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도 오지 않는 반반택시.. 기사들은 "그게 뭐죠?"

지난 1일 서울에서 택시 합승이 부활했다. 1982년 전면 금지된 지 37년 만이다. 이름하여 '반반택시'다. 동승자와 요금을 반반씩 나눠 부담한다는 뜻이다. 택시 기사가 승객을 고르던 과거와 달리, 휴대폰 앱이 비슷한 경로를 가는 승객끼리 무작위로 매칭해준다. 지난달 과학기술정통부에서 '규제 샌드박스' 특례 대상으로 지정했고 서울시에서도 승인했다. 심야에 택시를 잡기 어려웠던 시민들의 불편이 크게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지난 5~6일 본지 기자 11명이 서울 주요 지역에서 총 37회 호출해본 결과, 단 한 번도 합승에 성공하지 못했다. 아무리 불러도 탈 수 없는 '유령 택시'였던 것이다.
지난 5일 오후 10시 40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반반택시' 앱을 열고 합승 택시를 호출했다. 목적지는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10분이 지나자 '주변 택시가 모두 운행 중입니다'라며 호출이 자동 취소됐다. 오후 11시 목적지를 용산구 이태원으로 바꿨고, 20분 뒤 '동승자를 찾았으니 택시를 부른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러나 7분 후 '동승자가 호출을 취소했다'며 다시 취소됐다. 반반택시 호출을 시도한 50분 동안 강남역 1번 출구에 빈 택시 20여대가 손님을 태우기 위해 서 있었지만 반반택시는 잡히지 않았다.
반반택시를 타려면 이용 조건이 맞아야 한다. 오후 10시~오전 4시만 가능하며 동성(同性)끼리만 탈 수 있다. 인접 지역 1㎞ 이내, 동승 구간 70% 이상, 동승 시 추가 예상 시간이 15분 이하인 경우에만 매칭이 이뤄진다. 지난 5일 오후 10시 30분~6일 오전 1시 30분까지 본지 기자들이 시간과 지역을 달리해 30분~2시간 동안 반반택시를 호출했다. 5일 종로구 종각역에서 50분 동안 기다린 끝에 '메이트(동승자)가 구해졌다'며 배차를 받았지만, 사정이 생겨 취소한 이후 다시 1시간 동안 잡히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는 동승자를 1명도 구하지 못했다. 5일 오후 11시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경기도 광명시와 시흥시 방면으로 반반택시를 호출했지만 1시간 동안 1건도 잡히지 않았다. 요금이 더 높지만 배차가 쉬운 '익스프레스' 모드로 호출해도 마찬가지였다. 2번은 동승자를 구해 배차가 됐지만 곧바로 상대방이 취소했다.

반반택시가 잡히지 않는 것은 매칭 조건이 까다로운 데다 이용자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반반택시 앱 다운로드 수는 아직 5000건이 안 된다. 운영업체인 코나투스는 안드로이드용 앱만 내놨을 뿐, 애플 아이폰용 앱은 출시를 안 한 상태다. 코나투스 측은 "상징적인 의미에서 관련 행정 절차가 마무리된 1일부터 곧바로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현재는 이용자가 적어 매칭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고 밝혔다.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비스 개시 이후 택시 기사 약 3500명이 반반택시 기사용 앱을 깔았다. 대부분의 택시 기사는 반반택시에 대해 잘 몰랐다. 택시기사 송모(63)씨는 "반반택시는 못 들어봤다"고 말했다.
앱을 설치한 기사들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기사 박모(50)씨는 "밤에 종로에서 강남까지 1만원짜리 손님을 1시간에 세 팀 태우면 수지가 맞는데, 반반택시로는 1시간에 두 팀도 힘들다"며 "기사들이 단거리로는 반반택시로 손님을 태우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기사 대부분은 앱 조작에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반반택시 앱을 깔았으나 일반 택시로 운행하던 한 택시 기사는 "이 앱으로 요금은 어떻게 계산하냐"고 탑승한 기자에게 질문했다. 코나투스 김기동 대표는 "내주 이후 애플 앱스토어에 앱이 등록이 되고 나면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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