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프리즘>'품격' 있는 왕실.. 왕위계승·결혼상대 놓고 '골치'

- ‘日王 즉위식’ 계기로 살펴본 세계의 왕실
바티칸 제외 총 28개국에 존재
英 엘리자베스 66년 최장 집권
日, BC 721년부터 지속…最古
왕위계승 조건 법으로 명문화
日, 女 배제 - 英, 직계男 우선
스웨덴은 절대적 장자 상속제
왕위계승권자 삶에 많은 제약
결혼시 왕의 동의…거부땐 박탈
해리왕자, 마클과 파격 혼인도
지난 10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부부가 공식적인 즉위 기념행사를 모두 마쳤다. 장장 반년에 걸친 축하 파티다. 5월 즉위식, 10월 즉위 선포식에 이어 이날 도쿄(東京) 시내 4.6㎞를 누비는 카퍼레이드가 마지막 행사였다. 즉위 선포식 때 일본열도를 강타한 19호 태풍 ‘하기비스’ 때문에 미뤄졌던 중요 행사다. 일왕 부부는 궁전, 국회의사당, 국회도서관, 아오야마(赤坂) 거리까지 오픈카로 행진하며 시민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연도에는 수많은 사람이 나와 새로운 국왕의 탄생을 축하했다.
많은 사람의 환영을 받는 외양과 달리 일본 왕실의 속내는 편안하지가 않다. 왕위 계승 문제에 대한 법 개정 논란 때문이다. 비단 일본뿐이 아니다. 왕위 계승을 둘러싼 법적·제도적·현실적 문제는 전 세계 왕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과제 중 하나다. 현재 전 세계에는 28개의 왕국이 유지되고 있고 왕실은 저마다 전통과 현재, 미래 사이에서 이런저런 고민이 많다.
◇4개 대륙에 28개국 왕실 유지 = 전 세계에서 국왕이 존재하는 국가는 교황이 통치하는 바티칸을 제외하면 총 28개국이다. 유럽에 10개국, 중동과 동·남아시아에 각각 7개국, 6개국, 아프리카에 3개국, 오세아니아에 2개국이 존재한다. 최장 재임 기간을 자랑하고 있는 왕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으로 1953년 대관식을 치른 이래 66년째 왕위를 지키고 있다. 스페인 왕실은 프랑스 루이 14세 혈통을 이어받은 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유럽 내 가장 역사가 깊은 왕조다. 가장 오래된 왕조는 일본으로 기원전 721년부터 단일 혈통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왕조의 공통된 과제는 혈통의 연속성이다. 왕이 왕으로 존재하려면 왕의 혈통을 이어받는 후계를 만드는 작업에 성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 왕위 승계 놓고 진통 = 현대 입헌군주국 대부분은 왕위 계승을 위한 조건과 과정을 법으로 명문화하고 있다. 가장 높은 순위의 후보가 왕위를 이어받는 식이다. 일본의 경우도 헌법에 왕위 계승을 위한 법률인 황실전범(皇室典範)으로 명문화했다. 영국의 경우 1701년 제정된 왕위계승법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전제 왕조를 유지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도 기본통치법과 왕실충성위원회법에 의거해 왕위 계승자를 결정한다. 역시 왕의 권한이 절대적인 태국 왕실의 경우에도 1924년의 궁정승계법에 따라 왕위 계승 순위가 결정된다.
계승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은 국가별로 다르다. 유형별로는 크게 △여성을 왕위 계승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살리카법’ △남성에게 우선권을 주지만 친척을 통틀어 남성이 없을 경우 여성에게 왕위가 넘어가는 ‘준살리카법’ △성별에 상관없이 무조건 태어난 순서대로 하는 ‘절대적 장자 상속법(Absolute Primogeniture)’ △직계 남자에게 우선권을 주되 여성에게 넘어갈 수 있는 ‘장자 상속법’ 등이 있다. 입헌군주국의 경우 남녀 차별이 없는 ‘절대적 장자 상속법’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데, 일본의 경우 아직 살리카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비판 여론이 높다. 일본에서 살리카 방식이 바뀔 경우, 왕위 계승 1순위는 나루히토 왕의 동생인 후미히토(文仁) 왕세제 대신 딸인 아이코(愛子) 공주에게 넘어가게 된다. 현재 후미히토 왕세제의 아들로 왕위 계승 2순위의 히사히토(悠仁) 왕자도 절대적 장자 상속법으로 바뀐다면, 아이코 공주와 두 누이인 마코(眞子), 가코(佳子) 공주에 이어 5순위로 밀려나게 된다. 지난 2011년 장자 상속제에서 절대적 장자 상속제로 법을 변경한 영국의 경우 이전 출생자들까지 장자 상속을 적용받고, 이후 출생자들의 경우 나이에 상관없이 먼저 태어난 이에게 우선권이 있다. 스웨덴의 경우엔 원래 왕위 계승 1순위가 1979년생 칼 필립 왕자였으나 그해 절대적 장자 상속법으로 법이 개정되면서 1977년생인 빅토리아 공주에게 왕위 계승 순위가 넘어갔다.
◇왕위 계승자, 결혼·직업 선택에서도 제약 = 왕위 계승자들이 풍족한 삶 속에서 무한의 자유와 특권을 가질 것이라는 추측은 오해다. 현실에서는 직업이나 배우자 선택, 종교 등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과거 왕위 계승권자들은 반드시 결혼에 있어 현 국왕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왕위 계승권이 박탈됐다. 또한 영국 국교회나 개신교 신자가 아닐 경우에도 왕위가 박탈됐다. 왕위 계승 순위 4위 이내의 사람과 그 배우자들은 왕실을 대표하는 사절로 공식 행사 등에 참가할 수 있지만 나머지 계승권자들은 법적, 공식적 직함을 갖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이후 법 개정 등을 통해 결혼할 때 왕의 동의를 얻어야 되는 사람은 계승 순위 6위 이내의 사람들로 줄었다. 종교적 제약도 사실상 해제됐다. 영국 왕실의 경우 에드워드 8세가 왕실에서 인정하지 않는 스펜서 부인과의 결혼을 강행하면서 국왕직에서 퇴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결혼한 해리 왕자의 아내 메건 마클 왕자비가 주목받았다. 이혼 경력이 있는 데다 외국 평민 출신의 가톨릭교도, 심지어 유색인종이라는 금기를 모두 깨고 영국 왕실의 축복 속에 결혼했고, 해리 왕자의 계승권도 유지됐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스웨덴 등에선 정부와 의회가 왕위 계승권자의 결혼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의 동생인 고(故) 요한 프리소 왕자는 마약조직 두목과의 연애 경력을 의심받던 인권운동가 마벨 비세 스미트와 결혼을 강행하면서 왕위 계승권을 잃기도 했다. 현 스웨덴 국왕인 칼 구스타프 16세의 경우 평민 출신이자 외국인이던 실비아 좀멀라트와의 결혼을 위해 의회 및 부모와 ‘전쟁’을 벌인 끝에 결혼을 승인받았다. 그의 딸 빅토리아 공주의 경우에도 개인 헬스 트레이너였던 올로프 다니엘 베스틀링과 결혼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진통을 겪었다.
◇왕위 계승 전쟁도 ‘법적 구속력’ 적용돼 = 여전히 몇몇 왕실 등에서 왕위 찬탈이나 후계자 교체가 일어나지만 이때에도 명분상 ‘계승법’에 따른다는 대원칙을 부정하지 못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의 경우 원래 국왕이 지명한 후계자 1∼3명을 왕실충성위원회에서 검토해 차기 국왕을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현 국왕이 지난 2015년 즉위 이후 제1 왕위 계승권자였던 이복동생 무끄린 왕세제를 즉위 직후 실각시켰고, 다음 왕세자가 됐던 조카 무함마드 빈 나예프 또한 비리 혐의로 가택 연금에 처하고는 자신의 아들 무함마드 빈 살만을 차기 후계자로 책봉했다. 이 과정에서 왕실충성위원회가 허수아비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같은 왕위 계승 전쟁이 벌어지는 데에는 사우디 건국 이후 지켜져 왔던 ‘형제 승계’ 원칙이 2세대 왕자들이 고령이라는 현실적 한계 때문에 그다음 3세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벌어진 진통으로 풀이된다. 카타르의 경우도 전임 국왕인 하마드 빈 할리파 알사니가 궁정 쿠데타를 일으키는 데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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