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장인' 김동률, 장기 공연으로 만들어낸 빛과 소리의 '잔향'[SS뮤직]

이지석 2019. 12. 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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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의 공연엔 없는 게 많았다.

이 공연에서 김동률은 "같은 장소에서 좀 길게 공연해 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무대나 조명에 특히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인데 1~2번 공연한 이후 무대를 철거하는 걸 보면서 조금 허무했기 때문이다. 아주 긴 기간은 아니지만 내가 원하던 좋은 극장에서 8회 공연을 할 수 있게 됐다. 장기 공연에서만 할 수 있는 여러 시도가 있는데, 그런 걸 구현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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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김동률의 공연엔 없는 게 많았다. 그 흔한 대형 스크린 한대 무대 위에 설치돼 있지 않았고, 화려하고 다양한 영상도 없었다. 가수가 객석을 향해 박수를 유도하는 장면도 없고, 객석에서 관객이 일어나 춤추는 장면을 볼 수 없었다. 관객이 무대를 향해 휴대폰 불빛을 비추는 퍼포먼스도 볼 수 없고, 객석의 떼창도 없었다.

무대 위엔 오직 조명과 소리 뿐이었고, 객석에서 관객이 할 수 있는 일은, 숨죽여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 단순한 상호 작용이 깊은 감동의 울림을 만들어냈다. 김동률의 공연은 150분의 시간을 ‘순삭’시켰고, 공연 이후에도 길고 긴 ‘잔향’을 남겼다.

김동률은 지난 11월 22일부터 25일,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총 8회로 진행된 콘서트 ‘오래된 노래’를 성료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 2012년 개최된 ‘앵콜 2012 김동률 콘서트 ’감사’ 이후 6년여만에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장기 공연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예매 시작 2분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한 이번 콘서트 ‘오래된 노래’는 8일간 2만 4000여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이 공연에서 김동률은 “같은 장소에서 좀 길게 공연해 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무대나 조명에 특히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인데 1~2번 공연한 이후 무대를 철거하는 걸 보면서 조금 허무했기 때문이다. 아주 긴 기간은 아니지만 내가 원하던 좋은 극장에서 8회 공연을 할 수 있게 됐다. 장기 공연에서만 할 수 있는 여러 시도가 있는데, 그런 걸 구현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 공연 8회차 내내 공연한 클래식 파이니스트 김정원은, 김동률이 “김정원은 공연 3일차에 코피를 쏟았다”고 폭로하자 “김동률과 공연 도중 연락을 했는데, ‘내가 이런 걸 하다니. 미쳤나봐’하면서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대 위 김동률은 김정원과 편하게 대화를 나누며 엄살(?)을 피우던 그 김동률이 아니었다. 올해 초부터 1년여 동안 이번 공연 만을 준비했다는 ‘공연 장인’ 김동률은 밴드와 브라스, 코러스, 오케스트라 등 국내 최정상급 연주자 40여 명과 앙상블을 통해 팬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했다.

이번 공연을 앞두고 김동률은 기존 공연과는 다른, 본인이 원했던, ‘내 맘대로’ 선곡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에 걸맞게 다른 공연에서 선보이지 않았던 노래들을 다수 셋리스트에 올렸다.

특히 지난 공연들에서 부른 적이 없는 솔로 4집 수록곡 ‘잔향’(2004년 발표) 무대가 하이라이트였다. 앵콜 포함 총 20곡 중 18번째로 ‘잔향’을 선택했는데, 이날 이 노래 전까지 무대위에 오른 적이 없던 남성 중창단이 공연에 나서 김동률과 화음을 맞추며 감동의 울림을 선사했다.
기존 노래들의 재해석도 이뤄졌다. 전람회 시절 대표곡 ‘취중진담’을 새로운 편곡으로 선보인 뒤 김동률은 “원래 유명한 곡은 편곡을 잘 안바꾸는 편이다. 관객도 자신이 좋아했던 노래 그대로를 듣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노래는 오랜만에 편곡을 바꿨다. 23세에 발표했던 노래인데, 가수가 나이를 먹는 만큼 노래는 나이를 안먹으니 어느 순간 부르기 어색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원래 버전의 ‘취중진담’에 ‘어린 패기로 고백하면 될거야’라는 희망이 담겨있다면 새로 편곡한 어덜트 버전의 곡은 어차피 안될 걸 뻔히 알면서 고백하는 처절함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150분의 공연을 마무리지으며 김동률은 “데뷔 후 25년이 빠르게 흘러갔다.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렇게 오래됐는지 잘 몰랐다. 그런데 25년을 해도 음악은 너무 어렵다. 무대도 늘 긴장이 된다. 그래서 겸손할 수 밖에 없다. 늘 어렵지만 아쉬움은 원동력과 밑거름이 된다고 믿는다. 백발이 돼도 노래하고 싶다. 우린, 조금 더 늙어서 다시 만나자”라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monami153@sportsseoul.com

<김동률. 사진 | 뮤직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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