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바닥을 골프공처럼? 공기저항 깎기 달인들

조회수 2019. 10. 21. 18:00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우수한 공력(空力)은 성능이 같아도 더 빨리 더 멀리 가도록 하는 치트키다. 공력 척도 중 하나인 공기저항계수를 따져보자
쉐보레 카마로

자동차 외부의 공기 흐름은 차에 여러 가지 영향을 끼친다. 주행하는 차에 저항으로 작용하고 소음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다. 차가 흔들리거나 미끄러지는 등 불안정한 움직임을 유발하기도 한다. 바깥으로만 흐르지도 않는다. 일부는 반드시 엔진룸을 통과하거나 실내로 들어와야 한다. 휠하우스 안쪽, 바퀴 주변을 요동치며 통과하는 공기 흐름도 무시할 수 없다.

페라리 P80 / 폭스바겐 I.D. R

아주 빠른 속도로 질주하며 엄청난 성능을 과시하는 스포츠카를 만든다면 차체가 들뜨지 않고 바퀴가 안정적으로 지면에 붙어 제 성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공력성능이 중요하다. 고성능을 담보하는 냉각 시스템을 위해, 열 배출이 용이하도록 커다란 통풍구를 여럿 만들기도 한다. 고성능 스포츠카가 아닌 일반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가 공력에 집중하는 주된 요인은 연비다.

자동차 공기저항에 대한 연구는 100년 전부터 시작했는데, 대중에게 판매하는 양산차 분야에서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연구와 적용이 활발해진 계기는 1970년대 석유파동이다. 속도 제곱에 비례해 커지는 공기저항을 줄이면 같은 에너지로 더 빨리 달리고 멀리 간다. 자동차연비를 개선하는 방법은 파워트레인 효율을 높이거나 무게를 줄이는 등 여러 가지지만, 현재 첨단기술을 통틀어 공기저항을 낮추는 것만큼 투자 대비 큰 효과를 거두는 방법은 없다.

공기저항을 줄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전체 형상을 떨어지는 물방울, 또는 비행기 날개 단면처럼 매끈한 유선형으로 만들면 된다. 바퀴는 차체로 덮어 보이지 않도록 하고. 하지만  이를 위해 실내 공간이나 충돌 안전성, 가격이나 디자인을 포기할 수는 없다. 자동차회사는 전산 유체역학(CFD)과 컴퓨터 이용공학(CAE) 시뮬레이션, 윈드터널 테스트를 활용해 아주 미세한 수정을 반복하며 공력성능을 다듬어 나간다. 

보통 ‘공기저항계수’라고 말하는 Cd(coefficient of drag, 이하 Cd) 값은 공기역학적 형상의 효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이 값은 윈드터널에서 차에 작용하는 공기저항을 측정한 뒤 계산식을 이용해 얻는다. 보통 숫자가 작을수록 공기저항이 작고 공력성능이 우수하다고 말한다. Cd를 0.24에서 0.23으로 0.01 낮추면 시속 140km에서 100km당 연료소모를 0.2L, 혹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5g 줄일 수 있다. 무게 감량으로 이 정도 개선을 이루려면 최소 50kg, 시속 140km에서는 200kg을 줄여야 한다.

공기저항에는 Cd뿐 아니라 전면 투영면적(차를 정면에서 봤을 때 외곽선이 만드는 너비)도 큰 영향을 끼친다. 공기저항은 Cd에 전면 투영면적을 곱한 저항 면적(CdA)으로 따진다. 따라서 크기가 다른 차를 비교할 때 단순히 어느 한쪽의 공기저항계수가 낮다고 해서 공기저항 또한 작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공력설계와 별개로 자동차 전면 투영면적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탑승자의 신체가 커지면서 전체 차 크기도 커져야 하고, 넉넉한 배터리 공간이 있어야 하는 전기차가 늘고 부피 큰 SUV가 인기를 끌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커지는 전면 투영면적 때문에 공력설계가 더 중요해졌고 Cd는 공력에 얼마나 공들였는지 보여주는 숫자로 인정 받는다. 자동차회사가 일반인은 별 관심 없는 이 숫자를 굳이 광고에 이용하고 때로는 누가 더 낮게 깎았는지 경쟁하듯 보이는 이유다.

1990년 국내에 선보인 대우 에스페로의 Cd 0.29는 획기적이었다. 이제는 승용차라면 그 정도는 당연한 수준이다. 특출나지 않아 보이는 차 중에도 0.25 내외가 적지 않다. 최신 벤츠 GLE는 SUV인데도 0.29를 달성했다. 현재 양산차 최고 수준은 0.22에 머문다. 0.20은 양산차가 넘을 수 없는 사차원벽으로 통한다(GM 전기차 EV1이 Cd 0.195를 기록하긴 했다). 0.20 미만 Cd를 실현하고 공기저항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길고 매끄러운 차체에 날씬한 꽁무니와 폭 좁은 바퀴를 적용하는 등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꽁무니를 길게 잡아 빼는 변신 기술까지 적용해 Cd 0.19를 실현한 메르세데스-벤츠의 콘셉트카 IAA처럼 말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콘셉트 IAA 

IAA는 2015년 이 차가 데뷔한 프랑크푸르트모터쇼를 뜻하는 동시에 지능형 공기역학 자동차(Intelligent Aerodynamic Automobile)를 가리킨다. 4도어 쿠페 차체는 버튼 터치 또는 시속 80km를 넘으면 자동으로 ‘디자인 모드’에서 ‘공력 모드’로 변형된다. 차체 꽁무니에 숨겼던 8개 세그먼트가 뒤로 뻗어 길이가 최대 390mm 길어진다. 앞범퍼 측면 플랩은 25mm 바깥으로 튀어나오면서 뒤로 20mm 이동해 앞  끝과 휠아치 주위 공기 흐름을 개선한다. 휠 모양도 달라진다. 액티브 휠 곡면이 55mm부터 0까지 평편하게 바뀐다. 앞범퍼 하단 루버는 뒤로 60mm 이동해 하부 공기 흐름을 개선한다.

바이오닉 

아이오닉의 오타가 아니다. IAA보다 10년 앞서 벤츠가 선보였던 콘셉트카 이름이다. 낮은 공기저항 계수 실현을 위해 옐로 박스 피시, 즉 거북복을 본떠 만든 괴상한 차체 덕분에 늘씬하거나 길지 않은 박스 형태 4인승 차인데도 Cd 0.19를 실현했다.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 세단

현재 양산차 중 가장 낮은 공기저항 타이틀은 메르세데스-벤츠가 갖고 있다. 주인공은 A-클래스 세단. 보닛과 트렁크가 짧아 늘씬하기는커녕 몽땅해 보이지만 외관만으로 판단하는 선입견은 금물. Cd 수치가 0.22에 불과하고 저항 면적 Cd×A는 0.49m² 미만이다. 세그먼트에서 가장 널찍한 뒷좌석 머리 공간 여유(벤츠 주장)를 제공하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더 놀랍다. 새로운 세대로 거듭나며 뚜렷하게 커진 실내 공간과 더 큰 바퀴에도 불구하고 이전 세대보다 세심하게 줄인 전면 투영면적(2.20m²에서 2.19m²로 감소)도 이례적이다. 휠베이스(2729mm)는 같지만 공력성능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A-클래스 해치백은 Cd 0.25로 꽁무니가 긴 모델과 적잖이 차이가 난다. 그래도 구형 모델의 0.26과 비교하면 발전했다.

A-클래스 해치백 / 세단

A- 클래스 세단은 다양한 계산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윈드터널 측정을 반복해 세부사항까지 최적화했다. 외관 전체 형태뿐 아니라 여러 가지 수단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신기록을 달성했다. 엔진 베이, 메인 플로어팬, 뒷차축 부근, 디퓨저에 이르는 차체 아래쪽을 거의 모두 패널로 덮었다. 헤드램프 주위에도 실링 처리를 하는 등 실링 콘셉트를 폭넓게 적용했다. 앞뒤 바퀴 휠 스포일러는 바퀴 주변 공기가 최대한 효율적으로 흐르도록 최적화한다. 휠과 타이어도 정교한 튜닝을 거쳤다. 시장에 따라 적용하는 라디에이터 그릴 셔터 시스템은 엔진 베이를 통과하는 공기 흐름을 최소화한다.

최근 수년 사이 벤츠 세단의 공기저항은 20%가량 낮아졌다. 디지털 개발 과정을 고도화해 빠르고 정확한 계산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요즘 자동차 디지털 모델은 1억 개 이상 셀 구성이고 하룻밤 사이에 99% 이상 정밀도를 보장하는 결과를 얻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6개월이 걸렸고 결과도 부정확했다.  벤츠는 빠르고 정밀한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크게 세 가지 부분에서 공기저항 개선을 이뤘다. 엔진룸을 통과하는 공기 흐름, 앞바퀴 주변 및 내부, 그리고 차체 하부다. 대표적인 개선 방법으로 최신 세대 액티브 라디에이터 셔터, 3D 휠 스포일러, 슬롯형 휠아치 라이너 및 공력 휠 사이 복잡한 상호 작용, 완전히 덮은 언더 보디, 일부 모델의 액티브 제어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이밖에도 앞범퍼의 모든 가장자리부터 테일램프 렌즈에 달린 작은 스포일러 립 각도에 이르기까지 공기 흐름과 차체로부터 이탈을 원활히 하기 위해 구석구석을 살핀다.

1세대 CLA 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 CLA 

벤츠 공기역학 엔지니어들은 30년째 새로운 기록 수립을 반복한다. 2009년에는 E-클래스 쿠페 블루이피션시 모델이 Cd 0.24로 양산차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신형 A-클래스 세단 직전에 세계 최고기록을 보유했던 차는 다름 아닌 CLA다. A-클래스에 세단 모델이 없던 시절 그 역할을 대신했던 4도어 세단… 쿠페. 2013년 나온 1세대 CLA는 기본 0.23, CLA 180 블루이피션시 에디션은 0.22 Cd 수치를 달성했다. 저항 면적 기준으로는 0.51m²와 0.49m². A필러 배치와 사이드미러를 최적화하고 공력 설계한 알로이 휠 및 휠아치 스포일러를 적용한 결과다. 

2011 벤츠 B-클래스(Cd 0.26)에 적용된 휠 스포일러(가운데 사진)

특허받은 휠 스포일러는 바퀴로 공기 흐름을 꺾고 톱니 모양 가장자리로 파동을 안정화하는 등 세 가지 이상 방법으로 휠아치 안쪽의바람직하지 않은 난기류를 줄인다. 한편 뒷차축 중앙부를 포함해 차체 밑면을 덮고 공력적으로 최적화한 배기 소음기와 디퓨저를 적용해 차체 하부를 통하는 공기 흐름을 향상했다. 1세대 CLA는 공기저항뿐 아니라 공력음향, 즉 풍절음 저감 면에서도 탁월해 4도어 쿠페의 감성적인 디자인에 기술적인 효율까지 챙겼다고 자랑할 만했다.

2세대 CLA / CLA 슈팅브레이크

현재 2세대로 거듭나면서 CLA 외관은 더욱 세련되고 날렵하게 진화했다. 비슷한 크기, 같은 플랫폼인 A-클래스 세단과 비교해도 더 낮고 늘씬하게 빠진 몸매를 차별점으로 꼽을 정도다. 그렇다면 차체 크기가 전반적으로 커진 2세대 CLA Cd 수치는 얼마일까? 의외로 A-클래스 세단보다 못한 0.23이다. 업계 평균과 비교하면 여전히 굉장한 수준이지만 겉모습으로 판단한 선입견은 금물이다. 벤츠의 공력 전문가는 모델에 따라 서로 다른 요구와 이해 상충 때문에 모든 모델이 이전보다 공기역학적이지는 않다고 설명한다. CLA의 왜건 모델인 CLA 슈팅브레이크는 Cd 0.26이다. CLA의 강점인 공력 특성을 그대로 이어받았지만 상대적으로 급격하게 낮아지는 뒷부분이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쳐서다.

메르세데스-벤츠 GLE 

최신 GLE의 Cd는 세그먼트 최고 수준인 0.29다. 제대로 된 SUV 형태 차가 0.30 미만 공기역학계수를 달성한 사실이 놀랍다. GLE의 전신인 M-클래스 1세대 모델이 Cd 0.40, 이전 GLE가 0.32였던 점을 고려하면 실로 대단한 발전이다. GLE는 필요할 때만 열리는 액티브 쿨링 에어컨트롤 시스템을 라디에이터 그릴 뒤에 배치했다. 가능하면 공기 흐름을 차체 주변으로 유도한다. 아울러 공력 형상 디플렉터가 달린 휠 스포일러를 개발해 앞바퀴 전방에 달았고 뒷바퀴 앞에도 휠 스포일러를 추가했다. 

공기저항뿐 아니라 운전자 귀 가까이서 소음을 일으키는 난기류를 발생하는 사이드미러도 최적화했다. A필러 주변 공기 흐름 개선과 함께 비가 올 때도 측면 유리창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효과까지 챙겼다. 후미 난기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루프 스포일러와 테일게이트에서 D필러로 연결되는 사이드 스포일러, 리어 라이트 주변 스포일러 립 형상을 만들었다. 

지상고가 높은 SUV인 만큼 하부 디테일 개선도 공력 효과가 컸다. 차체 하부 넓은 면적과 프로펠러 샤프트 터널을 덮었다. 연료탱크와 뒷차축을 평편하게 덮고 공력적으로 최적화한 디퓨저로 저항 감소와 함께 난기류가 일으키는 하부 저주파 바람 소리를 억제했다. 공력 엔지니어에게 가시와도 같은 바퀴는 공력 휠에 가까운 방법으로 최적화했다. 심지어 타이어 사이드월의 글자까지 우묵하다.

메르세데스-벤츠 EQC 

순수 전기차인 EQC는 SUV이지만 의도적으로 루프레일을 제거했다. 디자인 목적뿐 아니라 공력성능 향상을 위해서다. 루프레일이 없는 승용차와 마찬가지로 캐리어 시스템을 붙일 방법은 있다. 19~21인치 알로이 휠은 휠아치와 평탄하게 연결되도록 공력적으로 고안했다. 깊숙한 루프 스포일러, 단차 없이 연결한 뒤범퍼와 테일게이트는 Cd 0.29 실현에 기여한다. 옵션 품목인 발판과 19인치 공력 휠을 적용하면 0.28까지 낮아진다. AMG 19인치 공력 휠과 발판, 앞뒤 범퍼 가까운 하부에 공력 사양을 추가한 AMG 라인 익스테리어 모델(4분기 유럽 출시 예정)은 Cd 0.27을 제시한다.

아우디 e-트론 EQC 

경쟁모델 중 하나인 아우디 e-트론 역시 Cd 0.27을 실현했다. 단 옵션인 버추얼 익스테리어 미러(전문용어로 ‘카메라 백미러’)를 적용한 경우다. 거울대신 날개처럼 튀어나온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대시보드와 도어 사이에 배치된 OLED 디스플레이로 보여준다. 일반 거울 사이드미러 보다 (미러포함) 차폭이 15cm 좁고 공기저항뿐 아니라 풍절음 감소에도 효과가 크다. 물론 일반 사이드미러를 달더라도 Cd 0.28로 여전히 우수하다. 동등한 일반 자동차보다 Cd를 0.07 낮춘 덕분에 WLTP 기준 1회충전주행거리가 35km 증가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아우디는 설명한다. e-트론 같은 전기차의 Cd를 0.01 개선하면 현실에선 5km를 더 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결과를 얻기까지 e-트론은 1000시간 이상 윈드터널 테스트를 거쳤다. 순수 전기차지만 싱글프레임 그릴 뒤에는 2개의 전동식 루버가 있다. 구동계 냉각이나 에어컨 컨덴서 통풍을 위해 필요한 때만 루버를 연다. 앞바퀴 휠아치로 연결된 덕트도 브레이크 냉각이 필요한 경우에 연다. 휠아치로 연결된 옆쪽 흡기구(에어커튼)를 통과한 공기는 공력 디자인의 19인치 휠 겉면을 지난다. e-트론 역시 타이어 사이드월의 글자가 튀어나오지 않도록 했다.

차체 바닥면은 뒷바퀴 서스펜션 커버를 포함해 전체를 평편하게 덮었다. 특히 승객 탑승부 아래에 배터리 보호를 위해 설치한 알루미늄 판에는 골프공의 딤플처럼 생긴 홈을 여러 개 만들어 공기 흐름을 개선했다.

참고로 잉골슈타트 아우디 윈드터널 은  지름 5m 저소음 팬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정숙한 자동차 윈드터널(아우디 주장). 2.6메가와트 출력으로 최대시속 300km를 재현한다.

잠깐, 윈드터널?

현대차그룹 윈드터널

현대차 남양연구소에는 국내 최대 규모와 최고 시설을 자랑하는 윈드터널(신차 소음·공력 풍동)이 있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1995년부터 1999년까지 450억원을 투자해 지었다. 일반 자동차 시험은 차가 달리면서 하지만 윈드터널에서는 차를 고정해놓고 바람을 불어서 한다. 특히 최근 들어 공기역학 성능을 개선할 여지가 남은 부위로 바퀴 주변 유동을 중시해 2015년 100억원을 들여 지면 재현장치(롤링 로드 시스템)를 추가했다. 바람이 부는 속도에 맞춰 벨트로 바퀴를 회전시키며 타이어 주변이나 차 하부 유동을 정밀하게 들여다본다.

메인 팬으로 만든 바람이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한 다음 노즐을 통해 나온다. 노즐 크기는 폭 방향 7m, 높이 방향 4m로 28m²다. 승용차부터 트럭까지 시험하는데, 윈드터널이 수용하는 차 크기는 노즐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버스 등 큰 차는 2분의 1 크기로 축소해서 평가하기도 한다. 최고시속 200km까지 측정할 수 있는데 보통 시속 60~180km 기준으로 한다. 바람이 불면 차가 받는 힘을 턴테이블 아래쪽에 있는 밸런스에서 측정한다. 수직 방향 힘만 측정하는 일반 저울과 달리 이곳 밸런스는 3방향 힘과 모멘트를 동시에 측정하는 정밀장비다. 차 위에 볼펜 하나만 얹어도 감지할 정도. 밸런스 가격만 50억원에 이른다. 

노즐에서 바람이 나와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차 주변 공기 유동을 보기 위해 파라핀계 오일을 태워서 하얀색 연기를 만든다. 연기가 차체 표면을 따라 큰 교란 없이 잘 흘러가면 개발을 잘했다고 볼 수 있다. 보통 신차 개발 때 디자인 초기 단계부터 출시 전까지 수백 회 풍동 시험을 해 공기저항을 10% 정도 개선해낸다. 고속 연비 기준으로 6% 효율 향상 효과다.

메르세데스-벤츠 진델핑겐 윈드터널 

벤츠는 아주 오래전부터 윈드터널 시험을 해왔는데(1939년 실차 시험이 가능한 윈드터널을 갖췄다) 진델핑겐 윈드터널은 2013년 가동을 시작한 비교적 최신 시설이다. 괴팅겐 설계를 따라 측정 구간을 거친 공기는 블로워에서 다시 시속 265km까지 가속된다. 가속된 공기는 불필요한 난류및 회오리를 제거하는 구간과 28m² 크기 노즐을 거쳐 측정 구역에 도달한다. 광범위한 소음 절연 조치를 통합해서 시험차의 내부 및 외부 바람 소음을 측정하는 음향 터널로도 사용한다. 시속 140km에서도 측정 구간을 흐르는 공기는 속삭임처럼 조용하다.

19m 길이 측정구간 중심에는 무게가 90t에 이르는 컨베이어 벨트 및 밸런스(저울) 턴테이블이 있다. 개별 벨트 컨베이어 5개가 도로를 시뮬레이션해 도로와 차체 하부의 상대적 움직임에 따른 공기 흐름의 영향을 살피도록 한다. 컨베이어 벨트와 밸런스 시스템은 지름 12m 턴테이블에 통합됐다. 즉 차의 주행 방향뿐 아니라 측풍 등 다른 방향의 공기 흐름을 측정하기 위해 차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민병권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