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디젤 트러스트

BMW코리아가 디젤 엔진의 화재 시 신차로 교환해주는 신차 보장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유로6 기준을 충족하는 디젤 엔진과 신형 3시리즈와 5시리즈 등 신차 품질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마케팅이다.

지난해 구형 BMW 520d(코드네임 F10)에 탑재된 유로5 기준 N47과 B47 디젤 엔진의 연이은 화재 사고는 BMW 브랜드의 위신을 크게 떨어뜨렸다. 적극적인 리콜 조치로 EGR 부품 교환은 마무리되었지만, 아직 쓰라린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BMW코리아는 디젤 차량의 상품성에 자신감을 내비치며 디젤 엔진에 불이 나면 신차로 교환해주는 신차 보장 프로그램을 지난 7월부터 올해 말까지 진행하고 있다.

자신감인지 자만심인지 새로운 320d와 520d, 그리고 620d GT(그란투리스모)를 몰아봐야 알 수 있는 법, 한나절 동안 시승해보았다.

질소산화물 규제 강화된 유로6 충족

신형 520d(G30)와 320d(G20), 620d GT에 장착된 디젤엔진은 애드블루(AdBlue)를 주입해 배기가스를 제어하는 SCR 방식이다. 모두 유로6 기준을 충족한다.

유로6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선 배기가스 중 일산화탄소(CO) 0.5g/km, 질소산화물(NOx) 0.08g/km, 탄화수소와 질소산화물 합산(HC+NOx) 0.17g/km, 그을음 입자(PM: Particle Matter) 0.0045g/km라는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만 한다.

BMW의 디젤 엔진은 EGR 장치를 통해 배기가스 일부를 흡기로 재공급해 연소실 온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질소산화물의 생성을 줄인다. 그다음 배기 매니폴드를 따라 흐르는 배기가스를 백금과 로듐으로 제작한 DPF로 통과시켜 일산화탄소와 탄화수소, 질소산화물을 삼원촉매 방법으로 물과 이산화탄소로 화학 변화시킨다. 동시에 PM의 질량을 줄인다.

DPF를 거친 배기가스에 잔존해 있는 PM은 NCS에 쌓이고 추가 연소를 통해 다시 한번 정제된다. 이후 배기가스에 암모니아를 분사해 질소산화물을 인체에 무해한 질소와 물로 화학 변화시키는 SCR 장치를 거치는 방법으로 배출가스 규제를 충족하고 있다.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선 연료 소비를 줄이고 완전연소를 이뤄야 하는데 연료 효율을 높여 배기가스를 줄이는 기술이 선행되어야 위에서 설명한 저감장치의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배출가스 저감장치로 정제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배출가스의 양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BMW는 축적된 기술로 경량화와 공기저항을 줄이는 디자인, 구동장치의 기계적 정밀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연료 효율을 높이고 배기가스의 배출량을 먼저 줄이고 있다.

말괄량이에서 요조숙녀로

신형 520d(G30)와 320d(G20), 620d GT에 장착된 디젤 엔진은 모두 배기량 1995cc 직렬 4기통 트윈파워 터보 디젤 엔진으로 4000rpm에서 최고출력 190마력, 1750~2500rpm 구간에서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한다.

320d는 예상치 못한 만족을 주었다. 보통 엔트리 모델과 프리미엄 모델의 격차는 크기 마련이다. 특히 독일 브랜드의 경우 그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전 모델인 6세대 F30 320d와 F10 520d는 소음과 진동면에서 품질 차이가 컸다.

그런데 7세대 신형 G20 320d는 정숙성이나 실내공간 등 여러 면에서 상위 모델인 7세대 신형 G30 520d와 견주어 NVH면에서 큰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좋아졌다. 공회전 상태에서 스티어링 휠이나 시트 방석과 등받이, 페달에서 느껴지는 진동이 미세하다.



휘발유 엔진 버금가는 수준이다. 7세대로 진화하면서 G30 5시리즈와 G20 3시리즈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발전했다. 왈가닥거리는 말괄량이에서 정숙한 요조숙녀로 성장했다.

320d와 520d는 저속 구간과 고속 구간에서 작동하는 트윈파워 터보차저 덕분에 적은 배기량이지만, 도로를 차고 달려 나가는 펀치력이 만만찮다. 신형 520d보다 105kg 가벼운 몸무게 때문에 320d가 뜀박질을 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 제원상 0→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이 320d는 6.8초, 520d가 7.5초로 0.5초 차이가 난다.

서스펜션의 세팅도 다르다. 320d의 서스펜션이 520d보다 단단하다. 서스펜션을 구성하고 있는 스프링의 탄성 계수가 높은 편이고 댐퍼도 같은 성향으로 세팅해 스트로크가 짧고 댐핑 압력이 강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다소 통통거리기는 편이다.



520d는 탄력 있다. 스프링의 탄성 계수나 댐핑 압력 등 전반적인 서스펜션의 튜닝이 부드러운 승차감에 맞춰졌다. 아기를 어를 때처럼 어화둥둥 떠받드는 편안한 승차감이다. 부드럽다고 해서 말랑거리는 수준이 아니다.

코너링에서 차체가 크고 무거운 520d가 차체 무게 이동에 따른 쏠림 현상이 320d보다 좀 더 발생하는 편이지만, 유연하고 탄력 넘치는 관절 구조와 차체 자세 제어장치가 민첩하게 노면 상황에 대처하기에 코너 워크가 탁월하다. 어지간한 코너링에서 두 차 모두 운전자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한다.

2.0ℓ 디젤 엔진을 처음으로 탑재하고 국내 출시한 620d GT는 덩치와 비례하는 묵직한 몸무게 때문인지 초반 가속 성능이 아쉬웠다. 조금 굼뜬 움직임은 520d보다 150kg 더 무겁고 320d와는 255kg이나 차이가 나는 무게 때문이다.



가속 성능이 모자란 듯 아쉽지만,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를 7.9초 만에 통과한다. 무게에 비해 달리기 실력은 준수한 편인 셈이다. 서스펜션의 튜닝 특성도 확실히 승차감에 초점을 맞추었다. 차체 중량과 GT 스타일의 특성상 뒤쪽 서스펜션의 탄성 계수가 높은 편이라서 뒷좌석에 앉으면 튕기듯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520d보다 살짝 아쉬운 라이딩, 핸들링, 코너링 성능이었다.

320d나 520d, 620d GT는 본인의 취향과 스타일, 용도에 따라 크기와 디자인을 선택하면 된다. 역동적이고 민첩한 준중형 세단에 눈길이 간다면 320d를, 탁월한 상품성을 지닌 중형 비즈니스 세단을 원한다면 520d를, 세단과 SUV의 장점을 버무린 GT의 실용성에 마음이 쏠리면 620d GT를 선택하면 된다.

디자인이나 인테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담지 않은 건 호불호가 강하기 때문이고 BMW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세 가지 모델 모두 담고 있으며 디테일과 사용한 소재의 차이는 차급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2.0ℓ 디젤 엔진, 공통적인 파워트레인에 초점을 맞춰 시승 느낌을 적었다.



적극적인 디젤차 마케팅에 나선 이유 디젤 엔진은 2차 산업혁명의 도화선이었다. 전기, 화학, 철강 기술의 발전으로 삶의 질은 높아졌고 편리해졌다. 디젤 엔진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오랫동안 오인받았지만, 기술이 진화하면서 인체에 유해한 배출가스를 적게 뿜어내는 효율 좋은 친환경 엔진으로 주목받으며 한때 디젤차 전성시대를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아우디폭스바겐 디젤게이트와 잇따른 BMW 디젤 엔진 화재 사건으로 디젤차에 대한 인식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그런 와중에 BMW는 소비자들에게 안심하고 디젤 차량을 구매하도록 신차 보장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어수선하고 불편한 분위기에도 자신감을 내보이며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이유는 뭘까?

디젤차의 인기 비결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료비와 높은 연비였다. 만만치 않은 환경 규제에도 BMW코리아가 디젤차 판매에 주력하고 소비자들이 선택에 미련을 갖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락내리락하며 불안한 가운데 국내 원윳값의 인상은 가파른 반면 하락세가 더딘 상황에서 디젤차의 선호도는 오를 수밖에 없다.

디젤차보다 친환경적이며 연비가 높은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는 디젤차보다 찻값이 비싸다.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카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전기차로 발길을 옮기려면 정부 보조금이 많아야 한다. 정부가 주야장천 보조금을 높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또한, BMW코리아가 7세대 5시리즈와 3시리즈, X시리즈의 상품 개선 모델들을 내놓으면서 탑재한 유로6 규제에 부합한 디젤 엔진의 성능에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약이 상처를 잘 아물게 한다. 유로6 규제에 부합한 성능을 갖춘 디젤 엔진이 소비자들에게 다시 신뢰를 얻고 그들의 위상을 다시 세우는 처방제가 되길 바란다.

글 | 이승용

사진 | BMW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