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보다 도움이 좋다는 스틸러스산 명품 MF 00년생 이수빈[슈퍼루키④]
[스포츠한국 포항=이재호 기자] “전 골보다 도움이, 슛보다 패스가 좋고 더 자신 있어요. 어릴때부터 뿌려주는 패스가 좋았죠.”
축구의 꽃은 골이라지만 그 골을 만들어주는 도움을 더 좋아하는 어린 선수가 있다. 2000년생 이수빈은 고등학교를 지난 2월 졸업하고 3월 K리그에 데뷔했지만 벌써 22경기나 나올 정도로 확연한 K리그 주전 미드필더다.
김기동-김재성-황진성-황지수-이명주-김승대 등으로 이어지는 스틸러스산 명품 MF의 맥을 이을 적임자로 평가받는 이수빈을 포항 스틸러스 클럽하우스에서 만나 인터뷰를 나눠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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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부터 주전급… 포항 엘리트 코스에서 돋보인 재능
초등학교 3학년때 축구를 시작한 이수빈은 고향 광주에서 중학교 진학과 동시에 포항으로 축구유학을 떠나게 됐다. 포철중-포철고로 이어지는 포항 스틸러스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이수빈은 “광주에서 축구하던 경양초등학교 6학년 시절 연습경기에서 잘해 스카우트돼 지금까지 포항에서 뛰게 됐다”며 웃었다.
“중학교때는 그냥 평범한 축구선수였다. 에이스는 아니었다. 그런데 중 3때 현재 포철중 감독이신 최종범 감독님으로부터 축구 자체를 다시 배웠다. 기본적인 것부터 팀 조직력을 맞춰가고, 세밀한 부분을 다시 배웠다. 그러고 대회에 나가니 스스로 한단계 올라 서있더라. 이후 고등학교 진학 후 1학년 때부터 주전급으로 뛰었다. 진학을 위해 3학년 형들이 뛰다가도 성적이 필요한 경기면 주전으로 뛰는 기회도 얻었다.”
학교에서는 미드필더를 보다가 U-15 대표팀에서는 중앙 수비를 봤다는 이수빈은 “위치선정과 예측력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탄탄한 수비력과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는 플레이는 이때 길러졌다.

▶예정된 포항 스틸러스 입단… 모두가 예상 못한 이른 데뷔
포항 엘리트 코스를 밟고 고 1때부터 인정받는 유망주였던 이수빈은 대학진학 없이 곧바로 프로로 직행하게 된다. 곧바로 포항 스틸러스의 콜업을 받은 이수빈은 동계훈련에서 프로의 벽을 느꼈다고.
“처음 전지훈련 참가했을 때 ‘아 이게 프로구나’싶더라고요. 그런데 전지훈련을 다녀와서 2월부터 개막전까지 훈련을 할 때 ‘생각보다 할만하다’라고 생각이 들며 적응이 되더라고요. 데뷔시즌 목표는 '5경기만 출전하자'라고 잡고 시즌에 들어갔죠.”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1,2라운드부터 교체명단에 들었던 이수빈은 3라운드 경남FC전을 통해 프로에 데뷔하게 된 것. “솔직히 감독님이 코칭스태프도, 교체명단에 제 이름을 올리긴 했어도 1,2라운드에 쓰실 생각은 없었던 것 같아요”라며 웃은뒤 “경남전에서 전반전 끝나고 유준수 형이 몸이 안좋았다고 혹시 모르니 준비하라는 말은 듣긴 했어요. 후반 12분쯤에 준수형이 아프다고 해서 들어가려고 했는데 준수형이 금세 괜찮다고 해서 출전이 취소됐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안들어간게 정말 다행이었요. 그때 몸을 풀다가 감독님 콜을 받았을 때 너무 긴장되서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거든요”라고 말했다.
“첫 교체 취소 후 5분만에 유준수 형이 정말 못 뛰는 상황이라 제가 들어갔죠. 그때는 이미 한번 긴장된 상황을 겪었기에 훨씬 편하게 들어갔고 잔디를 밟았을 때 서포터즈 분들이 제 이름을 크게 연호해주셔서 설레고 뜨거웠죠. 경남 선수들이 지치던 시간대라 저에게 압박도 심하지 않고 팀도 2-0으로 이기고 있어 정말 공차기 편한 데뷔전이었죠. 참 운이 좋았어요. 이후 팀이 4-1로 이기며 좋은 데뷔 무대를 가졌죠.”

▶나 자신이 폭발했던 데뷔골… 나는 ‘이명주 스타일’
첫 선발로 뛰었던 대구FC전(4월 20일)에서 포항은 한명이 퇴장당하며 패했지만 좋은 경기력을 보였고 이후 이수빈은 2000년생의 어린 나이임에도 포항의 베스트 11에 계속해서 이름을 올린다. 최순호 감독 체제를 지나 김기동 감독 체제가 되고나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수빈은 지난 8월 4일 수원 삼성전을 통해 K리그 데뷔골까지 신고했다. 전반 추가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짧게 연결한 후 올라가던 완델손이 페널티박스 밖에서 대기하던 이수빈에게 내줬고 이수빈은 반대쪽으로 공을 돌려놓은 후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데뷔골을 넣었다.
“그 경기가 경남에서 임대온 최영준 형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날이었어요. 그렇게 최영준 형이 수비적으로 거들어주고 제가 공격적으로 조금 더 나서게 되니 골까지 나온거죠. 슛을 때리는 순간 딱 느낌이 오더라고요. 골 넣자마자 형들이 더 기뻐하고 ‘축하한다’고 해주셨죠. 이후에 완델손의 추가골 때 완델손과 제가 매일같이 연습하는 장면이 나왔고 제가 패스하고 완델손이 골을 넣어 서로 골과 도움을 주고받았죠. 형들이 경기 후 ‘오늘은 너의 경기였다’고 하시는데 뿌듯하더라고요.”
첫 골을 넣은날, “그냥 감정이 폭발했다”고 회상하는 이수빈은 “머릿속에 골장면이 계속 자동재생이 되더라”라며 웃었다. 이 골은 한 달간 가장 센스 있고 개성 있는 플레이 장면을 선보인 선수에게 주는 상인 아디다스 탱고 어워드 8월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이수빈을 보며 ‘기성용 같다’, ‘이명주 같다’와 같은 평가를 내놓는다. 여러 세간의 평가에 대해 이수빈은 “저의 정체성은 수비형 미드필더죠. 하지만 수비에만 치중하기보다 공격적인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좋은 패스를 전방에 넣어주는 선수라고 생각해요”라면서도 “저 스스로는 이명주 선배를 닮았다고 생각해요. 많이 뛰면서도 접근해주며 공을 받고 배급해주는 스타일인데 포항시절 이명주 선배가 이렇게 플레이를 하셨더라고요. 저도 많이 보고 배우고 있죠”라며 웃었다.

▶골 보다 도움, 패스에 자신 있어… 올림픽 대표, 잘하면 찾아올 것
생일이 5월 7일이라 57번의 등번호를 달고 있는 이수빈은 “선호하는 번호는 6번이나 16번이예요. 학창시절에 그 번호를 달았고 제 포지션의 선수들이 그 번호를 다는게 자연스럽더라고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만의 장점과 단점을 뽑아달라는 질문에 이수빈은 “전 킥은 자신있어요. 반대로 방향전환하는 패스나 공간을 향해 넣어주는 패스는 어릴때부터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공을 잡고 전방으로 뿌려주는 패스가 참 재밌어요”라면서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실수가 많아서 팀의 흐름을 끊는 경우가 있어요. 그 부분을 보완해야죠”라며 단점도 언급하기도 했다.
“축구에 꽃은 골이라지만 전 도움을 더 좋아해요. 물론 그렇다고 골 기회가 왔을 때 슛을 하지 않는건 아니지만 어릴때부터 도움을 하면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만들어주는 선수가 되어야죠.”
9월초 소집된 김학범 감독의 올림픽 대표팀 소집에는 함께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K리그 20경기 이상을 뛴 이수빈이 선발되지 않은 것에 의문을 드러낼 정도였다. 이수빈은 의연한 듯 “솔직히 뽑히지 않은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물론 인생에 한 번 있는 올림픽일 수 있기에 가고는 싶죠. 하지만 제가 포항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한번은 뽑아주시지 않을까요. 그때 저에게 찾아온 기회를 잡아야죠. 계속 시합을 뛰고 좋은 모습을 보이면 되겠죠.”
이수빈의 포지션에는 국가대표 백승호, 한찬희, 김동현 등 쟁쟁한 선수들이 많다. 이수빈은 “그 선수들보다 다른면이 모두 좋아야 뛰게 해줄실 것 같다. 보완할 것”이라며 올림픽 대표팀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실력을 기르는 것으로 전환할 것임을 밝혔다.
세르히오 부스케츠, 안드레 이니에스타의 영상을 찾아보며 볼터치, 패스 등을 반복해서 돌려본다는 이수빈은 “데뷔무대인 K리그는 ‘할만한 것 같으면서도’ 더 잘하는 선수들이 많아 성장하고 싶게 만드는 리그예요. 뛰면서 배우고 있고 성장에 대한 욕심을 생기게 하죠”라고 말했다.
이수빈은 강력한 영플레이어상 후보로 손꼽히고 있기도 하다. 1순위는 강원 김지현으로 언급된다. 27경기 10골의 놀라운 득점력을 보이고 있는 김지현과의 영플레이어상 경쟁에 대해 “솔직히 아직 경쟁할 수 있다고도 봐요. 하지만 제 공격포인트가 부족하죠. 솔직히 밀린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조금 더 공격포인트를 쌓는다면 경쟁할 수 있다고 봐요. 아직 끝난게 아니잖아요. 진행 중이니까 영플레이어상에 욕심을 내봐야죠”라며 당찬 신인의 모습을 보여준 이수빈이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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