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은비, 드라마 '보좌관' 통해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다

'도은비'. 아직은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JTBC 드라마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 시즌 1'의 송희섭 의원실 9급 행정비서 '노다정'은 '퇴근 요정'으로도 유명하다. 노다정 역을 맡아 배우 인생에 첫발을 내디딘 배우 도은비는 벌써 자신의 캐릭터를 시청자에게 제대로 각인시켰다.
도은비는 극 중 고석만 보좌관(임원희 분)과 탕비실 간식을 놓고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전국의 호텔과 식당, 교통편 등의 의원실 자금이 들어가는 곳이면 모르는 것이 없는 행정 전문가로서의 모습도, 9급 행정비서 노다정을 충실하게 그려가고 있다.
도은비에게 '보좌관'은 시작이자, 앞으로 극 중 인물보다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시청자와 관객에게 새겨나갈 첫 디딤돌과도 같다. 생애 첫 '배우'라는 수식어를 단 도은비를 지난 23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에서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들어봤다. 노다정보다 더 유쾌하면서도, 노다정처럼 자기 일에는 확고하고 철저한 도은비를 마주할 수 있었다.

다음은 배우 도은비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 도은비라는 이름 앞에 '배우'라는 단어가 붙었다. 기분이 어떤가.
처음에는 실감이 안 났다. 내로라하는 대선배님들이랑 작품을 하는 것도 영광이다. 곽정한 감독님이 날 데뷔 시켜 주셨는데, 그것도 정말 감사하다. 원래는 실시간 댓글 같은 걸 잘 안 보려고 하는데 보게 됐다. 다행히 내가 나오는 장면에 대해 많은 분이 '다정이 또 퇴근한다', '다정이 뒤에서 기다린다, 퇴근시켜줘라'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만큼 나를 눈여겨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
▶ 주변에서는 뭐라고 하던가.
친구들이나 부모님 반응도 좋았다. 사실 내가 드라마를 시작하기 전에 한 화에 거의 한 신만 나온다고, 나는 비중이 없기 때문에 나를 보지 말고 드라마 전체를 봐달라고 이야기했다. 부담이 될까 봐 그런 것도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나온다는 것보다 '보좌관'을 봐달라는 식으로 말했다.
▶ 드라마 '보좌관'이 배우로서의 데뷔작이다. 어떻게 작품에 참여하게 됐나.
'보좌관' 오디션이 진행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시점에서 오디션을 준비하기까지 24시간도 남지 않아서 새로운 걸 만들어 가기는 어려웠다. 시간도 촉박하고, 자신감도 없었고. 그래서 기존에 내가 소속사 오디션 때 했던 연기를 들고 갔다. 아이유 선배님이 '나의 아저씨'에서 맡았던 이지안 역할을 준비했는데, 마침 다정이랑 비슷한 캐릭터였다. 시크하고 직업적으로도 비슷한 면이 있었다. 감독님이 연기를 다 보시고 나더니, 준비해 온 작품이 뭐냐고 물으셨다. 그래서 작품 설명을 간단히 드렸는데, 감독님이 다정이처럼 연기해볼 것을 주문하셨다. 그래서 그에 맞춰서 연기했는데, 감독님이 조금 변한 것 같다며 그 모습을 마음에 들어 하셨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합격했다.
▶ 빠르게 합격이 됐다.
되게 놀랐다. 나도 너무 놀랐는데, 소속사 과장님이 오디션에 같이 가셨다. 과장님이 합격했다는 말을 듣고 우셨다. 놀라우면서도 걱정이 많이 됐다. 오디션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계속 '어떡하지? 어떡하죠?'라고 했다. 촬영 현장에 가서 내가 민폐를 끼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몰려왔다. 그런 게 뒤섞이면서 잠을 못 이룰 정도였다. 그날은 정말 잠을 못 이뤘다. 그날 오디션 끝나고 1~2부 대본을 받았는데, 집에 가자마자 대본을 읽었다.

▶ 처음 대본을 받은 소감은 어땠나.
그러면 안 되지만 나는 정치랑은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처음 받은 대본을 4번 읽었다. 생소한 단어도 많고, 이게 어떻게 흘러가는지 갈피를 못 잡겠더라. 그때부터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배우라는 직업이 다양한 직업을 경험해볼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정보를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 드라마를 하는 배우가 되었는데 정치적인 정보를 모르니 대본 자체가 어렵게 느껴지고 안 읽히더라. 그래서 그때부터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자주 챙겨보기 시작했다. '보좌관'이 정치적 흐름과 현실적인 요소가 많은 드라마라 그걸 모르고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창피할 것 같았다. 그래서 대본이 나오면 보고 모르는 장면, 흐름, 단어를 바로 찾아봤다. 1~2부까지는 읽기 힘들었는데 그 뒤부터는 술술 읽혔다. 원래 작가님이 워낙 잘 쓰셔서 뒤로 갈수록 스펙터클하고 임팩트 있는 엔딩과 집중력이 있다. 그게 대본으로 봤을 때도 다 느껴졌다. 글로 봤을 때 되게 흡입력 있게 잘 읽혀서 내가 노력한 보람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 화도 빨리 나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대본을 기다렸다.
▶ 정치 공부를 한 만큼 영수증 붙이는 것도 연습을 많이 했나. 작은 부분이지만, 행정비서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데 말이다.
그 장면이 담길지 안 담길지는 모르지만, 제일 먼저 다정이에게 다가갈 수 있는 일이 뭘까 했을 때 영수증 붙이는 일이었다. 그래서 우선 연습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번 해봤는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 처음에는 쉽다고 생각했다. 그냥 이면지 뒤편에 영수증 붙이면 될 거로 생각했는데, 날짜도 맞춰야 하고 풀도 잘 붙여야 하고 차곡차곡 쌓아 올려야 했다. 영수증 길이도 다 다르니 총금액이 보이게 접어야 하고, 이게 되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 촬영장에서 틈틈이 붙였다. 그것조차 되게 재밌었다.
▶ 영수증 붙이는 것조차 재밌었다고.
촬영 현장에서 연기한다는 자체가, 그 시간이 정말 소중하다. 얼마나 그리던 시간이었겠나. 매체를 통해 데뷔하기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소중하다. 소중하고 값진 시간이다.

▶ 처음 촬영 현장에 가서 처음으로 대사를 하고 연기를 한 게 무슨 장면이었나.
강선영(신민아 분) 의원실 수석보좌관 고석만 역의 임원희 선배님이 저희 의원실에 찾아와서 홍삼 스틱을 뺏어가는 장면이었다.
▶ 드라마 촬영 현장에 가보니 어땠나.
나도 궁금했다. 글로 보는 거랑 화면으로 보는 거랑 너무나도 다르더라. 드라마를 처음 해보기도 하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게 처음이라 그 차이를 확연하게 느꼈다. 촬영장에서 연기하는 것도 다른데, 연기의 결과물을 TV로 보는 게 또 달라서 너무 신기했다.
▶ 현장에서 연기하면서 어떤 점이 어렵게 다가왔나.
우선은 내가 카메라 앞에서 연기해본 적이 처음이다 보니 카메라 구도, 앵글, 그리고 바스트 신을 찍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클로즈업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연기 전공이긴 하지만 현장에서 진짜 부딪혀가면서 배운 게 아니라 이번에 많이 배웠다. 그리고 처음에는 글로 표현된 대본을 접하게 되는데, 다정이가 대사는 많이 없고 표정이나 행동하는 게 많더라. 그걸 좀 더 어떻게 행동으로 표현해야 다정이의 캐릭터를 잘 보여줄 수 있을까 연구를 했다. 그리고 글로 표현되지 않은 부분은 다정이를 상상하며 만들어낸 부분도 있다.

▶ 배우들이 연기를 할 때 대본 지문에 나와 있지 않은 것, 특히 손을 어떻게 해야 할 지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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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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