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벤투스 향한 노츠 카운티의 재미있는 '청구서'

김태석 2019. 7. 2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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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벤투스 향한 노츠 카운티의 재미있는 '청구서'



(베스트 일레븐)

유럽 클럽 유니폼으로 바라보는 축구 역사는 꽤 흥미진진하다. 유니폼 디자인과 색깔은 바꿀 수 없는 팀 컬러와도 직결되는 만큼 팬들에게 매우 중요하게 인식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하면 붉은 유니폼이 떠오르고, 레알 마드리드를 거론하면 순백의 유니폼이 떠오르는 것도 이런 문화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오리지널리티’를 가지지 못한 명문들도 있다. 이를테면 스페인의 두 명문 클럽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아슬레틱 빌바오의 관계가 그렇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이른바 ‘로스 로히블랑코스(Los Rojiblancos)’ 유니폼이 가능했던 건 아슬레틱 빌바오와의 연관성 때문이다. 붉고 흰 세로줄 무늬 상의에 푸른색 하의를 입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유니폼은, 클럽의 ‘모체(母體)’ 구실을 한 아슬레틱 빌바오의 본래 유니폼과 동일하다.

1907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독립하면서 두 클럽의 색깔차가 발생하는데 바로 하의 색상이다. 본래 푸른색이었던 아슬레틱 빌바오의 하의가 지금의 검정색으로 바뀌게 되는데, 여기에는 잉글랜드 클럽 사우샘프턴이 끼어 있다. 아슬레틱 빌바오가 사우샘프턴으로부터 지원을 받으면서 사우샘프턴의 검정색 바지를 입기 시작한 것이다. 참고로 본래 하의 색깔인 파랑색은 블랙번 로버스 유니폼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사례는 또 있다. 포르투갈 클럽 SC 브라가의 유니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클럽 아스널과 꼭 닮았다. 1930년대 허버트 채프만 감독의 지휘 하에 잉글랜드 최강 클럽으로 우뚝 선 아스널과 친선전을 벌인 후, 그들의 경기력에 감명을 받았는지 당시 브라가 감독이 본래 녹색 유니폼에서 아스널의 유니폼으로 바꿨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져온다. 심지어 SC 브라가의 별칭은 오스 아르세날리스타스(Os Arsenalistas), 철자에서 알 수 있듯 아스널에서 유래했다. 축구가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는 과정에서 잉글랜드 클럽의 공헌이 있었고, 이에 따라 잉글랜드 클럽의 유니폼이 전 세계 곳곳에 영향을 끼치면서 발생한 일들이다.

이 일화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아직도 이 여파가 있다. 바로 곧 방한하게 되는 이탈리아 최강 유벤투스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프로축구 클럽인 잉글랜드의 노츠 카운티의 이야기다.


노츠 카운티의 SOS, “유벤투스, 116년 전의 빚 갚아줄 수 있어?”

이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유벤투스의 유니폼 유래부터 살펴야 한다. 본래 유벤투스의 유니폼은 언젠가 서드 유니폼으로 활용되었던 분홍색 상의였다. 이 유니폼이 지금의 얼룩말 무늬로 바뀌게 된 건 1903년의 일이다. 본래 분홍색 유니폼이 거듭 세탁을 하면서 색이 바래지는 일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유니폼 디자인을 바꿔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때마침 유벤투스에 몸담고 있던 선수인 로비 새비지가 고향 노팅엄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대체할 만한 유니폼을 토리노로 보내달라고 요청했으며, 이때 넘어온 무상으로 넘어 온 유니폼이 바로 노츠 카운티의 것이었다.

즉, ‘비안코네리’라 불리는 유벤투스 유니폼의 원래 원조가 노츠 카운티였다는 얘기이며, 노츠 카운티의 유니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클럽 뉴캐슬 유나이티드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니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오리지널 유니폼’이라고 해도 될 법하다. 어쨌든 이 인연 덕분에 노츠 카운티는 유벤투스로부터 귀한 대접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11년 유벤투스의 안방 알리안츠 스타디움의 개장 경기 상대로 초청되는 영광을 맛보기도 했다. 유벤투스도 자신들의 아이덴디티에 커다란 영향을 준 노츠 카운티를 굉장히 귀한 손님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 인연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영국 지역 매체 <노팅햄셔 라이브>에서 꽤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유벤투스가 재정 위기에 놓인 노츠 카운티를 위해 그 유명한 ‘빚’을 갚을 것인가”라는 제호의 기사다. 노팅햄셔를 지역구로 둔 릴리안 그린우드 노동당 전 의원이 지역의 자랑인 노츠 카운티를 구하기 위해 유벤투스에 손을 벌렸다. 노츠 카운티는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고 있으며, 스폰서도 구하지 못해 새 시즌 유니폼도 구하지 못한 상태다. 노츠 카운티는 현재 덴마크 자본 컨소시엄에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새 주인이 나타난다고 해도 재정이 좋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때 그린우드 의원이 떠올린 게 바로 116년 묵은 유벤투스와의 인연이다. 116년 전에 자신들의 유니폼을 토리노로 보내 유벤투스의 어마어마한 성공에 크게 기여했으니, 이번에는 유벤투스가 곤경에 처한 노츠 카운티를 구해달라는 구조 요청을 날린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생뚱맞게 ‘남의 클럽’ 사정까지 봐줘야 하나 싶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벤투스에게 노츠 카운티는 그저 ‘남’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팀이다. 실제로 유벤투스가 그린우드 의원의 부름에 응해 노츠 카운티를 돕는 일에 나설지는 지켜볼 일이나, 아무도 대체할 수 없는 ‘비안코네리’의 정체성을 노츠 카운티가 정해줬다는 점을 떠올리면 모른 척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낱 유니폼에 엮인 가벼운 이야기일 수 있다. 어쩌면 노츠 카운티의 구조 요청도 웃고 넘길 해프닝일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역사다. 역사를 통해 현 시대 이슈를 바라볼 수 있다면 더욱 재미를 배가시킬 수 있다. 지금 소개하는 노츠 카운티와 유벤투스의 116년 묵은 유니폼 이야기가 바로 그러할 것이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벤투스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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