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만초천, 용산기지에 흐르고 있다

손효숙 2015. 6. 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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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한강 지천의 300m 구간

200년 느티나무 군락지도 보존

조선총독관저는 원형대로 남아

"내년 반환 전에 생태계 복원 필요"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내 보존돼 있는 한강의 지천인 만초천의 모습. 서울시 제공

200년 수령의 느티나무 군락지 등 옛 모습을 간직한 자연이 보존돼 있다. 서울시 제공

시민의 발길이 닿지 않는 용산 미군기지에 수백 년에 걸쳐 형성된 숲과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한강의 지천 등 옛 모습이 상당부분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용산기지 반환을 앞두고 생태계를 복원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8일 서울시와 환경조형연구소 그륀바우에 따르면 용산기지 내에는 200년 수령의 느티나무 군락지, 한강의 지천인 만초천(蔓草川), 둔지산 능선 등이 과거 모습을 간직한 채 보존돼 있다.

용산기지 일대에는 인왕산에서 내려온 한강 지류인 만초천이 있었지만 1967년 이후 복개가 시작돼 지금은 도로와 건물 아래 하수도처럼 흐르고 있다. 현재 물줄기를 찾을 수 없는 만초천은 유일하게 용산기지 내에 약 300m 구간이 원형 그대로 남아있다. 흐르는 물 위로는 무지개 모양의 홍예교와 석축 등이 남아있어 옛 만초천 모습과 물길을 상상해볼 수 있다.

용산구청 맞은 편에 있는 둔지산은 남산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산줄기다. 조그만 야산인 둔지산 자락에는 잎이 무성한 아름드리 나무와 잔디 등 녹지가 상당히 잘 보전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수령이 두 팔로 감기 힘들 정도로 굵은 200년 이상 된 느티나무, 느릅나무, 소나무 군락이 밀집해 있어 공원을 조성할 시 활용가치가 높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자연 환경 이외에도 기지 안에는 잊혀졌던 '역사'들도 원형 그대로 남아있다. 조선총독이 거주하며 집무를 봤던 용산총독관저, 서대문형무소보다 앞서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군용감옥 터, 일제강점기 일본군 병원으로 사용됐던 건물 등이 아직까지 부대 업무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김인수 그륀바우 소장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어 조사하기 어렵다는 핑계로 공원 내 생태환경과 건물, 장소의 역사성에 대한 관심이 소홀했던 측면이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기존의 자연과 역사의 흔적을 최대한 정확하고 풍부하게 보존하고 활용 방법을 최대한 빨리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산기지 내 생태계 복원과 보존은 머지 않아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가 용산기지의 유네스코문화재 등재를 추진하면서 본격적인 연구에 나섰고, 국토교통부도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에 용산공원의 건강한 생태적 환경을 가꾸기 위한 세부 계획을 포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산기지 지역은 상당수가 일제 강점기 군부대였다가 바로 미군이 접수한 지역으로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고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기지 반환 뒤 활용 계획 수립에 앞서 정확한 실태조사를 한 뒤 이에 따라 생태계를 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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