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량 소·돼지의 1%.. '친환경 단백질원' 각광 [연중기획 - 지구의 미래]
안녕하세요? 저는 귀여운 꽃벵이입니다. 언제 피는 꽃이냐고요? 아… 저는 식물이 아니라 동물, 그러니까 아기 흰점박이꽃무지입니다. 붉은점모시나비 같은 나비냐고요? 아휴, 정말. 그래요. 저는 굼벵이입니다, 굼벵이. 여러분이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며 하등동물로 무시하고, 징그러운 벌레 취급이나 하는 그 굼벵이요. 사실 저도 전기자동차나 태양광발전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지구온난화 시대의 주목받는 스타입니다. 그러니 굳이 정부가 공모까지 해서 꽃벵이란 애칭을 지어주지 않았겠어요? 식품계 데뷔 6년차에도 ‘만년 기대주’에 머무르고 있다는 게 함정이죠. 그래서 오늘 저는 왜 저의 스타성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지 돌아보고자 합니다.

제가 미래 먹거리로 거론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후반 과학자들이 ‘소 방귀도 온난화 주범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부터죠. 처음엔 저도 콧방귀 뀌었죠. 그런데 2013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왜 곤충을 먹어야 하는지’ 설명하는 200쪽 분량의 방대한 보고서를 내놓은 걸 보니 ‘나에게도 볕들 날이 찾아오는구나’ 싶더군요.

한국은 FAO 보고서가 나오기도 전인 2010년 ‘곤충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5년마다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2012년 383개소였던 곤충 사육농가는 지난해 2318개소로 500% 이상 늘었는데, 전국 양돈농가(약 6100가구)의 3분의 1에 이르는 규모입니다.

이경철 그린에듀텍 대표는 서울 한 게임회사의 컴퓨터 프로그래머였습니다. 가족 간병을 위해 장기휴가를 내고 경북 예천에 내려왔다가 우연한 기회에 식용곤충사업을 하게 됐는데요, 그는 겉에서 보는 것과 다른 속사정을 말합니다.
“식용곤충사업을 시작하는데 초기 투자비용은 198㎡(60평) 기준으로 5000만원, 요새는 3000만원까지 내려왔습니다. 여기서 두 명이 흰점박이꽃무지를 키우면 연소득이 3500만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판로만 뚫으면 된다’는 생각에 우후죽순 사업에 뛰어들죠. 그랬다가 식품안전 문제나 병충해로 폐업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봤습니다.”
그는 시급한 과제로 규격화(매뉴얼화)를 꼽았습니다.

“철수네 갈색거저리(밀웜)는 120도 7기압으로 5분간 스팀 살균하면 균이 모두 죽습니다. 그런데 동수네 밀웜은 150도 9기압으로 10분을 살균해도 균이 안 죽어요. 철수네와 동수네 사육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갈색거저리를 받은 공장은 도저히 멸균·살균조건을 맞출 수가 없겠죠.”
예천군에는 곤충 농가가 30곳, 생산량도 30t가량 됩니다. 농가당 1t씩 생산하는 셈이죠. 그런데 곤충 1t을 가루로 내면 150㎏밖에 안 된다네요. 곤충으로 가공식품을 만들려면 t 단위로 분말이 필요하니 여러 농가와 계약이 돼야 하는데 사육법이 표준화돼 있지 않으면 시장이 커지기도 어려운 거죠.
물론 국립농업과학원이 발간하는 ‘식용곤충 표준사육 지침서’가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장수풍뎅이 애벌레 건조방법의 경우 ‘장기보존 및 이용효율을 높이기 위해 열풍건조 또는 냉동건조하여 보관하는 것이 유리하다’ 정도로만 언급돼 있습니다.

저희도 병원균에 감염돼 폐사하지만 예방백신을 맞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제일 무서워하는 건 녹강병과 백강병인데, 일종의 곰팡이병이라고 보면 됩니다. 귤 상자 안에서 곰팡이가 핀 귤 하나를 그냥 놔두면, 하루 만에 여기저기 곰팡이가 번지는 걸 본 적 있으시죠? 이 균도 한 번 생겼다 하면 무서운 속도로 번집니다.
얼마 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에서 미생물을 이용해 방제 균주를 만들어 민간에 기술이전을 했는데 이전까지는 락스 같은 약제를 썼다고 하네요.
유상미 자원관 환경미생물연구팀 전임은 “뉴스만 보면 곤충산업이 팽창하는 것 같지만, 실제 농민이 느끼는 건 좀 다른 것 같다”며 “국가 연구개발(R&D) 인력이 표준화된 사육기술을 개발해 민간에 이전하는 것이 좀 더 활성화되면 곤충산업이 자리 잡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공급 쪽의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큰 장벽이 남습니다. 바로 우리를 향한 여러분의 혐오감이죠. “저희가 얼마 전 한 엑스포에 참여했는데 ‘곤충 아이스크림’이라고 하니까 아무도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다음날 ‘프로틴(단백질) 아이스크림-달걀 3개 분량’이라고 써 붙였더니 없어서 못 팔았어요.”(이 대표)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추계를 낼 즈음 식용곤충 등록이 기존 3개에서 7개로 늘어날 예정이었다”며 “그래서 식용 시장이 활짝 열릴 것으로 내다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식용곤충을 기르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식품원료로 인정받아야 하는데, 2014년 이전까지는 전통적으로 섭취해 온 메뚜기나 맥강 잠, 식용누에만 등록돼 있었죠. 2016년부터 밀웜 애벌레와 쌍별 귀뚜라미, 장수풍뎅이 애벌레, 그리고 제가 등록됐고요.
이 관계자는 “지난해 판매액이 전수조사된 것은 아니라 실제로는 더 많을 수 있지만, 당장 내년에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는 사실 좀 어려워 보인다”고 했습니다.
제가 식품계에서는 그래도 ‘기후변화 시대의 역군’으로 평가받는데, 진짜 주역이 되는 길은 멀고 험한가 봅니다.

식용 곤충을 대형마트나 동네 슈퍼마켓에서 구하기란 쉽지 않다. 아직까지 식용 곤충은 근육을 키우기 위해 먹는 단백질 보충제나 환자식에 주로 쓰여 저변이 넓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찾아보면 곤충을 먹기란 어렵지 않다.
인터넷에서 식용 곤충을 검색하면 건강식품이나 에너지바 등 몇 가지 곤충 식품이 뜨는데, 말린 고소애(갈색거저리 애벌레)는 통째로 먹기에 가장 부담이 없다. ‘벌레’라는 선입견만 없으면 감자깡이나 새우깡처럼 생긴 데다 실제로 말린 새우 맛이 난다.

김수희 경민대 교수(호텔외식조리학)는 “요즘에는 곤충, 특히 고소애 분말은 매우 잘 나오는 데다 지방이 제거된 탈지분말이라 단백질 함량이 높다”며 “적은 양으로도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예천=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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