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심신을 위로하는 위스키, 잭다니엘스 싱글배럴

보통 위스키는 여러 오크통의 원액을 섞어 균일한 맛을 낸다. 하지만 싱글배럴은 독자 오크통의 원액이다. 이 때문에 같은 싱글배럴끼리도 상당한 맛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복불복인 것이다.
내가 고른 싱글배럴은 괜찮은 녀석일까. 가장 대중적인 잭다니엘스인 잭다니엘스 넘버7(이하 넘버7)과 비교하며 맛을 보기로 한다.
잔에 따르고 빛깔을 본다. 둘 다 짙은 갈색이다. 싱글배럴이 넘버7보다 약간 어둡다. 그러나 큰 차이는 없다.
두 술을 따른 잔을 교차하며 코를 킁킁댄다. 비슷한 듯 다른 냄새가 난다. 넘버7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특유의 캐러멜향이 주도하는 가운데 언뜻 허브향이 비친다. 반면 싱글배럴은 허브향, 진득한 단내뿐 아니라 잘 익다 못해 푹 익은 과실향을 뿜어낸다. 부드럽고 은은하다.
맛의 차이는 훨씬 크다. 넘버7은 쓰고 달다. 노골적이고 거친 구석이 있다. 독주를 좋아하는 내게도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다. 한 잔을 다 마시기가 버겁다.
싱글배럴은 스트레이트로 마시기에 부족함이 없다. 허브, 캐러멜, 과일, 바닐라, 벌꿀, 오크통의 풍미가 입안에 피어난다. 전반적으로 넘버7보다 맛이 화려하고, 풍부하다. 목넘김은 부드럽기 그지없다. 마신 뒤에는 입안에 쌉싸름한 허브맛이 남는다.
싱글배럴로 저 유명한 잭콕(잭다니엘스와 콜라를 섞은 칵테일)을 만들어 마셔도 괜찮을까. 뭐 안될 것은 없지 않을까. 해서 만들어본다. 왠지 비교하면서 마시고 싶다.
그래서 넘버7과 싱글배럴로 잭콕을 만든다. 비율은 술1 대 콜라3이다. 넘버7을 베이스로 한 잭콕에서는 아주 익숙한 맛이 난다. 달콤한 콜라와 달콤하면서도 쓴 넘버7이 잘 어울린다. 싱글배럴 베이스 잭콕은 별로다. 싱글배럴의 풍성한 향이 콜라의 단맛과 따로 논다. 에이, 술만 버렸다.
싱글배럴에 어울리는 레시피는 따로 있다. 바로 '싱글배럴 올드 패션드'다. 술과 시럽, 그리고 오렌지가 필요하다. 칵테일에 넣는 첨가주 '비터'가 있으면 화룡점정이다. 정식 레시피는 이러하다. 싱글배럴 50㎖, 시럽 10㎖, 앙고스투라 비터 2방울을 잔에 따른다. 잔의 절반을 얼음으로 채우고 30초쯤 저어준다. 얇게 저민 오렌지 껍질을 올린다.
우리 집에는 시럽도 없고 비터도 없다. 세상에 누가 집에 비터를 구비한단 말인가. 해서 나는 각설탕 1개를 빻아 잔에 넣고 싱글배럴을 적당히 따라 설탕을 녹이고 얼음을 넣었다. 이런, 오렌지도 없다. 그냥 없는 대로 먹기로 한다.
잔을 기울인다. 차가운 것이 입술에 닿는다. 달다. 향기롭다. 아주 좋다.
대체로 온더록스에서 위스키는 그 풍미를 잃기 십상이다. 그런데 싱글배럴 올드패션드는 아니다. 설탕의 힘일까. 스트레이트에서 맛봤던 허브, 과일, 바닐라, 오크통의 풍미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대로 드러나다 못해 더 풍요로워지는 기분이다. 다시, 아주 좋다. 시럽, 비터, 오렌지를 구해서 제대로 된 싱글배럴 올드패션드를 만들어 먹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버번 위스키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싱글배럴은 재구매 의사 있다. 순전히 싱글배럴 올드패션드 때문이다. 몸과 마음이 지친 날 생각날 만한 칵테일이다.
주류전문점 기준 700㎖ 한 병에 12만원. 알코올 도수는 45도.
[술 칼럼니스트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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