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정취 더해줄 황홀한 맥주..버드나무 브루어리 하슬라·백일홍

취화선 2019. 9. 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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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의 양조장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백일홍 레드에일(왼쪽)과 하슬라 인디아 페일 에일(IPA). /사진=취화선
[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127] 맛있는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그 술이 우리 땅에서 만든 술이라면 왠지 더 기분이 좋다. 비록 그 술도가의 수석양조사가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 강릉의 양조장 버드나무 브루어리에서 빚은 맥주를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둘 다 깊어가는 가을밤 정취를 더해줄 만한 맥주라고 생각한다. 아, 버드나무 브루어리 수석양조사는 호주인이라고 한다. 여하튼 오늘은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하슬라 인디아 페일 에일(IPA)과 백일홍 레드에일을 순서대로 마신다.

버드나무 브루어리에 따르면 하슬라는 '큰 바다'라는 뜻이다. 강릉의 옛 지명이라고 한다. 그 이름처럼 바다의 풍미가 느껴지는 술은 아니었다. 하지만 좋은 술이었다.

하슬라는 아주 짙고 불투명한 호박색을 띤다. 잔에 따르면 입자가 거친 아이보리색 거품이 올라온다. 거품은 너무 빨리 사라지지도, 그렇다고 대단히 오래가지도 않는다.

잔에 코를 박는다. 자몽 향과 이름 모를 꽃향기가 올라온다. 마시면 자몽 냄새가 맛으로 변해 혀에 닿는다. 거기에 쌉싸름한 홉이 뒤섞인다. 자몽과 홉은 그러나 은은하게 그 존재감을 드러낼 뿐 결코 소리 지르거나 사납게 나서지 않는다.

보디감은 제법 묵직하다. 당연히 술술 잘 넘어간다. 삼킨 뒤에는 고소함과 쓴맛이 남는다. 나도 모르게 "아 진짜 맛있다"고 중얼댄다. 처음부터 끝까지 부드럽고 풍부하고 깊다. 평소 정통 IPA의 다소 강한 맛을 부담스러워 했대도 아마 하슬라만큼은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재구매 의사 있다. 알코올 도수는 6.1%. 360㎖ 한 병에 약 7000원.

이번에는 백일홍이다. 백일홍은 강릉을 상징하는 꽃이라고 한다. 나는 백일홍에 상당한 기대를 했다. 그 이름 때문이었다. 왠지 선명한 붉은색의 아주 독특한 맛을 가진 맥주일 것 같았다. 마셔보니 그렇지는 않았다.

빛깔부터 사실 조금 실망스러웠다. 백일홍의 빛깔은 불투명한 암적색, 그저 평범한 앰버 에일의 그것과 같았다. 아이보리색 거품은 입자가 다소 거칠지만 풍부하게 피어올라 꽤 오래간다. 냄새는 좋다. 시트러스와 꽃, 허브가 느껴진다.

맛을 본다. 역시 은근한 홉이 바닥에 깔리고 캐러멜, 견과류, 시트러스가 그 위에 켜켜이 쌓인다. 상당히 달다. 탄산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보디감은 보통이다. 피니시는 홉이 주도한다. 너무 강하지 않은 쓴맛이 상당히 오래간다. 볶은 맥아 덕분에 나오는 독특한 풍미라고 한다.

내가 실망한 것은 내 기대와 달랐기 때문이지 백일홍의 맛이 별로여서는 아니다. 맛있는 맥주다. 단맛과 쓴맛의 조화가 이채롭고 매력적이다. 당연히, 재구매 의사 있다. 알코올 도수는 6.2%. 360㎖ 한 병에 약 7000원.

강릉 버드나무 브루어리 양조장에 가면 바로 빚은 신선한 맥주들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병으로도 이렇게 좋았는데 생맥주로 마시면 또 얼마나 좋을까. 강릉에 여행 갈 일이 생기면 꼭 한 번 들러보겠다.

[술 칼럼니스트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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