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한·미·일·프랑스 4개국의 가족영화 시장을 살펴보니..

최호원 기자 2015. 7. 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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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월 두 달은 연간 영화관객 가운데 4분의1 정도가 극장을 찾는 최대 성수기입니다. 9월 개학 전까지 방학을 맞은 어린이와 청소년 관객들이 몰려드는 시기죠.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볼 수 있는 이른바 '가족 영화'들이 집중 개봉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가족 영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 영화 제작사들이 가장 주목하는 시장입니다. 국내 영화 등급분류상으로 보면 '전체관람가'와 '12세 이상 관람가' 정도가 될 겁니다. '15세 이상'만 되어도 적지 않은 성적 표현과 폭력 장면들이 나오기 때문에 초등학생 이하 아이들과 함께 보기는 어렵죠. 지난 6월 한 달간 국내 박스오피스 1-5위를 볼까요?

순위

영화

등급

1

쥬라기월드

12세

2

극비수사

15세

3

연평해전

12세

4

샌 안드레아스

12세

5

매드맥스

15세

쥬라기월드가 미국에서 5억6000만 달러(6400여억원)의 대박 수익을 터트린 이유도 아이들과 손잡고 함께 극장을 찾은 부모들 덕분입니다. 가족 영화 시장이 얼마나 큰 지 좀 더 살펴볼까요? 2012-2014년 3년간 주요 국가의 연간 흥행 톱10 가운데 가족 영화들을 꼽아봤습니다. 해당 국가에서의 개봉 등급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어, 그냥 국내 개봉 등급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애=애니메이션)

연도

흥행 10위권 내 가족 영화

2012

(5편)

어벤져스1(12), 호빗1(12), 어메이징 스파이더맨1(12), 메리다와 마법의 숲(전체/애), 마다가스카3(전체/애)

2013

(8편)

아이언맨3(12), 겨울왕국(전체/애), 슈퍼배드2(전체/애), 맨오브스틸(12), 그래비티(12), 몬스터대학(전체/애), 호빗2(12), 오즈 그레이트 앤 파워풀(전체)

2014

(7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12), 레고 무비(전체/애), 호빗3(12), 트랜스포머4(12), 말레피센트(12), 엑스맨(12), 빅히어로(전체/애)

30편 가운데 20편이 가족 영화로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까지 다 볼 수 있는 '전체관람가'도 8편(27%)에 이르고, 애니메이션도 7편입니다.

2012

(7편)

우미자루(전체), 원피스Z(전체/애), 레미제라블(12), 춤추는 대수사선FINAL(12), 늑대아이(전체/애), 도라에몽32(전체/애), 어벤져스(12)

2013

(8편)

바람이 분다(전체/애), 몬스터대학(전체/애), 영원의 제로(전체), 명탐정 코난17(12/애), 도라에몽33(전체/애),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전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전체), 한여름의 방정식(전체)

2014

(7편)

겨울왕국(전체/애), 도라에몽35(전체/애), 말레피센트(12), 명탐정 코난18(12/애), 추억의 마니(전체/애), 도라에몽34(전체/애), 고질라(전체)

일본은 30편 가운데 22편이 가족 관람 영화들입니다. 일본 영화표는 1인당 1800엔(우리돈 1만7000원/할인 시 1400엔) 정도합니다. 가난한 젊은이들보다 가족 단위 관람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관람가는 15편인데, 상당수는 애니메이션이군요.

2012

(7편)

아이스에이지(전체/애), 마수필라미(전체), 내가 속인 진실(전체), 어벤져스(12), 호빗1(12), 아스트릭스(전체/애), 라 베놈(전체)

2013

(7편)

겨울왕국(전체/애), 호빗2(12), 슈퍼배드2(전체/애), 아이언맨3(12), 그래비티(12), 선생님들1(전체), 나우 유 씨미(12)

2014

(8편)

컬러풀 웨딩즈(12), 벨리에 패밀리(전체), 슈퍼처방전(12), 호빗3(12), 혹성탈출(12), 드래곤 길들이기2(전체/애), 엑스맨(12), 리오2(전체/애)

프랑스는 일본보다 더 가족 중심이네요. 프랑스 만화 원작이었던 '설국열차'(15세)가 2013년 프랑스 개봉 시 내용이 너무 어둡다는 평가 속에서 연간 흥행순위 80-100위권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프랑스에선 전체관람가도 11편이나 됩니다.

이제 우리나라를 살펴볼까요?

2012

(3편)

어벤져스1(12),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2), 어메이징 스파이더맨1(12)

2013

(1편)

아이언맨3(12)

2015

(7편)

겨울왕국(전체/애), 인터스텔라(12), 해적(12), 국제시장(12), 트랜스포머4(12), 엣지 오브 투머로우(12), 엑스맨 퓨쳐패스트(12)

표가 허전하죠. 확실히 가족 영화가 적습니다. 전체관람가 영화는 겨울왕국 단 한 편뿐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 극장가는 온통 15세 이상이나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들이 채우고 있는 겁니다. 다른 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가족 영화들도 우리나라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 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가 젊은 연인과 친구, 동료 중심으로 영화 관람을 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지난해 CGV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39세 관객이 전체 시장의 64%를 차지했습니다. 이렇다보니 영화사들도 이 나이대의 관객들을 위한 스릴러, 사극, 수사물, 액션, 멜로 영화들만 만듭니다.

대기업 계열 투자배급사들이 만든 이런 영화들은 자동적으로 같은 계열 극장체인에 걸립니다. 외국의 인기 가족 영화들도 좋은 시간대의 스크린을 배정받지 못 합니다. 한국의 가족 영화는 아예 사장될 위기죠. 올초 가족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둘러싼 스크린 독과점 논란도 이런 맥락 속에 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해부터 '한국 가족영화 제작 지원 사업'을 시작한 것도 그만큼 우리 영화계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도 가족 영화 수요가 분명히 있습니다. 2011년 '마당을 나온 암탉'(관객 220만명)과 '점박이:한반도의 공룡'(105만명)도 있었죠. 아쉽게도 당장 올 여름은 외국 작품들이 이 수요를 모두 가져갈 것같습니다. 미국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개봉일 9일), 일본 '극장판 요괴워치'(23일), 영국 '숀더쉽'(23일)이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 작품은 '고녀석 맛나겠다 2편'(30일 개봉) 한 편입니다. 일본의 공룡 동화를 원작으로 우리나라 회사가 제작에 나선 작품이죠. 지난달 일본에서 먼저 개봉했는데, 반응이 좋다고 합니다. 제작사 관계자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동화가 원작이지만, 공룡이야기로 일본 색은 전혀 없다. 정말 따뜻한 이야기로 국내 가족 영화 시장을 부활시켜보고 싶어서 판권을 구매, 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분들이 더 많아져야 할텐데요. 다행히 좋은 소식도 들립니다. 점박이를 만든 제작사 '드림써치 C&C'가 영화 '26년'을 연출한 조근현 감독을 영입해 '극장판 번개맨' 제작에 나섰고요, 마당을 나온 암탉의 오성윤 감독도 개를 소재로 한 새로운 가족 애니메이션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우리 영화계와 극장체인, 그리고 영진위가 모두 힘을 모아 사라져가는 우리 가족 영화들을 되살려주길 간절히 기원합니다.최호원 기자 bestig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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