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Nostalgia] '재능을 커버하지 못한 유리몸' 오언 하그리브스 – 170

이형주 특파원 2019. 11. 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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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언 하그리브스

[STN스포츠(발렌시아)스페인=이형주 특파원]

Nostalgia, 과거에 대한 향수란 뜻이다.

지금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 훌륭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많이 모여 있다. 그 원동력은 이전의 선수들이 우수한 플레이로 팬들을 매료시키며 EPL을 발전시켜 온 것에서 나온다. 이에 EPL Nostalgia에선 일주일에 한 명씩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선수들을 재조명해본다. [편집자주]

◇ '재능을 커버하지 못한 유리몸' 오웬 하그리브스 - <170>

지난 10월 20일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에서는 토트넘과 왓포드 간의 EPL 9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이날 안타까운 장면이 있었다. 왓포드 선발 공격수로 출전한 대니 웰백이 4분만에 부상으로 교체 아웃된 것이다. 

웰백은 맨유 시절부터 촉망받는 공격수였으나, 계속해서 부상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처럼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부상이 잦으면 짧게 빛날지언정 이를 필드에서 계속해서 구현해내기 어렵다. 이 선수가 대표적인 사례였다. 

영국 언론 BBC에 따르면 하그리브스는 출신이 매우 이색적인 선수다. 그의 국적은 영국. 잉글랜드인 아버지와 웨일즈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곳은 캐나다다. 하그리브스는 부모님이 캐나다에 있을 때 태어났으며, 이후 독일로 이민을 오면서 그 곳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특이한 출신으로 인해 다양한 스포츠를 접할 기회가 많았던 그는 축구 뿐만 아니라 농구, 수영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좋아하는 청년으로 자라난다. 16세 이후 축구 선수의 꿈을 진지하게 품게 돼고 그의 재능이 받혀줘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하는 기염까지 토한다. 

사실 명문 뮌헨에 하그리브스의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2000/01시즌 하그리브스는 자신에게 온 단 한 번의 기회를 잡아낸다. 4강 2차전에서는 슈테판 에펜베르크, 결승전에는 옌스 예레미스의 공백을 메워내며 주목을 받았다. 뮌헨은 하그리브스의 헌신에 우승을 차지했고 이를 통해 오트마 히츠펠트 감독의 중용을 받은 그는 뮌헨의 스쿼드에 당당히 자리하게 됐다. 

하그리브스는 본인의 실력이 준수했기 때문도 있지만, 뮌헨 시절 트로피 운이 좋은 선수였다. 그는 4번의 분데스리가, 3번의 DFB 포칼 우승, 1번의 UCL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하그리브스는 뮌헨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2006년 월드컵에도 발탁되게 됐다. 

하그리브스는 2006년 월드컵에서 자신의 위명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된다.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의 8강전. 잉글랜드는 후반 15분 웨인 루니가 퇴장 당하며 수적 열세를 안게 됐다. 하지만 하그리브스가 초인적인 스프린트를 보이며 수적 열세를 메웠다. 하그리브스는 120분 간 미친 듯이 뛰며 경기를 승부차기까지 이끌었으나. 팀이 승부차기서 패하며 빛이 바랐다. 

하지만 이 경기 활약을 유심히 지켜본 이가 있었다. 바로 알렉스 퍼거슨 감독. 당시 퍼거슨 감독은 중원에서 미친 듯이 활약해줄 수비형 미드필더를 찾고 있었다. 마르코스 세나 영입이 결렬된 2006년 퍼거슨 감독은 맨유 중원의 적임자로 그를 낙점했다. 2006년 1차 하그리브스 이적 사가가 발생했다. 

하그리브스가 현역 시절 8년 동안 몸담은 뮌헨. 그 홈구장 알리안츠 아레나

당시 뮌헨은 현재 뮌헨을 떠올리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암흑기를 거치고 있었다. 하그리브스 입장에서는 자국의 빅클럽인 맨유가 EPL로 오라고 손짓하는데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하그리브스는 이적을 원한다고 지속적으로 밝혔다. 화가 난 칼 하인츠 루메니게 당시 뮌헨 CEO는 "하그리브스의 이런 행동은 무례하다. 이적은 없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울리 회네스 단장은 "비열하게 맨유에 몸을 팔려는 선수"라며 대대적으로 독일 언론에 그를 비판했고, 하그리브스도지지 않고 맞섰다. 하그리브스는 이적을 강행하려 했으나 4년 계약이 남아 불리한 입장이었다. 회네스 단장은 독일 언론 <슈피겔>을 통해 "이적은 없다"고 다시 천명했다.

뮌헨 입장에서 하그리브스를 더 이적시킬 수 없었던 이유는 핵심 미드필더들이 이탈했기 때문이다. 이미 미하엘 발락이 첼시 FC, 제 호베르투가 상 파울루로 떠난 상황에서 하그리브스까지 보낸 다는 것은 자멸행위에 가까웠다. 결국 하그리브스는 이적에 실패했다. 

힘들게 잔류했지만, 하그리브스는 2006/07시즌 잔부상이 계속해서 나오며 이전 시즌들에 비해 출전이 줄어들었다. 풀 시즌 동안 17경기 출전에 불과했고 리그만 한정하면 9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다. 

2007년 여름 2차 하그리브스 이적 사가가 발생했다. 1년 전과는 상황이 좀 달랐다. 뮌헨은 거듭된 하그리브스의 이적 요구에 지쳐있었고, 부상이 이어지는 몸상태에 의구심을 품었다. 결국 맨유의 끈질긴 협상에 딜이 성사됐고 하그리브스는 맨유로 합류했다.

하그리브스는 천신만고 끝에 이적한 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꿈이 이뤄졌습니다. 저는 뮌헨에 맨유로 떠나고자 하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딜이 성사됐습니다. 엄청난 클럽의 일원이 됐다는 것은 꿈이 실현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로이 킨과 같은 레전드의 발자취를 따르되 저만의 스타일로 성과를 내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하그리브스의 맨유 첫 시즌은 그야말로 성공작이었다. 하그리브스는 맹활약을 통해 왜 그토록 맨유가 자신을 원했는지 증명했다. 마이클 캐릭, 폴 스콜스 등 볼 배분을 하는 유형의 미드필더들이 즐비했던 맨유에 하그리브스는 새로운 옵션이 됐다. 미칠듯한 활동량과 정확한 태클은 팬들을 사로잡았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수비형 미드필더의 수비력 뿐만 아니라 다른 능력도 뛰어났다. 지칠줄 모르는 체력은 세계 정상급이었고, 킥력도 날카로워 프리킥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유사 시에는 라이트윙, 라이트백까지 소화하는 만능 선수가 그였다. 

하그리브스는 리그 아스널 FC전 UCL 결승 첼시 FC전 등 중요 경기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리그, UCL 2관왕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팬들은 그의 활약이 이어질 것이라 믿었지만, 그 것이 끝일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하그리브스는 2008/09시즌 단 3경기만을 소화한 뒤 무릎 슬개건염으로 아웃됐다. 영국 언론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그는 미국의 유명한 무릎 전문의 리차드 스태드먼 박사에게 수술을 받았고 이로 인해 시즌을 날리게 됐다. 

2009/10시즌 역시 장기화된 무릎 부상과 다른 부위 잔부상으로 인해 시즌을 거의 통째로 날렸다. 리그 마지막 경기 한 경기에 출전한 것이 다였다. 모든 대회 합쳐 단 1경기 출전.

2010/11시즌 역시 총 출전 횟수가 1회인 것은 같았다. 하그리브스는 울버햄튼 원더러스전에 복귀하며 성공신화를 재현할 뜻을 밝혔지만, 이번에는 햄스트링이 올라오며 경기에서 아웃됐다. 그 이후 해당 시즌 하그리브스를 경기에서 볼 수 없었다. 

안타까운 부상으로 각각 4분 만에 아웃되는 하그리브스(상단)와 웰백(하단)

시즌 종료 후 맨유는 하그리브스와 계약을 맺지 않았다. 자연히 FA로 풀린 그는 복수 클럽 이적을 타진했다. SNS에 자신의 훈련 영상을 올리기도 하는 등 열심히였다. 그는 맨체스터 시티와 1년 계약을 맺는다. 

리그컵 버밍엄 시티전서 데뷔전을 가진 그는, 그동안의 울분을 터트리며 맨유를 비난하는 인터뷰를 했다. 그는 "맨유가 자신을 기니피그(실험용 쥐)처럼 다뤘다"고 전했다. 하지만 맨유의 반박에 따라 이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야기라는 것이 알려졌으며 맨유 팬들과 척만 지게 됐다.

이후 하그리브스가 건강히 활약했다면, 자신의 주장이 힘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아니었다. 하그리브스는 2011/12시즌 리그 1경기 출장 포함 모든 대회 총 4경기에만 뛰며 유리몸을 증명했다. 

맨시티와의 계약마저 끝난 뒤 그에게 계약을 제의할 클럽은 어느 곳도 없었다. UCL 무대를 누비던 선수의 씁쓸한 몰락이었다. 결국 그는 유니폼을 벗었다. 

◇EPL 최고의 순간

2007/08시즌 34라운드에서 맨유와 아스널 FC가 맞붙었다. 우승 경쟁의 중요한 분수령인 경기. 하그리브스가 펄펄 날았다. 하그리브스는 특유의 미칠듯한 활용량으로 중원을 지배했다. 이 뿐만 아니라 후반 26분 그림 같은 프리킥으로 2-1 팀 승리를 이끌었다. 아스널전 승리에 탄력을 받은 맨유는 이 시즌 EPL 우승을 달성하게 됐다. 

하그리브스의 아스널전 프리킥 득점

◇플레이 스타일

중원에서 헌신하며 미친 존재감을 보여주는 선수. '몸만 건강하다면'이라는 전제 하에 훌륭한 재능을 보유한 선수다. 활동량이 엄청나고, 기본적으로 속도가 빨라 중원 장악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선수다. 빼어난 볼탈취 능력도 매력 포인트. 이 뿐만 아니라 킥력도 좋은데 이를 이용해 날카로운 크로스나 프리킥을 보여주기도 했다. 
 
◇프로필

이름 – 오언 하그리브스

국적 – 영국

생년월일 - 1981년 1월 20일

신장 및 체중 – 180cm, 74kg

포지션 – 수비형 미드필더

국가대표 기록 – 42경기 

EPL 기록 – 28경기 2골

◇참고 영상 및 자료

프리미어리그 2007/08시즌~2011/12시즌 공식 리뷰 비디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007/08시즌~2010/11시즌 리뷰 비디오

맨체스터 시티 2011/12시즌 리뷰 비디오

바이에른 뮌헨 공식 홈페이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

맨체스터 시티 공식 홈페이지

<트랜스퍼 마켓> - 선수 소개란

BBC - Sporting spotlight: Owen Hargreaves

RTE- Hargreaves will not leave in window: Hoeness

CNN- Hoeness - Hargreaves stays for now

슈피겔 - "Hargreaves ist unverkäuflich"

텔레그라프 - Knee specialist shocked by Hargreaves' injuries

BBC - Man Utd handed Hargreaves boost

사진=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 캡처, MUTV, 왓포드 TV, 이형주 기자(독일 뮌헨/알리안츠 아레나)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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