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커' 호아킨 피닉스, 조커 그 이상의 조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2019. 9. 27.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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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1989년 잭 니콜슨의 조커부터 2008년 히스 레저의 조커까지. 조커는 이름만으로 관심을 부르는 캐릭터다. 둘을 뛰어넘는 조커는 절대 없을 거라 믿는 이들이라도 영화 ‘조커’(감독 토드 필립스)를 본다면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배우 호아킨 피닉스, 새로운 조커의 탄생이다.

영화는 이벤트 업체에서 광대로 일하는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광대 분장으로 진짜 얼굴을 가린 아서는 언제나 군중 사이에 홀로 서 있다. 그가 원하는 건 소통이다. 하지만 거리에선 10대 불량배들에게 강도 당해 만신창이가 되고 전철에선 젊은 회사원들의 놀림거리가 된다. 아서를 둘러싼 세상의 오해는 계속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무 때나 튀어나오는 웃음은 사람들로부터 그를 더욱 고립시킨다. 그런 아서를 편견 없이 대하는 건 아이들뿐이다. 아이들은 아서의 익살스러운 표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같이 웃지만, 이내 “애 괴롭히지 말라”는 부모의 핀잔이 날아온다. 아서는 점점 삐딱해진다. 사람들 눈에 띄는 것을 힘들어하면서도 세상 누구도 자신에게 관심 없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분노한 아서는 점점 대담하고 잔인하게 폭주하기 시작한다.

‘조커’는 말하자면 ‘소통’에 대한 이야기다. 사회부적응자라는 낙인이 찍힌 아서가 코미디언이 되려 하고 스탠드업 코미디쇼에 나가려고 하고 돈 많은 사업가 토마스 웨인(브래트 컬렌)에게 집착하고, 또 이웃 소피(재지 비츠)를 훔쳐보는 모든 행동의 바탕엔 감정적 소통을 향한 욕망이 있다.

조커 캐릭터가 가진 기본적인 특징들은 그대로다. 굳이 비교했을 때 히스 레저의 조커가 익살스러운 광기의 정점을 찍은 것이라면,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훨씬 슬프다. 악인을 보면서 묘하게 마음이 아프고 울고 싶어지는, 기묘한 경험에 보는 이도 혼란해진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는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에 상당부분 빚지고 있다. 그는 선과 악이 혼재된 현실을 혼신의 연기로 그렸다. 단순히 광대 분장과 붉은 정장으로 조커의 탈을 썼다기보다 조커를 캐릭터 그대로 흡수해버렸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특히 대사가 아닌 눈빛, 표정, 몸짓으로도 말을 건네는데, 특히 중반부 화장실에서 춤추는 장면에서는 온몸으로 대사를 뱉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난 내 삶이 비극인 줄 알았는데 개 같은 코미디였다”며 섬뜩하게 웃는다거나, 얼굴에 묻은 피로 웃는 입을 그리는 아서의 모습을 보다 보면 감탄을 넘어 오싹해진다. 해외 평단이 ‘미친 걸작’이라고 평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호아킨 피닉스에게 모든 공을 돌리기엔 영화를 구성한 다른 요소들 역시 너무도 강력하다. 특히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인 분장, 의상, 배경, 미술 등이 주는 에너지는 가히 압도적이다. 어두우면서도 사실적이고 미학적인 고담시의 풍경과 아캄 주립 병원, 알 수 없는 이웃들이 모여 사는 공동 주택, 깊은 터널 속 전철 등이 아서가 조커로 변해가는 피폐한 단계를 매혹적으로 대변한다.

122분 간의 러닝타임 내내 아서의 혼란한 정신과 음울한 일상, 침착하고도 어두운 분위기가 계속되지만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시선을 떼기 힘들다. 예술영화와 오락영화의 경계가 무색하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특히 중반 이후부터 엔딩까지 이어지는 약 30분간은 모든 장면이 하이라이트다.

‘조커’는 호아킨 피닉스와 조커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 더없이 기쁜 선물이 될 만한 영화다. 다만 아서가 세상을 향한 분노로 끔찍한 테러를 저지르는 과정은 부드럽게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웃긴 분장을 한 악인의 기행을 두고 매력적으로 설득하려 하는데 어쩔 수 없는 반감이 든다. 물론 세상을 구하는 선(善)만 영화의 주인공이 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미국에서 '조커'를 모방한 반사회적 범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건 생각해볼 만한 부분이다.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 오는 10월 2일 개봉.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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