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술로 일군 중형 세단, 기아 크레도스

1981년, 정부의 ‘자동차공업 합리화조치’ 이후 기아는 브리사를 생산할 수 없었다. 위기를 맞은 기아는 ‘봉고신화’로 판을 뒤집었다. 또한, 프라이드와 스포티지, 콩코드, 세피아 등 걸출한 승용차 라인업을 부지런히 살찌우며 다시 한 번 ‘기술의 기아’로서 입지를 다졌다. 그 방점을 찍는 차가 오늘 소개할 크레도스로, 1995년 기아가 독자 개발한 중형차다. 기아는 1962년 삼륜차 K-360을 내놓을 때부터 일본 마쓰다와 협력관계를 맺었다. 브리사와 봉고의 밑바탕 또한 마쓰다였다. 그러나 프라이드 출시를 계기로 위기감 느낀 마쓰다가 견제에 나서면서, 1990년대 기아는 독자생존을 모색 중이었다. 크레도스는 콩코드의 후속이다. 기아의 세 번째 독자개발 승용차로, 4년 5개월간 약 5,100억 원을 들여 완성했다.

기아 크레도스

당시 기아차는 크레도스를 개발하며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등의 베스트셀러를 철저히 분석했다. 연구개발 비용도 아끼지 않았다. 연구원들이 해외로 건너가 다양한 차종을 몸으로 체험했고, 대 당 1억 원을 호가하는 테스트카도 130대나 부쉈다. 안팎 디자인뿐 아니라 플랫폼까지 자체 개발한 세피아가 큰 성공을 거두자 중형차 프로젝트에도 자신감이 실렸다. 크레도스의 ‘전신’ 콩코드는 주행성능은 뛰어났지만, 쏘나타와 로얄 프린스 등 당대 경쟁 중형차보다 차체가 작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크레도스의 길이와 너비는 각각 4,710×1,780㎜로, 현대 쏘나타Ⅱ보다 각각 10㎜씩 넉넉했다. 치열한 맞수인 쏘나타보다 차체를 크게 설계한 결과, 크레도스는 ‘국산 중형차 중 실내가 가장 넓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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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계승한 크레도스

차체 설계 능력은 세피아 때보다 한층 농익었다. 가령 네모반듯했던 콩코드와 달리 크레도스는 곡선 위주의 유선형 차체를 지녔다. 보닛과 헤드램프, 범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라인과 매끈한 루프 덕에 공기저항계수 Cd 0.29를 달성했다. 참고로 최신 친환경차인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와 같은 수치로, 크레도스의 뛰어난 공기역학 성능을 알 수 있는 단서다. 덕분에 크레도스는 통상산업부가 선정한 산업기기 및 운송기기 부문 우수 디자인 상품 172점 중 1위를 차지해 최고의 영예인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심장도 크레도스의 으뜸 매력 중 하나였다. 기아차가 독자 개발한 직렬 4기통 1.8L 가솔린 T8D 엔진으로, 최고출력 130마력, 최대토크 17.0㎏‧m를 냈다. 이듬해 세피아Ⅱ에도 얹어 남다른 주행성능을 뽐냈다. T8D 엔진은 과감한 설계가 돋보였다. 그즈음 양산차 중엔 드물게 7,000rpm까지 맹렬히 치솟는 고회전 엔진이었다. 실린더 내부는 ‘그라파이트(Graphite)’ 코팅으로 강도를 높였다. 피스톤 헤드 뒷면엔 엔진오일을 뿌리는 ‘오일 제트’를 넣어 냉각성능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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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피스톤 핀은 ‘풀-플로팅 타입’으로 설계해 경쟁차보다 고속주행 능력이 탁월했다. 기아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외주 엔지니어링도 활용했다. 예컨대 영국 스포츠카 제조사 로터스의 자회사 ‘로터스 엔지니어링’에 크레도스의 섀시 설계를 맡겼다. 승차감과 핸들링 성능 역시 로터스의 노하우로 다듬었다. 덕분에 크레도스는 독특한 앞 서스펜션 구성을 갖춰 무게이동과 충격분산이 빨랐다.

경쟁차보다 뛰어난 코너링 성능을 지닌 비결이었다. 또한, 로터스와 함께 속도감응식 파워 스티어링 휠도 개발했다. 저속에선 운전대 조작을 가볍게, 고속에선 답력을 높여 안정감을 키우는 시스템이다.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TCS)’도 로터스와 일군 시너지 중 하나다. 안티-록 브레이크(ABS)의 기능을 확장시킨 장비로, 눈길과 빗길 등 미끄러운 노면에서 안정감을 키우고 가속과 선회 성능을 향상시켰다(6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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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준기(로드테스트) 사진/기아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