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불화수소 공급 중단' 연초부터 경고음 나왔다
[경향신문] ㆍ반도체업계 관계자 ‘정부·기업 안이한 대처가 사태 키워’ 지적
ㆍ대기업, 중소기업의 ‘핵심 소재 국산화’ 노력에 소극적 자세도
반도체업계에서는 올 초부터 그간 일본에서 공수해온 불화수소 조달이 끊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소재 국산화에 팔짱을 끼고 있던 정부와 기업이 추가 경고음에도 안이하게 대처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7일 “연초부터 일본이 한국에 불화수소 공급을 중단할 것이란 말이 있었다”면서 “당시만 해도 ‘그렇게 되면 우리도 일본에 필요한 제품을 끊어버리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는 것인데 설마 그러겠느냐’고 안이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일관계는 문재인 정부가 전임 정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설립에 합의한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발표하면서 급랭됐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1월21일 장관 직권으로 이 재단 허가를 취소하고 해산 절차에 돌입했다. 같은 달 29일 스가 요시히데 일 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의 재단 해산 방침은 한·일 합의에 비춰 매우 문제”라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반도체 불순물을 제거하는 세정액으로 사용되는 불화수소는 환경규제로 인해 국내 생산이 쉽지 않다. 2012년 발생한 구미 불산 누출 사고 이후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공장 건설이 어려워진 것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불화수소는 오래 보관하면 물질 특성이 바뀌고 성능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면서 “이 같은 특성 때문에 필요한 양만큼만 사야 해 재고가 적다”고 말했다. 또 국내 대기업이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반도체 핵심 소재 국산화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가 발표한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대응방안 검토’ 보고서를 보면, 한 업체는 “고순도 불화수소 자체 생산을 검토했으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환경규제로 생산이 어려우니 포기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다른 업체도 “수급처 다변화를 위해 중국산 불화수소에 대한 기초평가에 성공해 생산 준비를 했으나 ‘현재까지 일본에서 공급받고 있어 중국산을 평가할 이유가 없다’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불화수소 제작을 위해서는 거액의 연구·개발비와 공장 건설비 투입뿐 아니라 안전·오염 관리 노하우가 전제돼야 한다. 소재 수급처를 바꾸려면 생산라인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최소 1년의 품질 평가기간도 필요하다.
한편 재계는 일본의 수출규제 정책이 국내 정치권에서 추측하는 것처럼 ‘선거용’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국내 경제단체에서 일본에 파견 간 직원들이 있어 접촉해보니 ‘2주일 앞으로 다가온 참의원 선거에 활용하기 위한 단기 조치가 아니라 켜켜이 쌓여온 외교적 불신에서 생겨난 장기 조치로 해석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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