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는 항상 거대했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4,411㎜. 내년 초 등장할 쉐보레 야심작, 트레일블레이저 길이다. 크기가 참 애매하다. 소형 SUV로 보자니 너무 크고, 준중형 SUV로 보자니 또 너무 작다. 미국 쉐보레가 정의한 차급은 소형 SUV다. 즉, 엄청 큰 소형 SUV라는 얘기다. 쉐보레는 항상 이랬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쉐보레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거대 소형 SUV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기아 셀토스가 처음 나왔을 때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준준중형 SUV’라고 놀렸다. 4,375㎜ 길이는 역대 소형 SUV 중 가장 컸으니까. 그러나 ‘삼일천하’였다. 내년 나올 길이 4,411㎜(중국형 기준) 트레일블레이저 앞에선 초라한 숫자일 뿐이다.

<소형 SUV 크기 비교표>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국내 가장 작은 소형 SUV 현대 베뉴(4,040㎜)와 비교하면 무려 371㎜나 더 길다. 같은 소형 SUV로 분류하기 민망할 정도다. 준중형 SUV 쌍용 코란도(4,450㎜)와 비교하면 단 39㎜ 짧을 뿐이다. 아마 쉐보레가 소형 SUV라고 못 박지 않았더라면, 준중형 SUV라고 분류했을지도 모른다.

트레일블레이저 대시보드(왼쪽)와 트렁크 공간(오른쪽). 평평하게 시트를 접을 수 있다

당연히 공간 활용성도 준중형 SUV를 넘본다. 2열 시트를 접었을 때 1,540L 적재 공간이 펼쳐지며, 1열 동반석을 납작하게 접을 수 있어, 최대 2.6m 길이 짐도 문제없다. 트렁크 높이에 딱 맞춰 평평하게 접히는 2열 시트도 강점이다.

쉐보레 트래버스

롤스로이스만 없었더라면, 쉐보레 트래버스

‘국내 출시 SUV 최대 전장’을 외치며 등장한 트래버스. 정말 크다. 길이 5,200㎜로, 그 크다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5,180㎜)를 내려다보며, 호화 SUV 벤틀리 벤테이가(5,140㎜)를 초라하게 만든다. 길이 5,341㎜ 롤스로이스 컬리넌만 없었더라면, 정말 국산차와 수입차를 막론하고 국내 최대 SUV로 자리매김할 뻔했다.

<대형 SUV 크기 비교표>


쉐보레 트래버스

동급에선 압도적으로 거대하다. 트래버스는 미국에선 중형 SUV(mid-size SUV), 우리나라에서는 대형 SUV다. 경쟁 상대는 현대 팰리세이드, 포드 익스플로러, 혼다 파일럿 등등. 경쟁 상대 길이는 순서대로 4,980㎜, 5,050㎜, 5,005㎜다. 트래버스가 150~220㎜ 길다.

트래버스 실내 공간은 동급 SUV 대비 훨씬 넓다

트래버스는 3열 시트를 갖춘 7인승 SUV다. 일곱 좌석 모두 충분한 다리 공간을 확보했으며, 짐 공간도 넉넉하다. 시트를 모두 폈을 때 651L, 3열 접으면 1,636L, 2열까지 모두 접으면 2,780L로 늘어난다. 순서대로 509L, 1,297L, 2,446L인 팰리세이드를 모두 웃돈다.

쉐보레 임팔라

F 세그먼트라고 불러다오, 쉐보레 임팔라

5m는 오랫동안 대형 세단(F 세그먼트)과 준대형 세단(E 세그먼트)을 가르는 척도였다. 그래서 요즘 덩치를 한껏 키운 준대형 세단도 5m 기준은 웬만해선 지킨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4,960㎜)는 물론 제네시스 G80(4,990㎜), 그리고 휠베이스를 늘린 신형 그랜저(4,990㎜)도 5m 벽을 넘지 않았다. 그런데 쉐보레 임팔라가 그 기준을 가볍게 넘어버렸다.

<준대형 세단 크기 비교표>


쉐보레 임팔라

임팔라 길이는 5,110㎜다. 처음 출시 때 길이 5,050㎜였던 쌍용 체어맨과 5,065㎜ 현대 에쿠스를 넘어서는 크기다(체어맨과 에쿠스는 이후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임팔라보다 길어진다). 더욱이 오늘날 제네시스 G90도 쓰지 않는 20인치 휠을 달아 더욱 또렷한 존재감을 뽐냈다.

1972년형 쉐보레 임팔라 컨버터블(왼쪽)과 세단(오른쪽)

사실 임팔라는 원래 더 큰 차였다. 한창 미국차가 덩치를 키우던 1958년, 8기통 엔진 얹은 대형 머슬카로 등장했다. 세대에 따라 길이가 5.6m를 넘기도 했고, 7.4L V8 엔진을 달기도 했다. 이후 석유파동의 영향으로 덩치를 줄여오다, 8세대 때 길이가 5,080㎜까지 줄어든 후, 현 10세대에 이르러 5,110㎜로 소폭 늘었다.

임팔라는 뒤 오버행이 무척 길다

과거 머슬카 뿌리는 비율로도 엿볼 수 있다. 핵심은 길쭉한 뒤 오버행이다. 과거 머슬카가 그랬듯, 뒤 타이어 뒤로 트렁크가 기다랗게 뻗었다. 휠베이스는 2,835㎜인데 전체 길이가 5,110㎜나 되는 이유다. 덕분에 트렁크 용량이 535L로 동급 최고 수준이다.

쉐보레 말리부

K5 크다 마라, 쉐보레 말리부

요즘 현대-기아차 중형 세단이 줄줄이 세대교체를 거치며 덩치를 키웠다. 쏘나타는 길이 4,900㎜로, 기아 K5는 4,905㎜로 거듭났다. 그럼에도 현대-기아차가 즐겨 쓰는 ‘동급 최고’라는 수식어는 없다. 지난 2016년 등장한 말리부가 이미 4,935㎜(부분변경 후)로 선두에 서있어서다.

<중형 세단 크기 비교표>


쉐보레 말리부

말리부는 출시 당시 길이 4,925㎜로 4,920㎜ 현대 그랜저보다 길었다. 재밌는 사실을 이토록 큰 데도 가볍다는 점. 최신 말리부는 1.3 터보 모델 무게가 1,400㎏(16 & 17인치 휠 기준)이며, 2.0L 터보 모델은 1,475㎏(19인치 휠 기준)이다. 현대 쏘나타는 2.0L 가솔린이 1,415㎏(17인치 휠 기준), 1.6L 터보 모델이 1,490㎏(19인치 휠 기준)이다. 말리부가 더 크고 먼저 나왔음에도 가볍다.

대우 임페리얼(왼쪽)과 대우 매그너스(오른쪽)

한편, 우리나라 쉐보레는 과거 대우자동차 시절 때도 한 덩치 했었다. 1980년대 대우 중형 세단 로얄 프린스는 길이 4,885㎜로, 당시 현대 1세대 소나타보다 277㎜나 더 길었다. 대형 세단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시기 현대 1세대 그랜저에 맞서 경쟁을 펼쳤던 대우 임페리얼은 길이 4,934㎜로 4,865㎜였던 그랜저를 65㎜ 차이로 따돌렸다. 이후로도 1990년대 초 중형 세단 중 가장 컸던 대우 프린스, ‘빅 매그너스’로 홍보한 대우 매그너스 등 대우차는 전반적으로 큰 덩치를 뽐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