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류승완 감독 "재벌 갑질에 분노, 영화로 화풀이"(인터뷰)

뉴스엔 2015. 8. 2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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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글 이소담 기자/사진 이재하 기자]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영화 '베테랑'(감독 류승완/제작 외유내강) 흥행 열기가 뜨겁다. 지난 8월5일 개봉 이후 지난 25일까지 21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939만 관객수를 돌파했다. 1,000만 돌파가 눈앞에 다가온 상황. 그렇다면 '베테랑'이 이처럼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리고 류승완 감독은 소시민의 통쾌한 한방을 그린 '베테랑'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던 걸까.

류승완 감독은 최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가진 뉴스엔과 인터뷰서 "'베를린'을 찍고 나서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고 운을 뗐다.

"자신의 일을 하면서 오지랖 넓게 남들의 불편한 상황을 못 참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의 현실에선 판타지인 것 같지만 은근히 그런 사람들이 꽤 있다. 집집마다 있는 누군가의 삼촌 혹은 아빠가 집에선 구박 당하는 처지지만 치킨집에 모인 조기축구회 사람들 사이에선 대장 노릇을 하는 경우도 있잖나. 또 집에서 애는 제대로 안 챙기더라도 사우나에 가면 아줌마들 사이에선 왕인 그런 엄마도 있고.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냥 막연하게 내가 응원하고 싶은 사람들이 승리하는 영화를 만들자 생각했다."

류승완 감독은 "메인스트림 영화를 만들면서 '피도 눈물도 없이'에선 여자주인공을 써서 어두운 이야기를 했다. 그럼 이번엔 밝고 경쾌한 걸 해볼까? 그러다 스튜디오에서 찍는 건 힘드니까 그럼 길거리에서 찍을까 싶어서 '주먹이 운다'를 찍었다. '부당거래'를 찍고 나니 더 확장된 세계를 담고 싶었다. 그래서 '베를린'을 만들었는데 또 이번엔 다시 내가 사는 곳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부당거래'를 준비할 때 취재를 했었던 중고차 절도단 소스가 떠올랐다. 심플하게 한 번에 쭉 내달리는 영화를 만들어야지 싶었다"고 '베테랑' 구상 과정을 설명했다.

"초반 구상했던 '베테랑'은 중고차 절도단을 쫓는 형사들의 이야기였다. '분노의 질주'처럼 전국 각지에서 고급차들을 모아 항구를 거쳐 러시아로 빼돌리면 그 뒤를 형사들이 쫓고 말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면 재밌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쓰기 시작했다. 형사들이 누군가와 싸워야 하는데 악당이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역 끝판왕은 누구로 설정해야 하나 싶던 차였다. 그때 떠오른 게 서민들이 강력한 권력을 가진 대상과 대결을 하고 응원을 해서 승리를 하면 그 쾌감이 무시무시할 것 같단 거였다. 아주 고전적인 서민 영웅이지만 그게 끌렸다. 서도철을 비롯한 영화 속 베테랑을 보면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그냥 자기가 하는 일 안에서 반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경찰들도 서민이지만 형사라는 직업을 가진 순간에는 평소엔 만날 엄두도 안 나는 사람과 대결하곤 하니까."

이어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에 등장하는 재벌 갑질 등 유사 사례를 평소 접할 때 분노가 치밀었는데 그 화풀이를 시나리오로 쓰기 시작했다. 나 스스로 시나리오를 쓰면서 스트레스가 마구 풀리더라. 하하. 그렇게 완성된 시나리오를 가지고 갔더니 투자배급사인 CJ에선 당황하더라. 내용도 그렇지만 우선 '베를린' 이후에 규모가 큰 영화를 계속 할 거라고 생각했던 차에 생각보다 시나리오를 빨리 가져왔는데 그게 규모가 그리 크진 않았으니 말이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베테랑'을 찍으면서 처음으로 다음 세대를 생각하게 됐다. 학창시절 '베테랑' 같은 타입의 영화를 좋아했었다. 그땐 정말 순수하게 영화를 좋아했었다. 성룡 영화 '폴리스 스토리', 멜 깁슨의 '리셀웨폰' 같은 영화를 특히 좋아했다. 그런 영화에 열광하고 그걸 통해 우정과 의리 그리고 정의로움, 용기 있는 행동 대해 배웠다. 지금의 세상은 집단 화병에 무기력증에 걸린 듯 하다. 이런 이상하고 답답한 현실에 '베테랑'으로 통쾌함을 안겨주고 싶었다. 조태오와 서도철의 격투신을 보면 둘만 싸우는 게 아니라 시민들 또한 조태오의 악행에 맞서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나름의 방식대로 함께 싸운다. 우리가 사는 현실에 조태오같은 이들이 있을 때 맞서 싸우면 어차피 상대가 안 된다는 말 대신 '이건 아니지 않냐'고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이 생기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류승완 감독은 자신의 다음 세대가 '베테랑'을 통해 정의의 가치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류 감독은 "경찰의 꿈을 갖고 있는 친구를 예로 들면 나중에 경찰청장이 되는 것도 좋고 법무부장관이 되는 것도 멋진 꿈이지만 서도철 같은 경찰도 멋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사람을 구하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말이다"며 "나중에 먼 훗날 누군가가 정말 정의로운 행동을 해서 신문 한토막 기사가 실렸는데 거기서 자신이 이런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어린 시절 봤던 '베테랑' 덕분이란 말이 있었으면 정말 기쁠 것 같다. 사람을 바꾸는 건 정말 힘들다. 하지만 단 한 명이라도 서도철을 보고 경찰 꿈을 키운다면 그걸로 만족이다"고 밝혔다. 과연 '베테랑'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낸 1,000만 관객 중 류승완 감독의 바람을 이뤄줄 이가 있을지 기대해본다.

한편 '베테랑'은 안하무인 유아독존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쫓는 베테랑 광역수사대와 형사 서도철(황정민)의 활약을 그린 범죄오락액션영화다. 황정민은 자신의 신념과 원칙 하나로 수사를 밀어붙이는 광역수사대 형사 서도철 역을 맡아 거칠고 투박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며 유아인이 인정사정없이 서늘한 재벌 3세 조태오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 변신을 선보인다. 이밖에도 오달수 유해진 장윤주 김시후 등이 출연한다.

이소담 sodamss@ / 이재하 r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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