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워페어 리부트_한국어 더빙으로 더욱 강렬해진 사운드 연출
[게임의 법칙-162] ◆게임에서의 한국어 더빙: 더 필요하거나, 덜 필요하거나
디지털게임에서 성우 더빙은 일전에도 한번 이야기했던 것처럼 한국어 사용자들에게는 꽤나 중요한 이슈다. 다른 매체에 비해 확실히 언어 장벽이 낮은 매체인 것이 게임이기도 하지만, 그 반대로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더빙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때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스파이더맨'이 대표적이었다. 한글 자막까지만 제공되고 별도의 더빙이 붙지는 않았던 이 게임은 특히 주인공 캐릭터가 상당한 투머치토커라는 점 때문에 조금 독특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크게 문제되지 않았을 것이지만, 문제는 스파이더맨이 보스와의 전투 상황 속에서도 끊임없이 입으로 무언가를 떠들어댄다는 점이었다.
조금만 난도가 높아도 상당히 빡빡해지는 보스와의 전투 패턴은 적의 움직임과 타이밍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시력의 상당 부분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 와중에 스파이더맨이 계속 떠드는 이야기는 전체 게임 진행에서 가볍게 스킵하기 어려운 분량을 자랑한다. 눈이 휙휙 돌아가는 와중에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어 이용자들은 자막까지 읽을 여유가 만만하게 나지 않았다.
물론 대화 진행 따위 무관하게 순수하게 공격과 방어, 회피와 패턴 파악이라는 구조에만 충실한 것도 게임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겠지만, 이미 영화와 코믹스 등에서 일련의 캐릭터가 구축된 상태에서 스핀오프 격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형식으로 제작된 '스파이더맨'에서 주인공의 빠른 입놀림은 그냥 버리긴 아까운 요소였다.
◆두꺼운 사운드 연출에 얽히며 빛났던 '모던워페어'의 더빙
2019년 하반기에 돌아온 리부트작으로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는 전면 한국어 성우 더빙을 입히는 방식으로 국내에 출시됐다. 더빙은 일부 오역이나 덜 입힌 부분, 다소 어색한 연기 등이 도드라지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훌륭한 시청각 연출을 만들어내는 데 상당한 공헌을 이뤄냈다.
게임 초반에 자리하는 런던 시내 테러 장면이 대표적이다. 테러주의보 발령 이후 주의 깊게 주변을 살피며 차내 잠복을 수행하는 플레이어팀이 거동수상자를 만나고, 차량에 막혀 추적이 실패하고, 곧바로 폭탄테러가 이어지며 런던 도심이 아수라장이 되는 장면은 강렬한 음향 연출을 통해 그려진다. 현장감을 살려내기 위해 미니맵 연출까지 제한된 화면이지만, 결국 그 혼란한 공간의 의미를 더 진하게 담아낸 것은 음향 연출이었다.
총기 액션이 중심에 놓이는 게임인 만큼 가장 중요한 전장의 총기 음향은 상황과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미세한 차이지만 건물 안에서의 총기 소음은 실내 반사음을 만드는 반면, 중후반부 야전의 총기음은 바람 소리와 섞인다. 런던 테러 장면의 경우라면 폭발음과 총기 발사음, 온갖 사이렌 등이 뒤엉키는 가운데서도 각각의 상황이 무엇인지를 상당히 또렷하게 전달한다.
그리고 이 속에서 한국어 더빙은 빛을 발한다. 테러에 의해 패닉에 빠지거나 부상당한 시민들의 비명은 이제 완전한 한국어를 통해 한국어 버전을 플레이하는 이들에게 전해진다. 난장판 속의 패닉은 난리통에 부모 손을 놓친 채로 공포에 질려 소리 지르는 아이의 목소리를 통해 각인되지만, 만약 영어였다면 그 자극은 한국어 성우 연기만큼 꽂혀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필터링 없는 강렬한 욕설까지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의 사운드 연출에서도 특히 성우 더빙에 주목하는 것은 앞서 언급한 대로 급박한 상황에서 시각 정보인 자막만으로 부족한 정보량을 충분하고 빠르게 채워줌으로써 연출된 상황을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시키는 효과도 있지만, 이번 경우에서는 특히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을 보인다. 바로 매우 높은 수준의 비속어 사용이 적용되었다는 점이다.
전문 성우들은 근래 보기 드문 수위의 욕설을 게임 안에서 퍼붓는다. 일반 매체에는 도저히 쓸 수 없는 수준의 욕설은 'XXX' 마크가 잔뜩 들어간 텍스트 자막이 아니라 비프음 처리 한 번 없는 생목소리 그대로 플레이어의 귀에 꽂힌다. 한국어 음성 더빙이 포함된 밀리터리 액션 게임이 드문 상황에서 심지어 비속어 필터링까지 없는 연출은 좀처럼 보기 드물었기에 놀랍고, 이는 동시에 참혹하고 정신없는 전장이라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기제로 작동한다.
이는 특히 게임이 좀 더 자극적인 주제를 다루는 장면들에서 연출 요소로서의 강력한 영향력을 드러낸다. 민간인을 학살하는 위태로운 장면이나 어린이가 군인에게 위협받는 장면에서 오가는 대사들의 섬뜩함은 청소년 이용 불가라는 페널티를 감수하고서라도 가져감으로써 만들어낸 긴장감일 것이다.
워낙 전장 공간의 스펙터클을 연출하는 데 있어 오랫동안 실력을 드러낸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보니 이번 작에서도 여전히 강렬한 전장의 역동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드문 상황이며, 특히 한국어권 플레이어들에겐 대단히 현실적인 디렉팅 아래 구현된 더빙 결과를 통해 더욱 그 의미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그 두꺼운 현장감이라는 기술적 결과만은 아니다. 기술적 성취를 인정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성취를 통해 게임이 무엇을 드러내고자 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그 주제의식과 의도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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