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벽면 이미지로 채우고 바닥은 한지·설치물로 깔고.. 공간, 예술이 되다




공간 자체가 예술이 됐다. 전시 벽면을 아예 이미지로 채우거나 빛이 부딪히는 화면으로 시각적 효과를 노리고, 콩기름 냄새와 살에 닿는 촉감으로 관람객과 공감한다. 소극적으로 그저 작품이 놓인 곳이 아닌, 함께 작품을 구성하고 전시효과를 극대화하는 일부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지난해 '초자연'전에 이어 새 현장제작설치 프로젝트 '인터플레이(Interplay)'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미술·건축·디자인·테크놀로지 등 장르 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국내외 작가 3인과 1팀의 설치작업, 특히 전시장소와 일체화된 작품을 선보이는 '장소특정적 프로젝트'다.
전시를 기획한 최홍철 학예사는 "작가는 하나의 독립된 소우주처럼 작품 세계를 보여주지만, 인터플레이(협력 전시)는 관객과 만나는 접점과 체험을 교환하는 방식이 늘어난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이번 전시에서는 설치미술이 공간을 채우면서, 장소가 곧 작품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여 작가는 2인 팀인 아바프와 로스 매닝·지니서·오마키 신지다. 첫 전시공간은 아바프의 작품, 입구 외벽부터 팝아트적인 원색 이미지가 관객을 맞는다. 전시장 안은 이미지와 네온, 영상물이 벽을 가득 메웠다. '호모 바이러스 사피엔스'라고 자칭하는 이들은 대중매체에서 가져온 다양한 이미지와 패턴을 통해, 그들의 문화·정치·성·국가 정체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보여준다.
계단을 통해 지하 3층 전시실에는 로스 매닝의 '스펙트라(더블)'가 이어진다. 천장에 빨강·초록·파랑(RGB) 세 가지 색 형광등과 함께 선풍기를 달아, 전시실 벽에서 부딪히는 색을 보여준다. 로스 매닝은 "빛과 동작, 소리를 통해 이성이 아닌 마음으로 바로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교포인 지니 서는 투명한 빨대를 세포의 이중나선구조처럼 실로 엮어 천장에 매달고, 한지를 둥글게 말아 포갠 설치물로 바닥을 채운 '유선사(遊仙詞)'를 선보인다. 천장 구조물이 구름 낀 산과 바위의 몽환적인 풍경을 보여준다면, 바닥에서는 콩기름 먹인 장판지의 냄새와 공간감이 어우러진다. 작가가 15세기 강희안의 산수화와 16세기 여성시인 허난설헌의 시에서 영감을 얻어, 도교적인 세계관과 풍경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마지막 전시실은 오마키 신지의 '리미널 에어-디센드'. 공기가 하강하며 구름이 사라지기 직전,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공간에 들어서면 하얀 수직선들이 안개처럼 공간을 메우고 있다. 선뜻 떨어지지 않는 발을 내딛으면 흰 줄들의 벽이 균열하며 길을 내준다. 매 걸음 온몸을 감싸는 소리가 사각사각 귀를 스치고, 좁은 굴 입구를 통과하듯 서서히 공간이 열리며 빛에 안긴다. 일본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 황금 밀밭 같은 촉수가 주인공을 치료해주듯, 어릴 적 선생님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듯 위로를 안겨준다. 전시는 8월23일까지. (02)3701-9500.
이재유기자 0301@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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