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엔 없는 영화의 진수..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의 재회 외

영화|아이리시맨
"마블은 영화(cinema)가 아니라 테마파크에 가깝다"는 70대 미국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이 할리우드를 발칵 뒤집어 놨다. 21세기 할리우드에서 '영화란 무엇인가'를 놓고 때아닌 논쟁이 벌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의 신작 '아이리시맨'이 20일 극장에서 개봉했고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그러나 결국 까보니 영화였다.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그가 "영화는 미학, 감정, 정신의 표출이자 등장인물을 통해 인간 내면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일종의 예술 행위"라고 썼던가. 마블 팬이라면 속이 끓겠지만, 이번 영화는 그가 정의한 '시네마'의 기준에 꼭 들어맞는 작품이다. 거장의 능수능란함이 돋보이는 우아하고 품위 있는 영화다.
아일랜드 출신 청부살인업자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니로)의 시점에서 미제 사건으로 남은 미국 트럭 노조 위원장이자 노동운동가인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을 재구성했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를 넘나들며 시런이 호파(알 파치노)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살핀다. 시런, 호파, 시칠리아 출신 마피아 러셀 버팔리노(조 페시) 등 당대 범죄 조직의 속사정과 정경 유착을 비추고, 세 남자의 우정과 배신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찰스 브랜트의 논픽션 '아이 허드 유 페인트 하우시즈(I Heard You Paint Houses)'를 원작으로 삼았다. '페인트칠'은 청부살인을 뜻하는 은어다.
30여년에 걸친 세 남자의 일대기를 그렸다. 러닝타임 3시간 29분에 달하지만, 전혀 지겹지 않다. 특수효과로 수십 년을 회춘한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등 70대 배우들의 명연기를 만날 수 있다.

클래식|피아니스트 지용 독주회
피아니스트 지용(28)이 세계인의 가슴을 두드린 건 2016년 LA에서 열린 그래미상 시상식 때다. 구글 안드로이드 '모노튠' 광고. 지용은 건반 88개 전부가 각자 자기 음을 내는 피아노와, 모든 건반을 '도(C)' 음만 내도록 획일적으로 조율한 피아노 사이를 오가며 베토벤 소나타 '월광' 3악장을 쳤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획일성이 아니라 다양성에서 나온다'는 메시지였다. 그 아티스트 지용이 12월 1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 'The age of Maturity'를 연다. 베토벤 소나타 '템페스트'와 베토벤 에로이카 변주곡,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하면서 성숙한 자신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전시|김택상 개인전
이 그림의 제목은 '여린진달래숨빛'이다. 오묘한 분홍이 그림에서 숨 쉬고 있다.
후기 단색화가로 불리는 김택상(61)의 개인전이 서울 창성동 리안갤러리에서 내년 1월 10일까지 열린다. 그는 색을 칠하는 대신 화면에 스며들게 한다. 물감을 극소량 물에 섞은 뒤 캔버스에 부어 잠기도록 하는 것이다. 침전과 건조의 반복으로 완성된 색의 층위가 숨 쉬는 빛의 회화로 변화한다. 작품 하나에 20년 가까이 걸린 경우도 있다. "내 그림은 발효 음식처럼 오랜 시간을 지나며 독특한 맛을 낸다." 그래서 전시작 'Breathing Light' 연작 17점은 단색화지만 단색에 머물지 않는다. 이를테면 호수나 하늘이 하나의 색이 아닌 것처럼. 무료.

뮤지컬|팬레터
1930년대, 동경 유학생이자 작가 지망생 정세훈은 '히카루'라는 필명으로 소설가 김해진에게 팬레터를 보낸다. 김해진은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채 편지만 주고받는 히카루와 사랑에 빠진다. 정세훈은 경성으로 돌아와 순수문학 동인회 '칠인회'의 사환으로 일하다가 김해진을 만난다. 그는 김해진과 히카루의 메신저가 되고, 그의 또 다른 인격이 되어버린 히카루는 김해진에게 집착하기 시작한다.
창작뮤지컬 '팬레터'는 2015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1 선정작이다. 뮤지컬이 꼭 흥겨운 노래와 현란한 무대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란 걸 보여준다.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콘서트|국악밴드 '이날치'
소리꾼과 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된 퓨전 국악 밴드 '이날치'가 어깨를 들썩일 만한 공연을 올린다. 가야금으로 팝송을 연주하는 식의 뻔한 무대가 아니다. 조선시대 명창 '이날치'에서 밴드 이름을 따온 만큼 베이시스트 장영규와 정중엽, 드러머 이철희 같은 각 분야 실력자가 모였다. 여기에 정통 소리꾼 다섯의 목소리가 얹혀 오묘하면서도 흥겨운 음악이 탄생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판소리 중 토끼와 자라 이야기를 다룬 '수궁가'의 몇 대목을 해체하고 뒤섞어 만든 색다른 음악을 들려준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얼쑤!'를 외치며 어깨춤이 절로 나올 것이다. 30일 오후 7시 경기 의정부시 평화로 493번지 '의정부 아트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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