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 개막..금융사 '무한경쟁' 체제로

정옥주 2019. 10. 27.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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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사진=금융결제원 제공)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정옥주 기자 =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모든 은행 계좌에서 출금이나 이체를 할 수 있는 '오픈뱅킹' 서비스가 오는 30일부터 시범 실시된다.

오픈뱅킹이란 모든 핀테크 기업과 은행이 신규 핀테크 서비스를 원활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조회, 이체 등 은행의 핵심 금융서비스를 표준화해 오픈 API(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 형태로 제공하는 공동 인프라를 말한다.

쉽게 말해 A은행 앱에서 B은행 계좌 잔액을 조회하고 출금, 송금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또 핀테크 사업자들은 일일이 개별 은행과 제휴를 맺을 필요 없이, 모든 은행의 결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27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오는 30일 시작되는 시범서비스엔 시중은행 10곳(국민·IBK기업·NH농협·신한·우리·KEB하나·부산·제주·경남·전북은행)이 참여한다. 정식 오픈하는 12월18일부터는 일반은행 16개사에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2개사를 더한 총 18개사로 확대된다.

또 네이버페이, 토스, 뱅크샐러드 등 핀테크 기업들도 합류할 계획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서비스 신청을 한 핀테크사는 153곳에 달한다. 향후 저축은행, 상호금융권, 금융투자업권 등 지급결제 기능이 있는 금융회사의 추가 참여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다.

오픈뱅킹이 전면 시행되면 고객의 이동성이 확대돼 은행간 고객 쟁탈전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일선 창구에 찾아오는 고객의 동의를 받아 타 은행 수신계좌들을 조회하고 출금이체를 통해 자신의 은행으로 집금한 후 금융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방식이 가능해 진다.

또 신한은행 이용자가 우리은행의 '위비뱅크'가 사용하기 편리하다고 느끼면, 위비뱅크로 신한은행 계좌에 있는 자금을 송금하거나 이체할 수 있어 앱 경쟁력에 따라 기존 고객의 이탈과 신규고객 유치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오픈뱅킹 이용 수수료가 현행의 10분의 1 수준인 20~50원으로 적용된다는 점도 기존 은행들에겐 위협 요소다. 현재 토스와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기업은 간편송금 서비스를 하기 위해 금융사에 건당 400~500원을 지불해 왔는데, 오픈뱅킹이 도입되면 이 수수료 비용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이에 시중은행들도 자체적으로 앱 편리성을 높이고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방어선 구축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오픈뱅킹 시행에 앞서 오는 28일부터 모바일 플랫폼인 쏠(SOL)에서 모든 금융거래를 한눈에 조회 및 관리할 수 있도록 전면 개편한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쏠 앱에서 타행계좌의 이체 거래를 할 때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간편뱅킹 앱인 '위비뱅크'에 입점한 핀테크 기업과 은행간 정보 연동 시스템을 구축하고, 해당 핀테크 기업의 서비스를 위비뱅크 이용고객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특히 뱅크샐러드(레이니스트) 앱에 대안신용정보를 활용한 소액대출 한도조회 서비스도 선보였다.

국민은행도 지난 2016년 출시한 'KB마이머니' 앱을 전면 개편했다. KB마이머니는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금융자산과 부동산, 자동차 등 현물자산 정보를 종합 관리할 수 있는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다. 국민은행에 보유한 금융자산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등록한 다른 금융기관의 데이터까지 반영해 자산의 흐름을 보여주고, 부채비율, 금융자산규모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김시홍 금융결제원 신사업개발실장은 "오픈뱅킹으로 고객접점에 대한 은행, 인터넷은행, 빅테크업계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거래은행 개념 약화, 고객 이탈과 은행 수익성 악화가 발생할 수 있다"며 "따라서 은행들의 조회 및 이체, 펌뱅킹 수수료 체계의 전반적인 인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며, 은행도 개방형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픈뱅킹의 도입으로 향후 금융상품의 제조와 판매 분리가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오픈뱅킹 초기에는 고객 선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1차적으로 핀테크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고 2차적으로 은행-핀테크 기업 간 경쟁으로 옮겨질 것"이라며 "이처럼 기존 경쟁 패러다임의 변화를 촉진시켜 은행의 고객 독점력이 상실, 제판 분리가 빠르게 진행되고 궁극적으로 금융소비자의 편익이 제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개인의 민감한 금융정보가 공동 플랫폼을 통해 공유되는 만큼 금융사고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오픈뱅킹 시대의 개막은 금융정보의 외부 공유를 확대하고 은행 간과 은행과 핀테크 간 경쟁과 협력을 본격 촉진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면서도 "고객 데이터에 대한 관리 소홀, 시스템에 대한 보안위협, 금융범죄 등의 부작용이 증대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감독당국은 시스템 안정성과 고객정보의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오픈뱅킹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제고하며, 금융업의 개방성 확대로 인한 영향에 대해 주기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성준 금융결제원 오픈뱅킹팀장은 "현재 신청사들을 대상으로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서비스 기능 테스트와 보안 및 취약점 점검 등을 면밀히 진행해 12월18일부터 차질없이 본격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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