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드 하이브리드, 48V와 함께 이루어지는 부드러움



올해 내로 등장할 것으로 짐작되는 폭스바겐 8세대 골프를 통해 한번 더 주목받고 있는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다른 하이브리드와 어떻게 다를까? 그리고 왜 하필이면 48V 기술이 필수인가?


모빌리티의 세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자동차의 안락함과 디지털화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것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배출가스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유럽 지역에서 자동차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2020년까지 CO2 배출량을 95g/km로 맞춰야만 한다.

획기적으로 내연기관을 개선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나 많은 돈이 들어간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역시 차량 가격을 높이기는 마찬가지. 배출가스도 중요하지만 일반 고객이 구매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자동차를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런 점에 있어 48V 기술을 배경으로 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매력적이다. 이미 이 기술을 재빠르게 적용하는 제조사도 있고 앞으로 전 라인업에 이를 적용하면서 재빠른 전동화를 선도하겠다고 선언하는 곳도 있다.

비록 유럽 수출형 모델에 한정하지만 기아차가 스포티지에 이 시스템을 적용해 출시했고, 폭스바겐 역시 8세대 골프의 EA211 에보 엔진 라인업에 적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 확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구성이 간단한 시스템

마일드 하이브리드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하이브리드에 대한 복습이 먼저다. 엔진과 대형 전기모터를 조합하는 하이브리드는 ‘주행 중 버려지는 엔진의 잉여 에너지 또는 감속 시의 에너지를 회수해 저장해 두었다가 모터의 구동에 사용’한다.

배터리 용량과 에너지 회수율에 따라 모터가 상당히 광범위하게 개입하기도 하는데, 그 동안 문제가 되었던 것이 복잡한 구조와 배터리를 따로 배치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 그리고 판매가격 상승이었다. 이제는 기술의 발전으로 배터리 배치도 지능적으로 이루어지고 가격도 낮아졌지만, 아직까지는 저항이 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간단히 이야기하면 ‘일반 하이브리드에서 기능을 합리적인 수준까지 덜어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반 하이브리드에 비하면 구조도 간단한데, 에너지 저장을 위한 48V 리튬이온 배터리와 DC/DC 컨버터, 그리고 엔진에 연결하는 48V 스타터-제네레이터로 이루어진다.

스타터-제네레이터는 급가속이 필요한 상황 등에서 구동력 증가를 위해 내연기관을 지원하는 형태로 모터를 구동하며 감속 시에는 남는 에너지를 모아 배터리를 충전한다.

어쨌든 거대한 모터와 배터리를 추가해야 하는 하이브리드와 PHEV에 비해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기존 내연기관의 구조를 거의 건드리지 않으면서 간편하게 추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타터-제네레이터는 벨트를 통해 엔진과 연결하는데, 기존 제네레이터의 공간을 활용하면 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용량이 크지 않으므로 조수석 하단을 활용할 수 있으며, DC/DC 컨버터 역시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을 추가하는 데 큰 돈이 들지도 않는다.

자동차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길 것이다. 자동차에 공급되는 전원은 대부분 12V인데, 마일드 하이브리드만 48V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자동차 내에서 흐르는 전원에 대해서 전압을 약간이라도 높이면 발생하는 장점이 있다. 바로 ‘주요 부품의 자가 구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내연기관은 에어컨과 워터펌프 구동을 위해 별도의 벨트 또는 체인을 사용해야 한다. 12V로는 에어컨의 컴프레서 등 대용량 구동이 필요한 모터를 돌리기에 충분치 않기 때문인데, 그러다 보니 엔진의 출력을 일정 부분 뺏기게 된다.

그러나 전압이 48V로 올라가면, 에어컨과 워터펌프에도 별도의 모터를 적용해 구동할 수 있게 되고 그만큼 엔진의 출력을 온전히 차량 구동에 사용할 수 있다. 터보차저에 별도의 모터를 적용해 터보래그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48V 이상으로 전압을 더 높인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탑승객의 안전’ 때문이다. 만약 전압을 더 높여서 60V를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경우 잘못하면 탑승객이 전기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효율과 안전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찾은 셈이다.



엔진을 자유롭게 끄고 켠다

연비와 환경 규제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이제 많은 자동차들이 상황에 따라 엔진 시동을 끄는 스타트/스톱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기능은 재시동 시 탑승객에게 불쾌한 진동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끄고 다니는 운전자들도 생기고 있다. 이 점에 있어서도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상당히 앞서 있는데, 재시동 시간도 상당히 짧지만 시동 시 진동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반적인 내연기관과는 달리 하이브리드처럼 순항 중에도 시동을 끄는 것이 가능하다. 만약 평평한 도로를 계속 달린다면,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연료를 절약할 수 있고 그만큼 배출가스도 적게 내뿜는다.

재시동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그 때 스타터-제네레이터가 엔진을 깨우는데, 탑승객에게 진동을 거의 전달하지 않으므로 편안한 운전이 가능하다. 맨 처음 시동을 걸 때 사용하는 스프로킷 스타터(Sprocket Starter)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게다가 모터의 특성 상 최대토크를 이용해 가벼운 출발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물론 본격적인 하이브리드나 PHEV 와 같은 출발 감각까지는 아니지만, 엔진만을 이용한 출발보다는 좀 더 가속 페달을 가볍게 밟아도 된다.

가감속 영역에서의 플랫 라이드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가능한 한 내연기관을 활용하면서 적은 비용으로 하이브리드의 효율과 편안함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고자 하는 노력, 그것이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만들어낸 것이다.



전기차만이 답은 아니다

분명히 미래에는 지금보다 전기차가 좀 더 많이 보급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 유럽과 중국에서 신차 중 전기차의 점유율은 40% 정도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 말은 나머지 60%의 자동차는 여전히 내연기관을 이용하며, 생각보다 오랜 기간을 지배할 것이라는 것이다.

내연기관의 열효율은 분명히 과거보다 크게 발전했지만, 앞으로의 발전은 물리적 한계에 막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기술 발전의 여지는 아직도 있지만, 기술의 개발과 상용화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 시점에서 현재의 내연기관에 당장이라도 적용할 수 있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은 자동차의 효율 향상과 배출가스 감소에 있어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오직 하나의 기술만을 추구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그래서 앞으로 전기차의 시대가 와도 내연기관은 여전히 유효하며, 전기차와 반대 지점에 서 있는 연료전지차 역시 중요하다.

이들을 지혜롭게 조합하여 새로운 세계를 열어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에서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이 조합을 좀 더 견고하게 다져줄 수 있는 시스템이 될 것이다. 어쩌면 미래에는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현재의 일반적인 하이브리드를 뛰어넘는 효율을 보여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글 | 유일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