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구성 돋보이는 볼보의 플래그십 – 볼보 S90 T8 엑설런스 시승기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지난 주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미디어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시승행사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볼보자동차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90-클러스터' 모델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현재 국내서 판매되고 있는 볼보자동차의 90-클러스터 모델은 준대형 고급 세단 S90와 에스테이트 V90 크로스컨트리, 그리고 90-클러스터의 문을 연 준대형 SUV 모델 XC90에 이르는 3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시승행사에서 시승하게 된 모델은 최근 마이너 체인지를 거친 XC90 모델과 S90 라인업의 정점, S90 T8 엑설런스다.
이번에 시승한 S90 T8 엑설런스는 S90의 휠베이스를 연장하고 내부 편의사양을 고급화한 최고급 세단으로, 현재 F세그먼트급 대형 세단이 존재하지 않는 볼보자동차에서 그에 준하는 포지셔닝으로 등장했다. 또한 이 차량은 야콥 할그렌(Jakob Hallgren) 現 주한 스웨덴 대사의 의전차량이기도 하다. 볼보 세단 라인업의 정점, S90 T8 엑설런스를 시승하며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 지 알아 본다.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9,900만원.
통상 고급 승용차 제조사의 플래그십 모델은 F세그먼트급의 대형 세단이 주류라 할 수 있다. 이 시장에서 가장 선도적인 위치에 있는 독일 브랜드들은 물론,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고급 자동차 제조사들 상당 수는 F세그먼트에 해당하는 대형 럭셔리 세단 모델은 하나씩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형 세단들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으로서 기능한다.
하지만 고급 자동차 제조사들 중에는 종종 대형급 세단 모델을 보유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는 전통적으로 대형 차종보다는 중소형 차종을 중시해 온 브랜드인 경우다. 이탈리아의 알파 로메오나 란치아, 그리고 이번 시승의 주인공인 볼보자동차가 이러한 예에 해당한다.
S90 T8 엑설런스는 일반형의 S90 세단과 상당 부분이 동일하다. 하지만 첫 인상은 꽤나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일반형 S90 대비 119mm가 길어진 휠베이스 때문이다. 이로 인해 총연장 5,085mm의 길이를 갖는다. 그런데 또 기묘한 점은 체급에 비해 더 긴 휄베이스를 가지고 있음에도 차량의 비례는 크게 어색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늘어난 휠베이스 만큼의 차체 형상을 일직선으로 처리하지 않고, 기존 S90의 디자인 기조에 맞춰 상당부분 변형한 덕분이다. 여기에 SPA 플랫폼 기반 볼보자동차들이 가진, 후륭구동 차량에 가까운 비례를 최대한 살려낸 점도 자연스러운 외관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S90 T8 엑설런스가 일반형 S90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디테일에도 있다. S90 T8 엑설런스는 차체 전반에 반짝이는 크롬 장식을 넉넉하게 사용하고 있다. 특히 차량 하단의 전용 각인이 새겨진 장식과 함께 윈도우 라인과 필러 쪽에도 은은한 광택을 내는 크롬 장식을 과감하게 사용하여 화려한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스웨덴 왕실의 왕관 문장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이는 엑설런스 전용의 엠블럼 또한 이 차의 특별함을 역설하고 있다.
실내에 들어서면 밝은 크림색과 차분한 블랙 투톤으로 구성된 인테리어가 탑승자를 맞는다. 앞좌석에서 볼 수 있는 대시보드와 플로어 콘솔 등의 요소는 대부분 일반형과 동일하다. 하지만 엑설런스 전용으로 마련된 따뜻하고 은은한 빛깔의 우드 트림이 색다른 느낌을 준다. 또한 T8 모델 전용으로 마련되는 작고 매끈한 형상의 크리스탈 기어노브 역시 색다른 시각적 만족감을 안겨 준다. 이 기어노브는 100년이 전통을 자랑하는 스웨덴의 유리공방, 오레포스(Orrefors)사의 작품이다.
앞좌석은 S90의 고급형 모델, 인스크립션에 적용되는 것과 같은 컴포트 시트가 적용된다. 이 시트는 8방향 전동조절 기능과 더불어 전동식 사이 서포트(Thigh support)와 4방향 전동식 요추받침, 각 3단계의 열선/통풍 기능, 그리고 마사지 기능이 모두 적용되어 있다. 볼보자동차 시트 만들기 노하우가 집약된 이 시트는 장시간의 주행에도 안락한 착좌감을 선사한다.
뒷좌석은 T8 엑설런스의 존재 이유다. 일반형 S90도 동급에서 훌륭한 수준의 거주성을 지닌 세단이기는 하지만 T8 엑설런스는 체감 공간이 한층 다르게 느껴진다. 119mm 늘어난 휠베이스 덕분에 F세그먼트급 롱휠베이스 세단이 부럽지 않은 수준의 레그룸을 구현해냈다. 헤드룸 역시 부족하지 않은 편이며, 독립식 좌석을 채용하여 숄더룸 역시 충분한 수준이다.
공간에 감탄한 직후에 눈에 들어 오는 것은 VIP 의전을 대비한 다양한 편의사양이다. 좌우 독립식 뒷좌석은 앞좌석의 컴포트 시트에 준하는 편의기능을 제공한다. 등받이의 각도 조절을 비롯하여 열선/통풍 기능과 마사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단, 좌석의 높이 조절은 불가하다는 점이 아쉽다. 뒷좌석의 콘솔 박스를 열면 부드러운 가죽으로 마감된 좌우 두 개의 테이블이 나타난다. 이 테이블은 노트북을 올려 둘 만한 정도의 크기를 가지며, 바깥쪽으로 잡아당겨 좌우 위치를 조정할 수도 있다.
시선을 조금 아래로 내리면 오레포스에서 가공한 와인 크리스탈제 글라스 받침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아래로는 와인 병 하나를 수납할 수 있는 보틀 홀더가 내장되어 있다. 그리고 콘솔박스 뒤쪽에는 외인 1~2병을 수납할 수 있는 크기의 냉장고가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렇게 다양하고 호화로운 편의사양들을 E세그먼트급에 주렁주렁 달아 놓고도 하나하나가 억지로 달아 둔 것이 아니라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반면 트렁크 공간은 최고급 세단으로서 S90 T8 엑설런스에게 가장 아쉬운 점으로 다가온다. 일단 독립식 뒷좌석의 채용으로 인해 용량 자체도 크게 감소한 느낌이다. 여기에 뒷좌석 사이에 설치되는 냉장고가 트렁크 공간을 꽤나 차지하여 중앙 부분이 툭 튀어나와 있다. 이 때문에 짐을 실을 때 불편함을 느낄 수 있으며, 골프백도 3개 이상 수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시승한 S90 T8 엑설런스는 단순히 더 크고 호화롭기만 한 S90이 아니다. S90 T8 엑설런스의 또 다른 차이는 파워트레인에 있다. S90 T8 엑설런스의 파워트레인은 이른 바 '트윈 엔진(Twin Engine)'이라는 별칭을 가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T6 사양의 2.0리터 DRIVE-E 가솔린 엔진과 전동기로 구성된다. T6 엔진은 수퍼차저와 터보차저를 동시에 사용한 과급 엔진으로, 318마력/6,000rpm의 최고출력과 40.8kg.m/2,000~5,400rpm의 최대토크를, 전동기는 87마력/7,000rpm의 최고출력과 24.5kg.m/0~3,000rpm의 최대토크를 제공한다. 시스템 합산 405마력의 최고출력을 제공하는 이 강력한 추진계통 덕분에 S90 T8 엑설런스는 2,185kg에 달하는 공차중량에도 단 4.9초 만에 0-100kmv/h 가속을 끝낼 수 있다. 외부 충전은 AC 3상 규격을 사용한다.
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에코-컴포트-다이내믹으로 구성되는 동사의 일반 내연기관 모델과는 다른, 5종의 주행 모드를 제공한다. 모드는 각각 하이브리드(Hybrid), 퓨어(Pure), 파워(Power), AWD, 에코(Eco)로 구성되며, 다음과 같은 특성들을 지닌다. 하이브리드 모드는 전기 모터와 엔진 양쪽을 모두 사용하는 모드로, 디폴트로 설정된 주행모드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운행 환경에 대응하며, 최적의 효율을 끌어내기 위해, 엔진과 전기모터를 자동적으로 제어한다. 퓨어 모드는 순수하게 전기로만 주행하는 것을 최대한 유도하는 모드이다. 파워 모드는 전기 모터와 엔진 양쪽을 함께 구동시키는 모드다. 엔진과 모터가 함께 가동되어 가속 초기부터 고속까지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플랫한 토크밴드를 만들어낸다. 또한 전기 모터를 이용함으로써 정지 상태에서 빠른 반응을 얻어낼 수 있다. AWD 모드는 4륜 구동계를 상시로 작동하도록 하는 기능으로, 4륜 구동이 필요한 상황에서 운전자가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진 모드이다.
이 뿐만 아니라 T8의 시스템은 주행모드 외에 별도로 배터리 전력을 관리할 수 있는 세이브(Save)와 차지(Charge) 모드를 별도로 마련해 놓았다. 세이브는 작동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상의 전력 소모를 억제하는 모드이고 차지 모드는 엔진을 거의 상시로 구동하여 배터리 충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모드다. 이를 통해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곳에서도 배터리를 보다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줄 수 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춘 볼보 S90 T8 엑설런스는 엔진의 구동 여부에 따라 정숙성의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엔진이 구동하지 않을 때에는 통상적인 전기차 이상의 정숙성을 경험할 수 있다. S90 T8 엑설런스는 기본적으로 고급세단이므로 충실한 정숙성을 확보해 두고 있으며, 전자기적인 백색소음까지 잘 억제되어 있다. 이러한 유형의 소음은 사람에 따라서 민감하게 반응할 여지가 있기에 더욱 신경을 쓴 것이 아닐까 한다. 엔진이 구동을 시작한 경우에는 엔진의 존재를 귓전과 손끝으로 확실하게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이 사람을 괴롭게 만들지는 않는다. 파워트레인의 소음과 진동은 엔진의 존재감만을 느낄 수 있을 수준으로 충분히 억제되어 있다. 다만 고회전에서 들려오는 4기통 엔진 특유의 거친 질감은 운전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승차감 또한 일반형 S90과는 꽤나 다르게 느껴진다. 일반형 S90이 중형~준대형급에 어울리는 승차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S90 T8 엑설런스는 대형세단에 더 근접한 감각의 승차감을 경험할 수 있다. S90 T8 엑설런스는 기본적으로 자체중량이 일반형 S90에 비해 훨씬 무겁고 휠베이스도 길다. 여기에 배터리는 차체 하부 중앙에, 전동기가 후륜에 배치되면서 추가된 분량의 무게가 앞쪽이 아닌, 뒤쪽에 더 많이 실리게 되었고, 이 덕분에 볼보자동차 특유의 묵직한 안정감 더욱 배가된 채로, 더 균형감 있는 승차감을 경험할 수 있다. 고급 세단으로서 큰 주저 없이 합격점을 내릴 수 있을 만한 안락함은 S90 T8 엑설런스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가속력은 어떨까? 강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춘 S90 T8 엑설런스는 가속 초기부터 매우 힘차게 나아간다. 구동 시점에서부터 최대토크가 발생되는 전동기와 저회전에서부터 즉각 반응할 수 있는 슈퍼차저가 초기 가속을, 그리고 충분한 배기가스압을 확보한 터보차저가 최종적으로 힘을 쏟아내면서 중후반 가속을 책임지는 구조라고 생각된다. 덩치와 몸무게에 비해 기운차게 앞으로 달려나가며, 4.9초라는 0-100km/h 가속 시간을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게 해 주는, 걸출한 동력 성능임에 분명하다. 또한 볼보자동차의 플래그십답게 고속에서의 안정감 역시 발군이다.
그렇다면 코너에서는 어떨까? 시승 코스 중에 포함된 중미산의 구불구불한 와인딩코스에서 S90 T8 엑설런스는 의외로 나쁘지 않은 능력을 보여주었다. 고중량 부위인 전동기를 후륜 차축에, 그리고 전동기만큼이나 고중량인 대형의 배터리를 차체 하부 중앙에 넣은 덕분인지 균형감이 잘 맞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일반형 S90에 비해 휠베이스가 더 길고 자체중량이 더 무겁기 때문에 타이트한 코너에서는 한계점을 드러내고 만다. 하지만 코너를 돌고 있을 때의 감각에서는 T8 엑설런스 쪽이 한층 더 안정감 있고 정교하게 느껴진다. 덩치를 속일 수는 없어도, 기본기를 내다 버리지는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서투르기는 커녕 더 정교한 느낌마저 주는 S90 T8 엑설런스는 운전자의 입장에서도 의외로 기분이 좋은 차다.
볼보자동차 S90 T8 엑설런스는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E세그먼트급 준대형 세단의 롱휠베이스 모델이기는 하지만 디자인을 잘 가다듬어 어색하지 않게 처리했고 내부 또한 독일식 세단에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으로 가득하다. 적어도 대형 모델이 없어서 급하게 만든 물건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중국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문제 삼는 여론도 있다. 하지만 직접 시승을 해 보게 되면, 선입견 상의 '중국산'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내장재의 조립품질이나 마감품질은 유럽산과 크게 다를 것이 없고, 주행에 관계된 부분들에서도 그동안 볼보자동차가 추구해 왔던 색깔을 벗어나지 않는다. 적어도 신차품질의 측면에서는 유럽산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볼보자동차의 S90 T8 엑설런스는 타면 탈수록 볼보자동차만의 매력을 가진 럭셔리 세단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독일식 럭셔리 세단과는 또 다른, 북유럽 스타일의 럭셔리 세단과의 만남은 꽤나 인상적인 경험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