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교본' 슬램덩크, 25년 만에 원작 그대로 돌아왔다

[점프볼=최창환 기자] 일본에서 누계 판매 1억 2,000만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 <슬램덩크>가 25년 만에 돌아왔다.
출판사 대원씨아이㈜는 오는 22일부터 <슬램덩크> 오리지널판을 매달 5권, 5권의 박스판 세트 등 총 31권 발행할 예정이다. 이번 <슬램덩크>는 지난 2001년 완전판 발매와 함께 절판된 오리지널판을 디지털 편집, 명장면과 대사를 고스란히 살려냈다.
특히 대원씨아이㈜는 이번 <슬램덩크>를 통해1990년대에 출간된 오리지널판에서 시대 분위기상 삭제될 수밖에 없었던 장면, 완전판에서 빠졌던 코믹한 컷을 모두 살려 소장가치를 높였다. 가격은 1권 5,000원, 1~5권 박스세트 30,000권.
우린 왜 슬램덩크에 열광했을까?
<슬램덩크>는 1억 2,000만부란 어마어마한 단행본 누계 판매량을 남겼지만, 일본 <소년점프>의 빅히트작 <드래곤볼>에 비하면 최종 판매 부수는 떨어진다. 하지만 <슬램덩크>가 1990년대 한국의 신드롬으로 자리 잡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전까지 소수 마니아들만 좋아했던 미국프로농구(NBA)의 열풍, 길거리 3대3 농구 대회의 개최 및 성장, 1994년에 방영된 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인기까지 더해 1990년대 중반 한국은 농구 붐으로 들썩거렸다. <슬램덩크> 역시 한국에 농구 붐이 일어나는데 영향을 끼쳤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슬램덩크>는 중학교 3년간 여학생들에게 딱지만 맞던 주인공 강백호가 고등학교에 입학, 농구를 좋아하는 여학생 채소연을 만나면서 시작한다. 농구를 좋아하던 여학생에게 차이고 상심하던 그에게 돌연 들려온 "농구 좋아하세요?"라는 그녀의 한 마디. <슬램덩크>라는 전설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슬램덩크>는 그 후 강백호가 채소연에게 잘 보이기 위해 농구를 좋아한다는 거짓말을 하고, 억지로 농구부에 들어가 결국 농구에 청춘을 불태우며 바스켓맨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슬램덩크>는 강백호 뿐만 아니라 농구에 대한 열정만큼 엄격한 주장 채치수, '불꽃남자' 정대만, '슈퍼루키' 서태웅, 도내 넘버원 가드 송태섭 등 개성 강한 등장인물도 함께 성장한다. 더불어 상대팀도 단순한 적이 아닌 좋은 라이벌로 그리고 있다. <슬램덩크>가 단순히 승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성장, 자아정체성까지 찾는 스포츠만의 매력이 담긴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강백호도 채소연에게 잘 보이기 위해 농구를 좋아한다고 했지만, 결국에는 "농구를 정말 좋아한다"라고 고백하며, 팀 동료와 신뢰를 쌓아 농구선수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슬램덩크>가 나오기 전까지의 만화는 주인공이 강한 상대를 만나 더 발전할 수 없을 때까지 성장하고 최정상에 오르는 에스컬레이터 식의 전개가 주를 이루었다. 또한 주인공과 대립하는 상대에게 감정이입을 할 정도의 여유를 주지 않았다. 마지막엔 모든 걸 손에 넣는 해피엔딩식의 결말이 대부분이어서, 여러 만화의 결말을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은 시기였다.
하지만 <슬램덩크>는 아마추어 농구선수 출신의 저자가 묘사하는 현장감 넘치는 구성, 주인공과 상대 캐릭터 모두에게 몰입할 수 있는 입체적 캐릭터, 마지막으로 농구경기 예선에서 과감히 주인공의 1차 여정을 끝내버리는 여운 가득한 결말 등으로 기존 만화와는 차별화된 요소가 많다. 덕분에 '시대를 앞서간 만화'라는 칭호와 함께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슬램덩크에는 인생이 담겨 있다
<슬램덩크>의 캐릭터 네이밍은 일본에서 발행된 책과 다르다. 한국 단행본 담당 편집자의 졸업앨범에서 힌트를 얻었다 등 여러 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적도 있었고, 일본식 이름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강백호, 서태웅, 송태섭, 정대만, 채치수, 채소연 등 한국식 이름에 대한 국내 독자들의 반응이 더 좋아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다만, 강백호의 일본명 '사쿠라기 하나미치(桜木花道)'를 보면 작가가 <슬램덩크>로 묘사하고 싶었던 주제를 조금이나마 유추해볼 수 있다. '사쿠라키 하나미치'는 우리말로 '벚꽃길'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또한 하나미치(花道)는 일본 가부키 극장에서 공연이 끝난 후 배우들이 관객들의 꽃을 받기 위한 곳으로 사용되었다. 작가는 강백호를 통해 미숙하지만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하고, 그것이 곧 최고의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는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을 지도 모른다.
최근 공중파TV에서 <슬램덩크>의 여주인공인 채소연과 동명이인인 탤런트가 "<슬램덩크>에는 인생이 담겨 있다"라고 언급을 해 화제가 됐다. 그만큼 <슬램덩크>는 1970~1980년대생인 독자들에게 만화이기 전에 한 사람의 인생관을 자리 잡게 하고, 살아갈 힘을 주는 콘텐츠 역할을 했다.
앞서 언급한 '시대를 앞서간 만화'라는 평가처럼 새로 만화에 입문하는 평범함을 거부하는 청소년 독자들에게도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최고의 만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명대사를 패러디해 새로 <슬램덩크>를 만나볼 독자들에게 인사를 전한다.
"만화 좋아하세요?"

저자 이노우에 타케히코는?
<슬램덩크>의 저자 이노우에 타케히코(INOUE TAKEHIKO, 井上雄彦)의 본명은 나리아이 타케히코(成合雄彦)다. 1967년 일본 가고시마 현에서 태어난 그는 쿠마모토대 문학부 중퇴 후 호조 츠카사(北条 司)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다 독립, 1988년 소년점프 신인만화공모전인 제35회 데즈카상에 입선했다. 1989년에 출간한 <카멜레온 자일>에 이어 1990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슬램덩크>가 단행본 판매 부수 1억부를 넘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후 <버저 비터>, <배가본드>, <리얼> 등 꾸준한 연재를 통해 지금까지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95년 제40회 소학관 만화상(슬램덩크), 2000년 제24회 코단샤 만화상(배가본드) 및 제4회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만화 부문 대상, 2001년 제5회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만화 부문 우수상(리얼), 2002년 제6회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만화 대상(배가본드)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 사진 한필상 기자, 대원씨아이 제공
2015-09-18 최창환( doublec@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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