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레날린 제조기 부활, 두카티 하이퍼모타드

‘슈퍼’도 아니고 ‘하이퍼’모타드라는 이름을 붙인 두카티. 강력한 엔진 파워와 경쾌하고 짜릿한 운동성, 그리고 고유한 스타일까지 갖춘 하이퍼모타드는 두카티가 선보인 이래 꾸준히 마니아들을 자극해 왔다.

오프로드 바이크가 온로드를 무대로 변화하면서 슈퍼모타드 장르가 만들어지고 거기에서 짜릿한 의외의 즐거움을 안겨줬듯, 두카티의 하이퍼모타드와 같은 종류는 나름의 즐거움이 무기다. 일단 배기량이 큰 엔진으로 강력한 파워를 갖추면서도 체급에서 오는 무게와 덩치를 최소화하고 운동성만을 고집해 만들면서도 컨트롤이 최대한 간편한 라이딩 포지션을 연출한 것이다. 그 조화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낸 두카티 하이퍼모타드는 처음 등장부터 남다른 집중을 받았다.

마치 체급을 낮추고 하드 트레이닝을 받은 메마른 복서와 같이 갈비뼈를 닮은 앙상한 프레임이 거대한 L트윈 엔진과 연결되어 있고, 바짝 치켜 든 듀얼 사일렌서와 늘씬한 차체는 하이퍼모타드 고유의 DNA를 정립하기 충분했다.

시대가 지나 편안한 투어링을 가미해 하이퍼모타드의 네이키드 바이크화가 이루어져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으나, 그도 잠시, 다시 원래의 하이퍼모타드가 가진 공격적인 인상을 갖추고 돌아왔다. 아마 기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야말로 하이퍼모타드의 원래 모습’이라며 반겼을 것이다.

말 안들을 것 같은 악동같은 이미지의 하이퍼모타드는 멀티스트라다 950이나 슈퍼스포츠 등이 함께 쓰고 있는 950급 엔진을 공유한다. 말하자면 미들급 스트리트 바이크 용도인 이 엔진은 정확히 937cc로, 테스타스트레타 11도(Testastretta 11°) 형태는 이미 두카티가 스트리트 바이크용 엔진으로 오랜 시간 사용하고 있다. 

두카티 전매특허의 L트윈 트윈 실린더 형태로 이전대비 -1.5kg으로 감량했고 4마력을 늘려 이젠 114마력을 9000rpm에서 낸다. 11도 엔진의 특징인 고른 토크 분포는 하이퍼모타드 950에도 고스란히 적용되었다. 9.8kg-m 토크가 7250rpm에서 나오며 전체 토크의 80퍼센트가 3000rpm 근처에서 다 쏟아진다. 그리고 고회전 성향의 짜릿함도 버리지 않고 9000rpm까지 꾸준히 출력이 솟는다.

새로운 압축비는 이전의 12.6:1 대비 약간 오른 13.3:1로 상당히 민감한 엔진처럼 보이지만 성격은 더욱 유순해졌다. 스로틀 바디는 53mm 보어로 고출력 엔진을 컨트롤 하기 쉽도록 라이드바이 와이어 시스템과 결합했다. 가벼운 클러치와 함께 경량화 된 여러 부품들로 라이딩이 더욱 쉽다고 한다.

외관상 크게 눈에 띄는 것은 약간 투박해 보이는 파이프 트러스 프레임의 골격. 이 형태는 하이퍼모타드의 가장 큰 매력이자 특징이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어필하지는 못하는 듯 하다. 전통적인 두카티 방식이지만 지난 버전에 비해 1킬로그램을 감량해 운동성이 좋아졌다.

앞 타이어를 붙잡는 마르조키(Marzocchi) 풀 어저스터블 45mm 포크는 170mm 휠 트래블을 가지고 움직인다. 리어 쇽 옵저버는 쟉스(Sachs)제 조절식으로 150mm 길이로 작동한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역시 강력한 브렘보로 구성돼 있다. 앞은 래디얼 마운트 4피스톤 브렘보 M4.32 제품이 들어가 있고 래디얼 마스터 실린더는 5개 포지션으로 변경가능한 레버와 함께 맞물린다. 강한 가속과 감속, 제동을 즐기는 하이퍼모타드로서 최선의 선택이라 할 수 있겠다. 앞 디스크는 320mm 더블 타입으로 경량화 된 제품이다. 뒤는 245mm로 작지 않고 싱글 브렘보 캘리퍼로 작동한다. 

휠은 3스포크의 Y 쉐이프 스타일 알루미늄 제품이다. 앞 타이어는 피렐리 디아블로 로소 III 타이어가 앞 뒤로 장착되어 있으며 앞 120mm, 뒤 180mm 사이즈다. 

6축 IMU 센서는 보쉬제로 다양한 전자장비를 위한 검측기다. 이것으로 코너링 ABS EVO, 트랙션 컨트롤 EVO, 윌리 컨트롤 EVO 등이 작동한다. 라이딩 모드 셀렉터도 있다. 스포츠 모드, 투어링 모드, 그리고 어반 모드로 각각 상황에 맞게 엔진 제어력을 조절할 수 있다. 계기반은 최신 장비인 TFT 컬러 디스플레이로 꾸며졌다. 이것은 최고급 슈퍼바이크 파니갈레 V4에 적용된 디자인이 옮겨졌으며 무엇보다 사용자 친화적으로 다듬었다. 

건조중량은 단 178킬로그램. 1000cc에 가까운 큰 엔진과 장비를 봤을 때 가벼운 편이다. 시트높이는 870mm로 높은 편이며 높은 라이딩 포지션으로 인한 무게중심의 극적인 변화로 더욱 즐겁고 짜릿한 경험을 예상할 수 있다.

하이퍼모타드가 다른 모델들과 가장 큰 다른 점은 라이딩에서 오는 즐거움과 짜릿함에 포커스를 둔 각개 설정들이다. 가장 큰 것은 역시 자유로운 라이딩포지션. 온로드 스포츠 바이크 중에 이렇게 라이딩포지션이 자유롭고 간편한 기종은 많지 않다. 앞 뒤 양 옆으로 움직이기 좋도록 시트를 설계했고, 발을 놓는 풋 스텝과 움켜쥘 핸들 바 또한 차체를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도록 최대한 자유도를 높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다른 것을 최대한 배제하고 가속과 감속, 그리고 핸들링 매 순간의 원초적인 짜릿함과 흥분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춘 흔치 않은 로드바이크다.

두카티 하이퍼모타드가 주는 압도감은 상당히 크다. 크기나 파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단지 크고 빠를수록 멋지겠지만 하이퍼모타드는 모터사이클 라이딩을 이해하는 사람만 볼 수 있는 색다른 압도감을 가지고 있다. 컨트롤의 짜릿함, 내 맘대로 주무르는 라이딩을 원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선물하고 싶은 모델이다. 모터사이클을 즐길만큼 즐긴 베테랑들의 질리지 않는 강력한 장난감, 그것이 바로 하이퍼모타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