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주의 유럽레터] '카르타고의 후예들vs이슬람의 향기' 무르시아 더비

이형주 기자 2019. 7. 31.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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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매력적인 더비가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 무르시아 지방 안에 옛 카르타고의 자취가 남은 도시가 있다는 것.

무르시아 지방은 카르타고의 거점 도시가 되며 성장했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슬람 색이 더 강하게 묻어 있는 지방이다.

카르타고의 후예들을 자처하는 FC 카르타헤나와 이슬람의 향기가 묻어있는 무르시아의 대표클럽 레알 무르시아가 무르시아 지방을 두고 다투는 것이 바로 '무르시아 더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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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타헤나 박물관에 남아있는 카르타고 건축 잔해

[STN스포츠(스페인/무르시아ㆍ카르타헤나)=이형주 기자]

여기 매력적인 더비가 있다. 

스페인 남동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무르시아 지방이 눈에 들어온다. 세구라강 연안에 자리한 이 스페인 지방은 다른 스페인 지방들과 마찬가지로 매력적인 지방 중 하나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 무르시아 지방 안에 옛 카르타고의 자취가 남은 도시가 있다는 것. 이 도시의 이름은 카르타헤나. 뜻 자체가 카르타고인들의 도시다.  

제1차 포에니 전쟁으로 지중해의 제해권이 약화된 카르타고는 대안으로 스페인 진출을 택했다. 이를 주도한 이 중 한 명이 고대 전설의 명장 한니발의 아버지 하밀카르 바르카. 바르카가 정착한 이후 스페인은 바르카 가문의 근거지가 됐다. 더불어 카르타고의 중요 근거지로 자리했다.

한니발 전쟁이라고 불리는 제2차 포에니 전쟁이 종료되면서 무르시아 지방의 지배권도 로마에 넘어가게 된다. 이후 서서히 카르타고의 색은 지워졌지만, 그래도 유럽에서 카르타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도시 중 하나다. 실제로 카르타헤나에서는 카르타고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고 그 곳에서 한니발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그 카르타헤나에 FC 카르타헤나가 위치해있다. 1914년 창단된 카르타헤나 CF를 전신으로 하는 그들은 카르타고의 후예들이 되기를 자처한다. 구단 홍보 곳곳에 카르타고를 활용하고 있으며 그들의 애칭 역시 'Cartagos'로 카르타고인들이라는 뜻이다. 

레알 무르시아의 엠블럼(좌측)과 FC 카르타헤나의 엠블럼(우측)

이와는 반대로 무르시아 지방의 정체성을 지키는 이들이 있다. 바로 레알 무르시아다.

무르시아 지방은 카르타고의 거점 도시가 되며 성장했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슬람 색이 더 강하게 묻어 있는 지방이다. 12세기 무렵 이슬람 세력 하에서 번성했고 무어인(이베리아 반도를 점령했던 아랍계 이슬람인)들이 발전시킨 지방이기 때문이다. 무르시아 지방의 주도인 도시 무르시아 역시 이슬람 색이 강하게 묻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무르시아 지방에서는 이슬람의 색을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유럽 풍의 건축물도 있지만, 이슬람 풍의 건축물이 많다. 최근 들어서는 많이 옅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지방 곳곳을 둘러보면 찾을 수 있다. 

카르타고의 후예들을 자처하는 FC 카르타헤나와 이슬람의 향기가 묻어있는 무르시아의 대표클럽 레알 무르시아가 무르시아 지방을 두고 다투는 것이 바로 '무르시아 더비'다. 엘 클라시코 등 스페인의 다른 더비들로 인해 조금 덜 조명받는 것이 있지만, 두 팀의 대결 역시 치열함으로 손꼽힌다. 

다만 아쉬운 것은 양 팀의 대결이 하부리그에서만 이뤄지고 있다는 것. 1부리그 단골 클럽 중 하나였던 레알 무르시아는 최근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며 3부리그에 머물러있다. 저조한 성적을 거듭하던 FC 카르타헤나 역시 반등의 흐름을 찾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무르시아의 두 클럽이 단순히 무르시아의 명운을 걸고 싸우는 것이 아닌, 스페인의 타이틀을 걸고 싸울 날이 언젠가 한 번은 올 수 있을까. 물론 요원해 보이지만 무르시아 지방의 무르시아 인들은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무르시아의 홈구장 에스타디오 누에바 콘도미나

사진=이형주 기자(스페인 무르시아/에스타디오 누에바 콘도미나), 이형주 기자(스페인 카르타헤나/에스타디오 카르타고노바)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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