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책으로, 당대에 외국인이 쓴 한국사 가운데 가장 흥미 있고 포괄적인 저술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리피스는 노끈 한 줄도 버리지 않고 모은 수집가이기도 했다. 한국과 관련된 각종 문서와 사진을 포함해 그가 평생 수집한 방대한 자료는 사후 모교인 미국 뉴저지 럿거스대에 기증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럿거스대 도서관의 ‘그리피스 컬렉션’이다.
<그리피스 컬렉션의 한국 사진>은 그리피스 컬렉션 중 1876년을 전후한 시기부터 1920년대까지의 한국 사진과 관련 논문 일곱 편을 엮었다. 엮은이는 2008년 럿거스대에 방문교수로 머물면서 그리피스 컬렉션에 산재된 한국 사진들을 모두 카메라로 찍은 고(故) 양상현 순천향대 건축학과 교수와 럿거스대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유영미 교수다.
1부에는 그리피스 컬렉션의 사진자료 530여 장이 ‘조선왕실과 대한제국’ ‘제국주의 침략과 민족운동’ ‘조선 사람들의 생활과 삶’ ‘도시와 건축’ ‘근대 교육과 기독교’ 등의 주제로 나뉘어 담겼다. 타임머신을 타고 100~130년 전 한국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 만큼 당시 이 땅의 여러 모습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2부에서는 그리피스 컬렉션 한국 사진의 학술적 가치와 <은둔의 나라 한국>의 텍스트 형성 과정 등 다양한 연구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부록에서는 사진자료들의 제목, 그리피스의 메모와 해석, 참고사항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양상현·유영미 엮음, 눈빛, 442쪽, 4만5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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