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1만4000곡 번역 "욕설 가사 애 좀 먹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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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디(DanceD).' 한국에서 힙합 좋아하는 이라면 한 번쯤 스쳐갔을 이름.
인터넷 힙합 커뮤니티에 에미넘부터 켄드릭 라마까지 다양한 해외 랩 가사를 해석해 올리는 번역의 일인자.
욕설과 범죄 묘사가 넘실대는 해외 랩 가사와 묘한 대비를 이루는 직업인 셈.
"미국 힙합은 돈, 성(性), 폭력에 관한 이야기가 다수입니다. 학창 시절, 연애사 같은 다양한 소재를 담아내는 한국 힙합이 더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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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욕을 잘 못 쓰는 편이에요. 그래서 초기에는 욕설을 적나라하게 옮기는 게 꺼려져 애 좀 먹었습니다.”
모범생이었다. 가끔 학교 장기자랑 시간에 드렁큰 타이거의 랩을 한다는 정도를 빼면 말이다. 그가 랩 해석과 공유를 시작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그의 외국 생활은 초등학교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서 1년 지낸 게 전부다.
“미국에 다녀와 가사를 알게 되니 신기해서 인터넷에 한두 곡씩 올리기 시작했죠.”
당시만 해도 랩 가사 해석이 귀했다. 힙합 사이트에 몇 곡 올려본 게 입소문을 탔다. 개인 홈페이지에 의뢰인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의사를 꿈꿨어요. 힙합은 평생 ‘제1의 취미’라는 생각을 가졌고 그 생각엔 변함없답니다.”
쏟아지는 의뢰에 응하다 보니 힙합의 매력에 더 빠져들었다. 독학도 계속했다. 외화를 자막 없이 보거나 랩 가사에 나오는 미국 대중문화 콘텐츠를 찾아봤다. 그는 여전히 일주일에 40곡꼴로 가사 번역을 자신의 홈페이지나 힙합 커뮤니티인 힙합엘이에 올린다. R&B나 록 가사도 의뢰가 오면 착수한다. 수임료는 없다. 군의관인 지금도 일과 시간이 끝나면 의뢰를 접수하고 해석에 착수하는 또 다른 일과를 시작한다.

해석 속도는 초기에 곡당 1시간 걸렸지만 지금은 10∼15분으로 단축됐다. 17년 번역 인생에서 가장 난해한 작업은 미국 록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대곡 ‘Murder Mystery’.
“8분 동안 왼쪽과 오른쪽 스피커에서 서로 다른 말을 계속 하는데 의미가 통하지 않고 난해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는 뜻밖에 한국 힙합의 열렬한 지지자다.
“미국 힙합은 돈, 성(性), 폭력에 관한 이야기가 다수입니다. 학창 시절, 연애사 같은 다양한 소재를 담아내는 한국 힙합이 더 재밌어요.”
‘.1(닷원)’이란 예명의 아마추어 래퍼로도 활동 중이다. 7일 첫 정식 데뷔앨범을 내놓는다.
“앨범 제목은 ‘항상성’입니다. 생물이 체내에서 체온, 혈압 등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질. 저 역시 여러 외부 요소에도 불구하고 랩을 계속하고 있잖아요.”
의학 지식이 힙합 가사 번역에 도움이 될 때는 없을까.
“해부학 용어나 병명이 가사에 쓰이는 경우도 있거든요. ‘유명 래퍼들의 질병 10선’ 같은 칼럼을 쓴 적도 있습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해외 래퍼는 루페 피아스코. 그는 “미국 독립선언문부터 인디언 학살까지 역사와 문화의 다양한 맥락을 풀어내는 솜씨가 대단하다”고 했다.
2021년 4월 제대하면 순환기내과 의사로 살 생각이다. 바쁜 본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만큼 가사 해석은 그만둘 계획이라고 했다.
“연구로 세계적 인정을 받는 의사가 되는 것이 인생의 꿈입니다. 물론 힙합은 저의 평생 동반자죠.”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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