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아파트·레드 슈즈·헬로카봇.. 토종애니 '디즈니 마법'에 도전장



‘알라딘’‘토이스토리4’이어
‘라이온 킹’등 관객 몰이 속
3D·호러물 등 다양한 시도
캐릭터 비틀고 이야기 융합
탄탄한 내용 탁월한 기술로
청소년 넘어 어른들도 호평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 ‘알라딘’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기대 이상의 결과다. 디즈니 식구가 된 픽사의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4’도 가뿐히 300만 명을 넘어섰다. 디즈니의 또 다른 실사 영화 ‘인어공주’는 흑인 공주라는 파격 캐스팅으로 제작 전부터 연일 화제다. 17일 개봉한 ‘라이온 킹’은 하루 동안 30만여 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 한국은 어느때보다 강력한 ‘디즈니 매직’에 사로잡혀 있다.
한국 영화는 물론 토종 애니메이션까지 자취를 감춘 듯한 요즘 미래의 디즈니를 꿈꾸며 도전을 멈추지 않는 국산 애니메이션이 있다. 25일 개봉하는 ‘레드 슈즈’, 만화채널 투니버스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신비아파트’, 시즌7까지 이어지며 ‘뽀로로’의 아성을 넘보는 ‘헬로카봇’이다. 이들은 새로운 장르를 도입하고 스토리를 융합·창작하며, 전문적인 제작 노하우를 개발해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
CJ ENM이 2017년 11월부터 투니버스 채널을 통해 방영한 ‘신비아파트’는 채널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월 종영한 ‘신비아파트: 고스트볼 X의 탄생’은 평균 시청률 4.626%와 평균 점유율 35.8%를 기록했다.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 장르의 힘에 있다. 신세대 도깨비 신비와 구하리·두리 남매가 힘을 합쳐 아파트에 사는 귀신들을 물리치는 내용으로 이전 어린이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없었던 호러물이다. 어린이용 호러라고 얕잡아봤다가는 큰코다친다. ‘전설의 고향’처럼 어른이 봐도 섬뜩한 귀신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호러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주인공들이 도전과 모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흥미진진하다. ‘신비아파트’는 CJ ENM의 애니메이션 산실인 ‘바주카(BAZOOKA) 스튜디오’에서 탄생했다. 바주카 스튜디오는 기획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줄였다. 게임 엔진 기술에 기반해 지식재산(IP)을 선발하고 실시간 모션 캡처 장비를 이용해 비용을 20∼30% 절감했다.
애니메이션 영화 ‘레드 슈즈’는 한국 애니메이션계가 내놓은 야심작이다. 언뜻 어디선가 본 듯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같은 분위기지만 알고 보면 100% 국내 인력으로 제작된 ‘토종’이다. 2003년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의 시각효과를 담당했던 홍성호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겨울왕국’ ‘모아나’ ‘주토피아’ 등에 참여한 한국인 최초의 디즈니 수석 애니메이터 김상진 감독이 캐릭터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감독을 맡았다. 시나리오 개발에만 5년, 프로덕션에 3년 6개월이 걸렸고, 200여 명의 스태프가 참여했다. 시간과 정성의 싸움이었다.
빨간 구두를 신으면 180도 변신하는 ‘레드 슈즈’와 저주에 걸려 초록색 난쟁이가 된 일곱 왕자의 모험이 펼쳐진다.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 ‘아서왕 이야기’ ‘잭과 콩나무’ 등 다양한 동화가 연상되지만 단순한 조합이 아니다. 캐릭터를 비틀고 이야기를 융합했다. 여기에 김상진 감독을 통해 애니메이터의 연기를 캐릭터에 이입하는 노하우를 접목했다.
홍성호 감독은 “애초에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만들었다. 동양인인지 서양인인지 알쏭달쏭한 캐릭터를 만든다고 만들었는데 어쩔 수 없이 한국적인 느낌이 배어든 것 같다”며 “오리지널 캐릭터와 스토리를 생각하기도 했으나 익숙한 게 낫다는 결론에 도달해 낯익은 이야기에서 캐릭터를 가져왔다. 하지만 기존 이야기의 테두리를 넘어서 변주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이런 글로벌 전략은 어느 정도 통한 것 같다. ‘레드 슈즈’는 지난 2월 유럽 최대 규모 영화 시장인 ‘유럽 필름 마켓(EFM)’에서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세계 123개국에 판매됐다.
‘헬로카봇’은 2014년부터 KBS에서 방영된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과 완구 전문업체인 초이락컨텐츠팩토리가 제작한 작품으로 시즌7까지 나왔고 극장판으로도 만들어져 2편이 개봉됐다. 지난해 개봉한 ‘극장판 헬로카봇: 백악기시대’는 방학이면 나타나는 디즈니와 일본 애니메이션의 공세 속에서 88만 관객을 동원했다. 국산 애니메이션 흥행 역대 4위였다. ‘헬로카봇’은 내용과 기술 면에서 처음부터 타깃이 분명했다. 디즈니가 어른과 어린이를 두루 겨냥했다면 ‘헬로카봇’은 주시청층이 5∼12세에 맞춰져 있다. 디즈니보다는 좁지만 영·유아가 대상인 ‘뽀로로’보다는 넓다.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효율적인 타기팅이다. 내용 면에선 ‘나만의 비밀친구’라는 콘셉트를 채택했다. 주인공 소년 차탄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손목시계로 헬로카봇을 불러내 도움을 요청하는데, 헬로카봇은 어른들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풀어주고 감쪽같이 사라진다. ‘비밀스럽지만 믿음직스러운 나만의’ 캐릭터인 것이다. 기술적으론 처음부터 ‘3D’로 개발했다. 2D보다 입체감이 뛰어난 데다 세계시장의 트렌드를 일찌감치 수용한 결과다. 다만 3D의 ‘정감 없는 드로잉’을 극복하기 위해 고유한 테크닉을 개발했다. 올가을엔 ‘극장판 헬로카봇: 달나라를 구해줘’를 선보일 예정이다.
장상용 초이락컨텐츠팩토리 팀장은 “‘헬로카봇’ 시리즈가 부모 시청자들에게 통한 이유는 재미와 감동, 교육적 메시지를 포함했기 때문이다. 최신규 총감독이 극장판 OST를 직접 작사·작곡하는 등 전 스태프가 통일적 메시지를 창작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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