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프로듀스101' 새 시즌, 다시 볼 수 있을까

홍혜민 2019. 8. 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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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의 대표 시즌제 서바이벌 ‘프로듀스101’이 역대급 위기에 빠졌다. Mnet 제공

Mnet의 대표적 시즌제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 왔던 ‘프로듀스101’(이하 ‘프듀’)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출연 연습생의 과거 인성논란, 악마의 편집 논란, 연습생별 분량 차이로 인해 불거졌던 이른바 ‘PD픽’ 논란 등 각종 논란들이 끊이지 않았던 ‘프듀’지만, 시즌의 지속 여부를 우려하게 만들 정도의 위기를 맞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 사태는 지난 달 19일 방송된 ‘프듀’의 네 번째 시즌 ‘프로듀스X101’(이하 ‘프듀X’)의 최종회 방송에서 시작됐다. 당시 11명의 최종 데뷔조 멤버를 선발하기 위해 진행됐던 생방송 유료 문자 투표 결과에서 시청자들이 일련의 패턴을 발견하며 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프로듀스X101’ 시청자들은 최종 생방송 진출 연습생 20명의 문자투표 득표수가 이상한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YTN 방송 캡처

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한 시청자들은 최종 생방송에 진출한 20명 연습생의 득표수를 모두 정리한 뒤, 이들의 표 차이가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실제로 이들이 제시한 자료들은 우연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지점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투표 조작 논란은 몸집을 불렸다. 여기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까지 합세해 “청소년 오디션 프로그램 투표 조작 행위는 명백한 취업 사기이자 채용비리”라고 주장, 검찰 수사를 촉구하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데뷔가 유력했거나, 혹은 자신이 지지했던 연습생의 탈락을 맞이했던 일부 시청자들의 분노가 투표 결과 조작에 대한 합리적 의심으로 이어지고, 이 의심이 뜨거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데는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투표 조작 의혹 제기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별다른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던 Mnet 측은 논란이 커지자 결국 지난 24일 공식 SNS를 통해 “방송으로 발표된 개별 최종 득표수를 집계 및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며 “제작진이 순위를 재차 검증하는 과정에서 득표율을 소수점 둘째자리로 반올림했고 득표율로 환산된 득표수가 생방송 현장에 전달됐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럼에도 이 과정에서 순위 변동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결국 수치상 오류는 있었으나, 순위 조작은 아니었다는 셈이다.

Mnet 측의 해명에도 논란은 도무지 가라앉지 않았다. 하태경 의원은 곧바로 자신의 SNS를 통해 “엠넷의 추가 해명은 수학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오류투성이다. 구차한 변명 말고 원 투표 데이터를 공개하라”며 ‘프듀X’를 재 저격했고, 300여 명의 시청자로 구성된 ‘프로듀스X101 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위)는 제작진을 사기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나섰다. 결국 Mnet은 지난 26일 서울시방경찰청에 제작진에 대한 수사를 정식 의뢰했다. 방송사가 소속 제작진을 상대로 수사 의뢰에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제작진을 상대로 수사를 의뢰한 지 5일 만인 지난 31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사옥 내 ‘프듀X’ 제작진의 사무실과 문자 투표 데이터 보관업체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압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실제 투표 결과 및 조작 여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다만 아직 제작진 등에게 어떤 혐의가 적용될 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 수사와는 별개로 진상위 역시 예고했던 검찰 고발에 나섰다. 1일 진상위는 법률대리인인 마스트 법률사무소를 통해 서울지방검찰청에 CJ ENM 소속 제작진을 사기 혐의로, 연습생들이 속한 연예기획 소속사 관계자들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공동정범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경찰의 내사 착수에 이어 검찰에 피소까지 당하며 궁지에 몰린 ‘프듀X’ 제작진 역시 나름의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연예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안준영 PD를 비롯한 ‘프듀X’ 제작진은 최근 법률대리인을 선임했다. 이와 관련해 Mnet 측은 “제작진이 법률대리인을 선임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며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앞서 Mnet 측이 제작진을 상대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만큼, 제작진의 법률대리인 선임은 자체적으로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9일 '프로듀스X101' 방송을 통해 최종 데뷔조 11인으로 구성된 그룹 엑스원이 탄생했지만 데뷔에 난항을 겪고 있다. 스윙엔터테인먼트 제공

검경이 모두 수사에 나서며 사태가 확대된 가운데, 이번 수사 결과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작진 및 관련 기획사 관계자들의 법적 처벌 여부는 물론 다음 달 데뷔를 앞두고 난항을 겪고 있는 그룹 엑스원의 활동 이슈 역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연 모든 수사가 끝난 뒤 ‘프듀’가 다시금 시청자들의 곁을 찾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투표 조작이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이미 시청자들이 ‘프듀’ 투표 결과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린 데다 프로그램의 이미지 역시 추락한 상황에서 다시금 시즌제를 이어갈 수 있다고 선뜻 답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진상위 측에서는 “투표 과정을 모두 제작진에게 맡기기보다 공정성을 위해 시청자 구성으로 만들어진 위원회가 함께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이 같은 제도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진상위의 투명성을 입증할 방법이나 진상위 인원 구성 방법 등도 심도 있게 논의돼야 할 문제다.

그간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을 탄생시키며 매 시즌 높은 화제성과 시청률, 최종회 생방송 유료 투표 및 광고 판매 수익까지 야무지게 챙겨왔던 ‘프듀’ 시리즈. 잡음은 있었을지언정 Mnet에겐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음엔 틀림없었다. 그런 그들이 론칭 4년 만에 존폐의 기로에 섰다. 검찰, 경찰이 수사를 통해 투표 조작의 진상을 밝힐 동안 Mnet이 고민해야 할 것은 ‘이미 잃어버린 시청자들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이냐’는 대안이다. 혹은 미련 없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떠나 보낼 수 있는 결단력이거나.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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