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더가든, 아팠던 유년 시절을 꺼낸 까닭 [종합]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가수 카더가든(Car, the garden)이 자전적인 앨범으로 돌아왔다.
카더가든의 두 번째 정규 앨범 'C'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가 23일 서울시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진행됐다.
'C'는 카더가든이 좋아하는 것들(Car the garden, Cigarette, Christmas)이 알파벳 C라는 교집합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착안해 지어졌다. 그는 "음반 제목을 정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다른 단어보다도 '카더가든'이 앨범 제목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카더가든의 '카더가든'이 나왔다고 하면 황당할 것 같아서 'C'로 했다. 앨범이 이기적이고 제 메모장 같은 음반이다 보니까 뭔가 또 있을까 하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알파벳 C를 갖고 있더라. 그래서 앨범 설명란에도 그렇게 넣었다"고 설명했다.
그간 사랑을 주제로 노래했던 카더가든은 이번 앨범에 자신의 유년 시절을 담았다. 그는 "저는 단순하게 연애를 하는 편이다. 사랑하는 상태면 더 사랑하고 안 사랑하면 그만 만나든지 식의 감정으로 연애하는 편이라 지어내야 하는데 더이상 지어낼 게 없더라.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진짜 내 얘기를 해볼까 했고, 가족이나 유년 시절 얘기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C'에는 타이틀곡 '꿈을 꿨어요'를 비롯해 '의연한 악수' '면허없음' 등 모두 9개의 곡이 담겼다.
1번 트랙 '의연한 악수'에 대해 카더가든은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제 주변에 좋은 어른으로 계시는 분들처럼 저도 그러고 싶은데 그렇게 잘 되지 않아서 스스로에게 답답하고 고민했던 기분들을 담은 곡"이라고 설명했다.
2번 트랙 '어 키드 프롬 배스룸(A Kid From Bathroom)'은 카더가든의 유년 시절이 담긴 곡이다. 그는 "어렸을 때 눈치를 많이 보고 강압적이고 오냐오냐 받지 못한 집안 환경에서 자랐다. 부모님의 관심을 받으려고 어린 마음에 화장실에서 일부러 코피를 내기도 했다. 그때부터 생긴 습관이 눈치를 많이 보고 맞서기 보다는 져주고 말지라는 삶의 태도가 생겼다. 그래서 제목도 '화장실에서 나온 아이' 이런 식으로 지었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꿈을 꿨어요'는 3번 트랙에 배치됐다. 카더가든은 "요즘에는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트라우마처럼 느껴졌었던 유년 시절이 지금이 되니까 마주볼 수 있게 됐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가 그립다거나 소중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제 꿈에 어느 날 나오더라. 이건 내 기억 속에 어차피 있는 거고 앞으로도 이런 것에 조금도 묶여 있지 말고 현재 혹은 미래를 충실히 살아가야겠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털어놨다.

다음 트랙 '유영'은 싱어송라이터 유라와 함께 했다. 카더가든은 "남자 보컬, 여자 보컬이 고음과 저음으로 쭉 진행해나가는 곡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 와중에 저랑 너무 친한 뮤지션이고 재능 있다고 생각하는 유라 양과 같이 작업했다. 제 생각에는 섹시한 트랙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트랙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5번 트랙 '톨 가이(Tallguy)'는 키가 큰 카더가든을 묘사한 곡이다. 그는 "이 트랙은 제가 처음 이성친구들에 대한 관심이 생겼을 때가 고등학생 때인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많이 듣는 얘기가 '키가 크시네요'다. 키만 큰 남자의 설움같은 게 담겨 있는 곡"이라고 전했다.
그 다음 '비었다'에 대해서는 "근현대사의 큰 챕터챕터마다 투쟁과 희생으로 맞서신 분들에 대한 제 존경과 감사를 담은 곡이다. 저라면 절대 그러지 못했을 거다. 그런 마음을 담아서 만든 곡"이라는 카더가든의 설명이 덧붙었다.
'면허없음'은 차 면허가 없는 카더가든이 면허가 없어서 생기는 상황에 대해 쓴 곡이다. 그는 "제가 얼굴은 덤프트럭도 몰게 생겼는데 사실 제가 면허가 없다. 면허가 없어서 생기는 불편한 상황도 많이 생기더라.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일 때 미안했던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면허를 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카더가든은 "8번 트랙 '간격'은 사람을 만날 때 간격이 너무 좁고 빈도 수가 잦으면 나쁜 감정이 생길 때가 많더라. 간격을 좀 두고 만나니까 숨통이 트이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잇는 시간이 생겨서 한 번에 '아' 하고 느꼈던 순간이 있는데 그때 들었던 기분을 떠올려서 가사도 적고 멜로디도 적었다"고 되짚었다.
마지막 트랙은 '202 (DEMO)'다. 그는 "다음 음반의 티저 격이 될 수 있는 곡이다. 데모 버전으로 들어보시고 이 친구가 다음 길은 이렇게 계획하고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셨으면 좋겠다는 곡이다. 늘 다음 앨범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픈 유년 시절을 꺼냈지만 카더가든은 "앨범을 만들 때 슬프진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담담하게 한 번 생각해보자. '내가 어떻게 지내왔고, 어떻게 생각했지? 한톨의 거짓도 없이 하자' 만들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합주하거나 라이브 할 때 이전 노래를 연주할 때보다는 제 감정선이 더 많이 들어갔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카더가든은 "제가 존경하는 뮤지션 중에 앨범에 본인 삶을 투영하시는 분들이 많다. 이번 앨범은 그러려고 첫 번째 시도한 앨범이다. 제 음악에 삶을 많이 넣으려고 하는 첫 움직임으로서 이번 앨범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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